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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대산농촌상 시상식

제30회 대산농촌상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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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시상식은 제30회 수상자 본인을 포함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합니다.

화환이나 화분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대산농촌상 제정의 뜻

대산농촌상 상패 대산농촌상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요,
농업은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이라는
대산 신용호 선생의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농업과 농촌 발전에 크게 공헌한 분을 발굴하여
그 공적을 기리고 우리 사회 전체의 귀감으로 삼아
복지농촌건설과 인류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1991년 제정한 상입니다.

농촌발전 부문, 농업경영 부문, 농업공직 부문 등
총 3개 부문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의 가치를 높이는 데
탁월한 업적을 세운 인사를 선정하여 시상합니다.

지난 30년간 농업의 가치와 농촌문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농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여
농업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식순

개식
사회
인사말
김기영 대산농촌재단 이사장
심사보고
윤석원 심사위원장|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시상
농촌발전 부문
이도훈수상자 / 김기영 이사장
업적 소개, 시상, 수상소감
농업경영 부문
이백연수상자 / 김기영 이사장
업적 소개, 시상, 수상소감
농업공직 부문
권순일수상자 / 김기영 이사장
업적 소개, 시상, 수상소감
폐식
사회

사회 : 신수경 대산농촌재단 사무국장

대산농촌재단 이사장 김기영

인사말

안녕하십니까?

제30회 대산농촌상 시상식을 빛내 주시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내빈 여러분, 온라인으로 영상을 시청하며 함께하시는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재단활동에 한결 같은 신뢰와 지지를 보내주신 농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오늘 시상식은 코로나19 감염증 예방을 위하여 부득이 수상자와 심사위원 등 제한된 소수 인원만을 모시고 진행하게 되어 매우 아쉽습니다.

오늘 자랑스러운 수상의 영예를 안으신 수상자 여러분과 곁에서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신 가족분들께 축하를 드립니다.

농촌발전 부문의 이도훈 수상자는 지난 40년간 여성 농민의 권리 보장과 지위 향상에 이바지하고, 소농과 가족농 권리를 위한 국제적인 농민연대 활동으로 한국 농민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였습니다.

농업경영 부문의 이백연 수상자는 제주도 지역별 토양과 기후에 맞는 친환경 생태 농업기술을 전파하고, 귀농인과 청년 농민에게 농업기술을 전수하며, 지역농민에게 친환경 농지를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업경영 모델을 제시하였습니다.

농업공직 부문의 권순일 수상자는 과수 병해충 방제기술 개발로 친환경 농업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유해조수(有害鳥獸) 포획 트랩을 개발, 상용화함으로써 농민의 삶의 질을 높였습니다.

세 분 수상자 모두 농업과 농촌을 위해 오랫동안 묵묵히 정진하여 훌륭한 업적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농민의 가치를 드높이고 농업ᆞ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크게 공헌하셨기에 수상의 의미가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수상 후보자를 추천해 주신 추천인 여러분과 수상 후보자들의 업적을 면밀히 검토하고, 직접 현지 실사를 통하여 철저하게 검증하여, 훌륭한 수상자를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님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우리는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불확실한 시대에 살게 됨으로써 우리 삶의 방식 또한 그 어느 때보다도 창의와 혁신 의지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전세계 석학들은 코로나19가 단기적 충격을 넘어 정치ᆞ경제 전반과 세대에 걸쳐 격변을 초래하여 코로나 이후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본격화,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활동의 증가, ‘개인과 효율’보다는 상호 의존하는 사회 속에서 ‘연대(solidarity), 공정(fairness), 책임(responsibility)’ 등의 가치가 중요하게 부각되며,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확대되어 신자유주의가 퇴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1991년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요, 농업은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설립된 대산농촌재단은 지난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우리 농업ᆞ농촌의 가치를 드높이는 데 힘쓰면서 연대와 협력,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재단은 그동안 이룬 성과 위에 시대 변화의 흐름에 맞춰 새롭게 도전하여, 농업ᆞ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버팀목이 되어 주신 대산농촌상 역대 수상자님, 따뜻한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농업계 관계자님, 그리고 농업ᆞ농촌의 발전을 위해 대산농촌재단을 변함없이 후원해 주시는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수상자 여러분의 앞날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며, 더욱 큰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 10. 27.

대산농촌재단 이사장 김  기  영

수상자 선정 경과

대산농촌상은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요, 농업은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이라는 대산 신용호 선생의 철학을 바탕으로 농촌발전, 농업경영, 농업공직 등 3개 부문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높이고 우리 농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탁월한 공적을 지닌 인사나 단체에 수여하는 우리나라 농업계 최고 권위의 상입니다.

