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농촌상 제정의 뜻

대산농촌상 상패
대산농촌상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요, 농업은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이라는
대산 신용호 선생의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농업과 농촌 발전에 크게 공헌한 분을 발굴하여
그 공적을 기리고 우리 사회 전체의 귀감으로 삼아
복지농촌건설과 인류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1991년 제정한 상입니다.

농업경영 부문, 농촌발전 부문, 농업공직 부문 등
총 3개 부문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의 가치를 높이는 데
탁월한 업적을 세운 인사를 선정하여 시상합니다.

지난 32년간 농업의 가치와 농촌문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농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여
농업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식순

사회 : 정은정 작가 / 농촌사회학 연구자
개       식
사회
인  사  말
김기영 대산농촌재단 이사장
심사보고
양재의 심사위원장 /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시       상
공적영상 시상 수상소감
농업경영 부문
농촌발전 부문
농업공직 부문
박이준 수상자
권혁범 수상자
김경상 수상자
축하공연
박경준 바리톤
폐       식
사회
축  하  연

인사말

대산농촌재단 이사장 김기영
제32회 대산농촌상 시상식에 함께 해주시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을 한자리에서 만나니, 코로나19로 멈추었던 시간이 다시 제 속도로 흐르는 느낌이 들어 매우 감회가 새롭고 기쁩니다.

먼저 대산농촌상의 서른두 번째 주인공 세 분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또한, 명실공히 농업인의 자긍심이라 불리는 대산농촌상의 위상과 권위에 걸맞게 훌륭한 후보자를 발굴하여 추천해 주신 추천인 여러분과 공정한 심사를 위해 애쓰신 열다섯 분의 심사위원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농업과 농촌이 어렵지 않은 적이 있었나 하지만, 2023년 올해는 유난히 힘든 상황에 부닥친 농민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기후 위기라는 말은 농업 현장에서 농민이 가장 먼저 현실로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농사는 하늘과 동업하는 일이라고 하는데, 봄의 냉해와 여름의 긴 장마, 이어진 불볕더위와 태풍 등 불안정한 기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실 기후 위기뿐 아니라 글로벌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위험과 불안 요소가 걸쳐져 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밝지 않은 전망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각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바로 농업과 농촌에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세 분의 수상자는 이러한 희망을 앞장서 만들어 온 분들로, 각자의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과 농촌, 나아가 우리 사회를 위해 꾸준히 헌신하셨습니다.

자랑스러운 박이준 수상자님, 권혁범 수상자님, 그리고 김경상 수상자님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특별히 수고로운 길을 묵묵히 함께 걸어오신 배우자님과 가족 여러분도 애 많이 쓰셨습니다.

올해 2023년은 대산 신용호 선생이 영면하신 지 20년이 된 해로, 재단으로서도 의미가 깊은 해입니다. 지난 8월, 재단은 ‘대산의 유산, 지속 가능한 농農을 위한 연대’를 주제로 선생이 남긴 뜻을 기리며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행사에는 포천에서 제주까지, 재단 창립 이후 32년간 재단과 인연을 이어온 많은 분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대산’의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한 고민과 대안을 나누다 보니, 참 고맙고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연대가, 바로 대산 선생이 남긴 소중한 유산이자 우리 사회의 희망을 키우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산농촌상은 ‘농업 부문 노벨상’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이는 대산농촌상 수상자들이 수상 당시 업적에 그치지 않고, 수상 이후에도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 노력과 헌신을 지속해 주신 덕분에 얻은 별칭입니다. 대산농촌상 역대 수상자님들 고맙습니다. 아울러 재단과 연을 맺어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드높이는 다양한 노력과 활동을 하시는 농업인, 연구자, 장학생, 연수자, 재단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와 응원의 말씀을 전합니다.

32년간 한결같이 농農의 가치를 확산하는 일에 후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교보생명 신창재 대표이사 회장님과 교보생명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산 선생의 말씀처럼,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습니다.