재단은 제30회 대산농촌상 수상자 선정을 위해 지난 1월 다양한 농업 전문가와 관련 기관 및 단체에 추천을 의뢰하고 5월까지 수상후보자 추천을 받아 엄정한 심사과정을 체계적으로 거쳤습니다.

재단은 농민, 연구자, 학자 등 각 부문의 전문가 3인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여 사전심사, 부문별 심사회의와 현장심사 등 3단계에 걸쳐 부문별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각 부문 심사위원회는 대산농촌상 제정의 뜻과 취지에 따라 업적의 탁월성과 가치, 지속 가능성과 발전 가능성을 종합하여 10년 이내 업적을 중심으로 심사하되, 업적의 공익성과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두어 3개 부문에서 실사대상자 9인을 선정하고, 업적 사실 확인과 그 가치, 주변 평가를 내용으로 다각적인 현장 조사를 했습니다.

사회 저명인사와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본심사위원회는 각 부문 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와 업적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격의 없는 토론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농촌발전 부문은 유기농업 기술 보급과 전파로 지역의 유기농업을 확산하고, 농민 협력으로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 이도훈 괴산먹거리연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농업경영 부문은 생산공동체 조직화를 통한 소량 다품목 협업농사 시스템을 확립하고, 산지 가공 및 안정적인 판로확보로 지속 가능한 농업경영모델을 제시한 이백연 전 산들바다유기농업영농조합법인 이사를 선정했습니다. 농업공직 부문은 재배환경, 소비환경 등에 대응한 사과 신품종 30여 종을 개발하고, 현장 재배기술 개선으로 농가소득 증대 및 국산 품종 가능성을 제고한 권순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관을 선정했습니다.

본심사위원회는 제30회 대산농촌상 수상자 3인에 대해 대산농촌재단 이사회에 제청하였고, 재단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수상자를 확정하여 오늘 시상에 이르렀습니다.

30 대산농촌상 수상자

  • 농촌발전 부문이도훈괴산먹거리연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농업경영 부문이백연전 산들바다유기농업영농조합법인 이사
  • 농업공직 부문권순일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관

30 대산농촌상
농촌발전 부문

이도훈

괴산먹거리연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1957년생
1996~2018 ㈔흙살림 이사
2001~2019 흙사랑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
2012~2016 괴산유기농업인연합회 대표이사
2019~현재 괴산먹거리연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유기농업 기술 보급과 전파로 지역의 유기농업 확산

농민 협력으로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

이도훈 수상자는 40여 년간 농업 외길을 걸으며 농민운동을 주도하고, 지역 내 친환경농업 토대 마련과 지속 가능한 농업 실현을 이끌며, 이를 바탕으로 농업과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데 이바지했다.

1990년대 초부터 유기농자재를 개발하면서 충북 괴산군의 유기농업을 선도적으로 이끌었다. 2001년 12농가와 함께 흙사랑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여 공동선별과 물류, 분배 체계를 확립하고 농사규모가 큰 회원이 소농을 도와주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이와 함께, 흙사랑영농조합법인은 20년간 ‘흙을 가꾸며 지역과 함께 한다’는 사명을 실현하며 60여 농가로 규모가 확대되었다.

이도훈 수상자는 귀농인을 법인 실무자로 채용해 일정기간 일하면서 농사를 배우게 하여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지역사회의 활동가를 조직화하고 후계인력을 책임 있게 양성했다. 사회적협동조합 문전성시의 설립으로 직거래장터를 운영하고, 다함께세상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사회적 약자 돌봄 활동 등을 활발하게 펼치며, 농업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사회적 경제 영역으로 활동을 확장했다.

괴산군 27개 단체의 참여를 이끌어 학교급식조례 제정과 학교급식 실시를 주도하고, 괴산 공공급식조례 제정과 공공급식지원센터 설립을 이끌어냈다. 이를 토대로 지역 내 선순환, 먹거리복지에 기초한 정책을 주도하여 농업과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에 이바지하면서 민관협치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도훈 수상자는 유기농업의 확산뿐 아니라 다양한 농민운동과 협동조합운동 등을 통해 지역의 발전과 선순환체계 구축에 이바지하여 지역사회의 깊은 존경과 신망을 받고 있다.