대산농촌재단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해 길을 찾고, 만들며 나아가겠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동행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10월 25일
대산농촌재단 이사장 김 기 영

수상자 선정 경과

대산농촌상은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요, 농업은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이라는 대산 신용호 선생의 철학을 바탕으로 농업경영, 농촌발전, 농업공직 등 3개 부문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높이고 우리 농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탁월한 공적을 이룬 인사나 단체에 수여하는 우리나라 농업계 최고 권위의 상입니다.

수상자 선정 경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산농촌재단은 지난 1월, 제32회 대산농촌상 수상 후보자 추천을 공고하여 3월 31일까지 부문별로 후보자 추천을 받았습니다.

이 결과를 토대로 해당 분야 농민, 교수, 활동가, 연구자 등 각 부문 전문가 3인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서면심사, 심사 회의와 현장심사 등 3단계에 걸쳐 부문별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각 부문 심사위원회는 대산농촌상 제정의 뜻과 취지에 따라 공적의 탁월성과 가치, 지속 가능성과 발전 가능성을 종합하여 심사하였습니다. 또한, 10년 이내 공적을 중심으로 공익성과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두어 현장심사 대상자를 부문별로 3인을 선정하였습니다. 현장심사단은 3개 부문의 후보자 총 9인에 대하여 공적 사실을 확인하고 공적의 가치와 주변 평가를 내용으로 다각적인 현장 조사를 했습니다.

이후 사회 저명인사와 전문가 등 6인으로 본심사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본심사위원회는 수상 후보자들의 공적서와 각 부문 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격의 없는 토론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농업경영 부문은 지역에 맞는 작물인 미나리재배를 활성화하고 40년간 농민조직을 헌신적으로 이끌며 모범적인 농업경영모델을 구축한 박이준 (사)청도한재미나리생산자연합회 회장을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농촌발전 부문 수상자는 지역민에게 다양한 복지활동과 경제활동을 지원하여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 활성화를 이끌고, 주민이 주도하는 자립, 공생의 공동체 모델을 제시한 권혁범 (사)여민동락공동체 대표입니다.

농업공직 부문은 농촌지도직에 있으면서,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으로 지역특산품 배 산업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현장기술을 개발해 도입하여 농민 삶의 질을 높인 김경상 울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을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대산농촌재단 이사회는 본심사위원회가 제청한 3인에 대해 심의를 거쳐 제32회 대산농촌상 수상자로 확정하였고, 오늘 시상에 이르렀습니다.

32 대산농촌상 수상자

농업경영 부문
박이준 (사)청도한재미나리생산자연합회 회장

농촌발전 부문
권혁범 (사)여민동락공동체 대표

농업공직 부문
김경상 울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
32 대산농촌상 농업경영 부문
도덕현 도덕현유기농포도원 대표
박이준
(사)청도한재미나리생산자연합회 회장
1951년생
1992~2009 화악산한재미나리작목반 작목반장
2009~현재 한재미나리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
‘한재미나리’ 재배기술체계 확립과 육성, 판로 개척으로 농가소득 증대
농가조직화와 고품질화, 친환경농업화로 지속 가능한 농업경영 모델 제시
박이준 회장은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작물인 미나리 재배를 활성화하고, 40년간 철저한 품질 관리와 판로 확보와 농가 조직화를 바탕으로 모범적 농업경영 모델을 확립하는 한편, 친환경농업 확산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경북 청도군 한재골은 차가운 물, 비탈진 경사지, 배수성 높은 열악한 영농조건으로 청도군 내에서도 낙후한 농업 지역이었다. 박이준 회장은 1990년대 초 귀향해 지역 환경에 적합한 작물로 미나리를 선택했다. 1992년부터 하우스를 이용해 대량생산의 기반을 확립하는 한편, ‘생으로 먹는 미나리’를 지역특화품목으로 육성하고 다양한 판로 개척으로 안정적 생산기반을 마련했다.

2009년 한재 지역(4개 리)에서 130여 농가를 (사)청도한재미나리생산자연합회로 규합하여 현재까지 이끌면서 한재 지역을 총 60ha에서 연간 1300t 규모(전국 10%)를 생산하는 미나리 최대 주산지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또한, 친환경농업 생산과 연 1회 생산으로 고품질화를 실천했다.

‘한재미나리’는 독보적인 브랜드로, 생산자연합회에서 연초에 미나리 가격을 합의하여 책정하고, 연간 같은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한편, 농가당 평균 1억 원 이상 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2010년 지리적 표시등록을 한 ‘한재미나리’의 사례는 인근 지역의 미나리 산업 확산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다른 지역 타 작목 농민들에게도 중요한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다. 또한 매년 봄이면 ‘한재미나리’를 찾아오는 전국 관광객이 1만 명 이상이 될 정도로 지역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박이준 회장은 불리한 자연환경에서도 지역에 맞는 최적의 작물을 선택하고, 오랜 기간 헌신적인 리더십으로 농민조직을 이끌며, 지역농업 발전과 지속 가능한 농촌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수상소감
경북 청도 한재 미나리의 역사는 1965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깨끗한 물이 풍부한 한재의 자투리 논에서 자급자족용으로 미나리를 재배하던 것을, 1992년경 처음 하우스 시설재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12명의 농민으로 작목반을 구성했고, 어려운 농업환경 속에서도 청도군과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 현재 전국 미나리 최대 주산지로 자리매김하였으며 독보적 브랜드화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94년 경상북도 최초로 친환경 무농약 인증(16-16-3-1호)을 취득하여 현재까지 무농약 재배를 고수하며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빈틈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09년에 130여 농가를 규합해 (사)청도한재미나리생산자연합회를 설립하여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농민들과 함께 표준 재배 방법을 확립하고 철저한 품질 관리에 매진한 결과 한재미나리가 점차 자리를 잡게 되었고, 이러한 노력으로 2011년에는 향토지원육성사업에 선정되어 한재미나리 클러스터 사업 및 한재 미나리를 이용한 가공품 개발에 더욱더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청도 한재미나리를 만들기 위해 걸어온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오로지 어떻게 하면 고품질 미나리를 생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미나리 판로 개척으로 우리 130여 한재미나리 농가의 소득을 증대시킬까? 하는 생각으로 일해 왔습니다.
연합회를 이끌며 저는 사심 없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회원들이 공평하게 모든 권리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였고, ‘한재미나리’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했습니다.
한재 미나리는 연 1회 수확하여 대가 굵은 미나리로 이름이 높습니다. 미나리의 가격은 일 년에 한 번 농민들이 합의해서 정하며, 정한 가격은 모두가 준수합니다. 소비자가 한재미나리를 믿고 사 먹을 수 있도록 우리가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고,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킨다면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고 오래 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농민들과 함께해왔습니다.
지난 3년을 돌이켜 보면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나 한편,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대산농촌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되어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더 농업발전에 매진하라는 뜻으로 여기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한재미나리 재배 농가와 관계자 여러분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또한, 오늘의 저를 묵묵히 한평생 지켜봐 주다 지금은 하늘에 있는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마음으로 각자의 역할을 잘해주고 있는 우리 가족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산 좋고 물 좋은 경북 청도에서 자라 ‘생으로 먹는’ 친환경 청도 한재미나리를 더욱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32 대산농촌상 농촌발전 부문
권혁범 (사)여민동락공동체 대표
권혁범
(사)여민동락공동체 대표
1974년생
2010~현재 여민동락노인복지센터 시설장
2016~2021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지역민에게 필요한 복지, 생활, 교육 통합돌봄 실천
주민과 함께 지역순환경제 구현 및 지역사회 주도 농촌 활성화
권혁범 대표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비영리민간조직 ‘여민동락공동체’를 결성해 지역민에게 다양한 복지, 생활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을기업을 통해 지역순환경제를 구현하는 한편,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농촌 활성화로 지속 가능한 농촌공동체의 모델을 제시했다.

권혁범 대표는 2007년 연고가 없는 묘량면으로 이주했다. 함께 내려온 동료들과 노인복지센터를 설립하고 치매·중풍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대상으로 주간 보호, 방문 요양 서비스(재가노인복지)를 제공하는 한편, 노인 일자리 제공을 위해 2009년 모싯잎송편 공장과 동부콩 농장을 설립해 고령농의 소득증대를 돕고 사회적 관계 유지를 통한 삶의 활력을 증진하도록 했다.