수상소감

느티나무가 많은 괴산에서 40여 년 농사를 지었습니다. 농사짓기 쉽지 않지만,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목수인 아버지가 남겨주신 유일한 유산, 남다른 손놀림으로 작물을 돌보며 살길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걸리는 건 제 아내입니다. 35년 전 농촌봉사활동을 왔다 저를 만나 평생 저를 돌보다 1년 전 먼저 먼 길을 떠났지요. 농업 동지였던 제 아내 덕에 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오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 상은 농부 동지 용찬희가 저에게 준 고마운 기억의 상입니다. 바로 1주기에 수상 소식을 전해주었으니까요.

농부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뽐내는 일에는 서툽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40여 년 농사지어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지만, 사람으로 태어난 순리의 일을 다 했습니다. 오늘 이런 상을 받으니 푸근하고 힘이 납니다. 제 도리를 다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저 자신을 다독일 힘도 내어봅니다.

이 상은 괴산 농민들이 함께 받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숱한 농민 동지들, 신협, 협동조합, 기독교농민회, 전국농민회, 흙살림, 한살림, 흙사랑, 먹거리연대….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습니다. 괴산 농민들은 저의 나무 그늘이고 허파이며, 희망입니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농사지을 결심을 했습니다.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동생들을 돌보았던 제 바로 손위 형을 가슴에 새기며, 형에게 쌀만큼은 꼭 내 손으로 대주어야겠다는 다짐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이젠 형님도 시골로 돌아와 곁에서 농사짓고 있고, 아들도 제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짓고 있습니다. 바뀐 시대에 이들과 어떻게 조화롭고 행복하게 농사지으며 시골서 잘 살아갈지, 농민만 아니라 지역민들과의 공동체성을 어떻게 회복해 나갈지 고민합니다.

이 땅 농민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요? 농민 운동과 조직 활동을 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농사지어야 먹고살잖아”, “오토바이 기름값이라도 하잖아” 하는 생각으로 농사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 농사 짓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농사는 농민 혼자 짓는 것 같지만 실은 땅, 물, 바람, 돌, 햇살 한 줌까지 모두 농민의 동반자이고 지역의 사람과 사회까지 모두 연결된 몸짓이라는 생각입니다. 제각각 분리되어 독립행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계해 공동체성을 회복해야한다는 숙제를 늘 안고 있습니다.

사회경제협의체와 중간지원조직이 역할을 다해 농민 스스로 주체화되도록 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냈으면 합니다. 사회적 경제를 통해 상생·순환·공생하는 틀거리를 지역 내에서 잘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농사짓는 우리끼리라도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지역농업 실현이라는 한 꿈을 앞세워 길을 찾고 선순환체계에서 답을 찾아왔던 지난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오늘 다시금 되새깁니다.

봄이 되면 다시 호미 들고 밭으로 나가는 농부들이 밝게 웃는 날, 농부가 하늘이 되는 날까지 변함없이 그들과 함께 농촌 대안 찾기에 매진하라는 채찍질로 이해하고 이 상을 고맙게 받습니다.
밭에서 다시 만나야지요. 고맙습니다.

30 대산농촌상
농업경영 부문

이백연

전 산들바다유기농업영농조합법인 이사

1957년생
2004~2007 산들바다공동체 초대회장
2009~2019 산들바다유기농업영농조합법인 이사
2017~2021 ㈔한살림생산자연합회 회장
2021~현재 한살림재단 이사

생산공동체 조직화를 통한 소량 다품목 협업농사 시스템 확립

산지 가공 및 안정적인 판로확보로 지속 가능한 농업경영모델 제시

이백연 수상자는 1980년대부터 유기농업을 선도적으로 실천하면서, 유기농민들을 조직화하여 다품목 소량 생산을 기반으로 한 공동협업농사 시스템을 확립하는 한편, 생협과 소비자 직거래 등 생명운동을 통한 유통판로 확보와 차별화된 산지 가공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경영모델을 제시했다.