학생 수가 12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있던 묘량중앙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한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2010년 학부모회장을 맡아 학교발전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통학용 승합차를 사들여 8년간 하루 4번씩(오전 1번, 오후 3번) 학생들의 등하교를 책임졌고, 방과 후 프로그램과 돌봄교실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다채로운 교육 활동을 주도해 2023년 10월 20일 기준 86명(초등학생 70명, 유치원생 16명)으로 증가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고, 이러한 학교살리기운동은 지역간 화합을 이끌어내는 단초가 되었다.

2010년 상점이 문을 닫자, 마을기업 동락점빵을 열어 지역 취약계층에게 생필품을 공급하는 한편, 42개 자연마을을 정기적으로 순회하는 이동점빵 차량을 운영했다. 이를 통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생활권을 확보하고, 고령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 판매도 지원하고 있다. 2014년에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고 400여 명의 지역민들과 함께 운영하여 지역순환경제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또한, 지역 내에서 사회적 농업을 이끌며 노인의 농작업 지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농업·농촌·생태 교육, 치매 노인을 위한 원예 프로그램, 독거노인 치매 예방을 위한 활동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복지 활동과 경제 활동 지원으로 농촌 활성화와 주민자치 실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수상소감
변방 중의 변방, 면 단위 농촌에 내려가자는 선배의 제안은 솔깃했습니다. 정처 없이 떠도는 도시 난민의 삶을 접고 농촌에서 ‘공익적 시민으로 살아보자’라는 말이었습니다. 젊은이들이 떠나는 농촌에서 어르신들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 동행하기, 시골의 작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농민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농촌의 삶터를 새롭게 살려보는 일, 뜻 맞는 동료들·주민들과 일상에서 작고 소박하게 협동하여 우리 모두의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는 것, 당시 별 볼 일 없던 나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정표가 되었죠. 그리고 농촌살이를 시작한 지 만 16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그 작고 소박한 ‘낭만’들이 현실에서 이어지기 위해선 최소 30년 정도는 온전히 그 삶에 집중해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대학 시절 배웠던 그 소중한 농업·농촌의 가치가 휘발되거나 인간사회의 원형과도 같았던 농촌공동체가 사실상 해체되기 일보 직전이니 이곳에서 그 무엇 하나 쉽게 이뤄질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근현대 농촌이 겪어온 고통의 역사에 비하며 우리의 족적은 새 발의 피죠.

그런데 이렇게 큰 상을 덥석 받아 버렸습니다. 지역의 농민들이 ‘가장 영예로운 상’이라고 알려주신 그 상을 말입니다. 심사 기간 내내 “난 아닐 거라” 부정했습니다만 막상 받고 보니 부끄럽게도 기쁩니다. 그래서 평생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헌신한 ‘무명’의 농민들과 선배 농촌 시민들에게 멋쩍게 말씀드립니다. “최소한 남은 기간은 채우겠습니다. 사실 다 당신들이 먼저 만들어 준 길입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면 단위 농촌에서 농사가 본업이 아니면서 그 지역 출신이 아닌 이들이 정착하기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원래 가지고 있던 농촌의 문화와 정서, 규범을 존중하며 지역에 스며든다는 것은 우리와 같은 성향을 가진 도시 촌놈들이 실천하기엔 벅찬 일이기도 합니다. 늘 머릿속 관념이 앞서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여민동락이 별의별 위기를 겪으면서도 현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다음의 생활 헌법이 바탕을 이뤘기 때문입니다.

‘인사 잘하기’, ‘잘 듣기’, ‘늘 묻고 의논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하기’는 우리들이 지켜야 할 농촌살이의 중요한 태도이자 방향이었습니다. 이것을 일상의 규범으로 만든이가 여민동락 초대 대표이자 농촌행을 제안했던 강위원 선배입니다. 그에게도 감사합니다.