이백연 수상자는 2004년 9명의 지역농민과 함께 유기농 생산공동체인 산들바다공동체를 설립하여 농가당 10개 내외 품목, 공동체 전체 25여 가지 품목을 생산하는 소량 다품목 체계를 만들어 품앗이, 재배기술 공유, 공동작업 등을 통해 상호 협력하고 보완하는 생산시스템을 구축하여 사람과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협업농사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2008년 절임배추 가공사업을 시작하여 수년간 얻은 수익금과 산들바다유기농업영농조합법인 회원들의 출자금을 바탕으로 벼건조장, 공동육묘장을 건축하여, 단순한 농산물 생산, 출하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가공-판매까지 책임지는 형태로 영역을 확장했다. 2014년부터 새로운 작목을 개발하여 공동육묘, 공동선별과 공동 기계화 등 생산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유기채소액과 우엉차, 돼지감자차 등 가공사업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한편, 안정적인 판로(한살림 90%, 학교급식 10%)를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법인에서 생산하는 주요작목은 공동파종, 수확, 선별, 출하 등 협동 농사를 확대하고, 모든 회원에게 골고루 수익이 돌아가도록 약정과 출하를 조절하는 등 모범적인 생산공동체의 모델을 제시하며 유기농업 원칙을 엄격히 지키는 가운데 18년간 친환경 인증 면적을 꾸준히 확대(2004년 9농가 8ha, 2020년 21농가 70ha)해왔다. 이 과정에서 청년 및 귀농인 육성과 정착을 위해 본인이 경작하던 유기농 농지를 내어주고 좀 더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지원했다.

이백연 수상자는 지역의 존경받는 농민으로, 평생 지속 가능한 농업을 이끌며, 지역농민들의 협력을 통해 농민소득 안정과 농업의 가치를 높이는 농업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수상소감

이 묵직한 상을 제가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농업·농촌·농민을 위해 헌신하고 훌륭한 성과를 내고있는 수많은 선후배 동료 농민들께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이런 고민을 지역에서 같이 활동해 온 사람들에게 털어놓으니 “이건 당신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우리! 40여 년을 함께 웃고 울며 살아왔던 사람들. 제가 축하받기보다는 어려울 때 기대고, 함께 꿈꿔왔던 분들께 감사하고 축하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더 많은 수고를 짊어져 왔던 저의 아내 정복자에게 남편으로서 동료 농민으로서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여전히 지지고 볶는 중인 우리 산들바다 식구들, 사랑합니다!

여름을 지나 가을로 들어서기까지 두어 달 동안 지난 40여 년의 세월이 여러 차례 온몸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특히 저에게 형님이고, 스승이며 친구였던 오건 형을 무덤에서 몇 차례나 불러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분 덕분에 사람을 먹여 살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깨닫고, 농사를 온전히 내 삶으로 받아들이고, 사람들과 함께 꿈꿀 수 있었습니다.

농민회 활동을 하며 지역을 고민하고, 유기농을 하는 지역 농민들과 한울공동체를 거쳐 산들바다공동체를 같이 꾸려오는 과정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이어진 관계 속에서 사람이 변하면,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유기 농사꾼의 올곧은 마음이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었고, 소비자의 믿음이 다시 더 많은 농민들의 삶을 바꿔왔습니다.

‘내’가 필요한 일을 ‘우리’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왔던 지난 시간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겠습니다. 동고동락하던 동네 어르신들이 평생 살던 삶터를 떠나 요양원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삶에서 격리돼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젊을 때 같이 어울려 농사짓던 것처럼, 서로를 같이 돌보다가 자연스레 흙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 빈 자리에 스며들어 흙을 만지면서 살고 싶은 청년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고 싶습니다.

이 상은 지금의 산들바다영농조합에만 갇히지 말고, 자신과 주변을 다시 돌아보며 더 큰 우리가 되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 큰 뜻을 산들바다 식구들과 같이 되새기며 다시 또 천천히 한 걸음씩 걸어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30 대산농촌상
농업공직 부문

권순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관

1969년생
1993~2013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사
2013~현재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관

재배환경, 소비환경 등에 대응한 사과 신품종 30여 종 개발

현장 재배기술 개선으로 농가소득 증대 및 국산 품종 가능성 제고

권순일 수상자는 외국산 품종이 주를 이루는 사과 분야에서 29년간 한결같이 국산 사과 품종 개발과 연구에 힘써,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외국산 품종을 대체할 국산 사과 30여 종을 개발하여 이들에 대한 보급과 기술 지원 등으로 농민소득 증대와 국산 사과 품종의 가능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

권순일 수상자는 재배환경과 소비환경 변화에 대응한 품종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기상이변에 따른 기온 상승, 농업노동력 절감 등 재배환경의 변화와 1인 가구 증가, 공공급식 등 소비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재배가 편하고 노동력 감소의 장점이 있는 신품종을 개발하는 한편, 이러한 신품종의 보급과 현장 재배기술의 개선, 소비자 평가 등을 거쳐 일부 외국산 품종을 대체하고 품종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성과를 나타냈다. 여름사과‘썸머킹’은 쓰가루(아오리)를, 미니사과 ‘루비에스’는 ‘알프스오토메’를 점진적으로 대체하여 재배면적이 각각 250ha, 120ha(2020년)에 달하였다. 또한‘아리수’는 당도(평균 15.9°Brix)가 높고 모양과 빛깔이 좋아 농민과 소비자의 호평을 받으며재배면적이 618ha(2020년)에 이르고 있다.

권순일 수상자는 꾸준한 현장평가회와 설명회를 개최하고, SNS와 강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농가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소통하여 품종 특성에 따른 재배기술을 개선했다. 또한 농민의 안정적인 생산과 품질을 위해 지역과 풍토, 기후에 알맞은 품종을 선택하도록 지도하여 경북 김천, 예천, 영천, 강원 정선 등에서 품목별 조직화를 이끌었고, 공동출하와 유통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로 같은 시기 출하되는 타품종보다 20% 이상 높은 수취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유전자원 수집부터 수많은 연구개발 과정을 거치고 묘목증식, 지역적응시험, 소비자 평가 등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여 상품화하기까지 15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리는 과정을 묵묵히 이어오며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였고, 품종 개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농민과 소통하며 품종 보급과 현장 재배기술을 개선함으로써 종자 주권의 가능성을 높였다.

권순일 수상자는 농업직 연구자로서 일본품종이 대세인 사과 시장에서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지역에 알맞은 품종개발과 보급에 매진한 사과육종 분야의 대가로서, 농민과 전문가, 동료들에게 모범적인 공직자로 인정받고 있다.

수상소감

1993년 농업연구사로 입직한 후 29년간 사과 품종 개발이라는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많이 느리고 부족한 제가 연구소에 신규로 발령받았을 때는 사과연구소도 신설기관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시험 포장을 만들고 육종을 시작했습니다. 사과 신품종 개발 기간은 적어도 18년 이상 긴 시간이 걸리고, 농민들에게 보급하기까지는 족히 25년 이상이 걸립니다. 이렇듯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임에도 같은 분야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느리면서도 끈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10년 넘는 연구 기간에도 마땅한 성과가 없어 후배들에게도 뒤처져 힘들었던 시기를 ‘농민들께 인정받는 우수한 사과 품종을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버텼던 저 권순일 스스로에게 정말 고맙고 대견하다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제가 농업연구직 시험에 합격했을 때 제 은사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 기억합니다. “사람이 자기 이름을 세상에 알릴 방법은 돈, 권력, 명예 세 가지이다. 농업연구직은 공무원이니 큰 돈을 벌 수 없고, 섬겨야 할 대상이 힘없는 농민이니 권력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명예밖에 없다.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한 분야에서 오래 매진하면 연구성과가 나오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러니 한 우물을 파서 연구성과를 내면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고 너의 명예도 높아질 것이다.” 이 말씀을 가슴에 간직하고 농민에게 필요한 사과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하는데 전력을 쏟을 수 있었습니다. 아둔한 저에게 인생의 커다란 가르침을 주신 손두식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농업공직자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대산농촌상을 받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29년간 사과 품종 개발이란 한 분야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선후배 동료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사과연구소 설립 초기에 육종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같이 고생하셨던 강상조, 김목종, 이계준 선배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과연구소는 지금도 오지 수당을 받는 곳에 위치합니다. 그래서 가족도 저와 농촌에 삽니다. 저는 좋아서 선택한 길이지만, 농촌에 함께 살면서 나영이, 동우를 훌륭하게 잘 키워준 아내 홍은자, 가장 고맙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심사위원

본심사위원

김준권 평화나무농장 대표
김창길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특임교수
김현권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원장
양승룡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부문 심사위원

농촌발전 부문
박진희 초록누리협동조합 이사장
조병옥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지소분과장
황영모 전북연구원 산업경제연구부 부장

농업경영 부문
정상진 홍성친환경농업협회 회장
조원희 승곡체험휴양마을 대표
양석준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사전심사, 부문별 심사회의

농업공직 부문
소희주 진주우리먹거리협동조합 진주텃밭 이사장
이주현 건국대학교 식량자원과학과 교수
정민철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 이사

대산농촌상
상패에 담은

대산농촌상 상패는
“두 손” 은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을 만들어 가는 농민의 중요성을,
“새싹” 은 인류의 생명을 지켜주는 농업의 가치를,
“강철” 소재는 농민과 농업을 포용하는 변치 않는 삶의 근원인 농촌의 중요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상패를 디자인 한 윤호섭 교수는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 명예교수이자, 환경 공해를 최소화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그린디자이너’로 교육과 환경, 디자인과 환경을 접목해 자연의 메시지를 디자인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