현재 여민동락엔 15명 정도가 함께 일을 하며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 연고가 없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흔히 새로운 삶을 찾아 농촌행을 택한 귀농·귀촌인들이죠. 물론 모두 여기서 처음 만난 이들입니다만 동료와 지역사회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공익적 시민’으로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의 땀과 눈물, 헌신이 있었기에 이 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여민동락 살림꾼들의 대표로서 받은 것이기에 이들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하던 일 잘 이어가겠습니다. ‘사람, 지역사회, 자연’이 서로 돌보며 아끼는 좋은 삶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32 대산농촌상 농업공직 부문
김경상 울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
김경상
울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과장
1978년생
2005~2020 울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사
2020~현재 울산광역시농업기술센터 지방농촌지도관
소비 변화에 대응한 ‘맛있는 우리배’ 품종 도입과 브랜드 관리로 지역농업 활성화
농가 주도형 거버넌스 구축과 현장농업기술 전파로 농민 삶의 질 향상
김경상 과장은 2005년부터 지도직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지역 특산품 개발과 농민 소득증대를 위해 헌신하며, 변화와 혁신으로 지역농업의 활성화를 이끌었다. 특히 울산시 특산품인 ‘배’ 산업 부흥을 위해 적합한 품종 도입과 재배기술 개발, 브랜드화와 엄격한 품질 관리로 농가 경쟁력 향상과 소비 패러다임 전환에 초석을 다졌다.

울산시는 제조업이 중심인 도시로 농업 비중은 작지만, ‘배’는 지역 특산품으로 전국 점유율이 5.5%, 재배면적 538ha(2022)를 차지하는 작목이다. 김경상 과장은 기존 배 산업의 틀을 깨고 소비자의 요구와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작고 맛있는 배’에 주목하여 2015년,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황금배’를 선택하고 ‘황금실록’ 브랜드를 육성했다. 이 과정에서 식물생장조절제(지베렐린)를 사용하지 않고, 잔류농약이 전혀 검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하는 한편, 최저당도(12.0Brix)를 보증하는 ‘건강하고 맛있는’ 배를 생산하고자 농민을 적극적으로 지도했다. 그 결과 황금실록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 안정적 소비처를 확보하고, 기존 배보다 높은 수취가격(3만 5000원/5kg)으로 농가소득을 3배 이상 높이는 등 경쟁력을 확보했다.

김경상 과장은 신속 정확한 펀치 접목기술, 수출 배 과피얼룩 방제기술, 배꽃 동상해 방지기술 등 다양한 현장기술을 개발해 보급하는 등 농민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농민이 지역농업을 이끄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농가 주도형 ‘울산우리배연구회(42ha, 61호)’를 육성하고 울산원예농협,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농촌진흥청 등 관계기관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확립했다.

김경상 과장은 끊임없이 농민과 소통하며 현장에서 필요한 농업기술을 연구, 보급하고 농민의 삶의 질 향상과 농가소득 증대에 크게 이바지하여, 지역 농민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수상소감
대산농촌상을 수상하게 돼서 너무 영광스럽습니다. 그동안 함께 했던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한 번 더 느끼게 됩니다. 지금까지 동고동락했던 농업인분들, 언제나 아낌없이 기술지원을 해주신 배연구소 외 농촌진흥청 관계자분들, 많은 격려와 업무지원을 해주신 기술센터의 퇴직하신 선배님들과 동료분들, 그리고, 제가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내조해 준 아내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2005년 농촌지도사로 과수팀에 발령받아 15년간 과수(배) 업무를 보았습니다. 첫 업무가 탑프루트 프로젝트 시범사업이었습니다. 최고품질 생산단지 육성으로 국내 과수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3년간 매월 현장 컨설팅을 추진하는 농촌진흥청의 역점사업이었습니다. 매월 현장 교육을 통해 저는 단기간에 배 전문가가 될 수 있었고, 농가들과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적기에 수확한 배는 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른 추석 덜 익은 배가 고가에 유통되면서 ‘배는 귀신이 먹는 과일’이라는 오명과 함께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었고,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많은 시행착오와 새로운 전략에도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계속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2015년 국비사업으로 울산 황금배를 ‘껍질째 먹어도 안전한 작고 맛있는 배’로 차별화하겠다고 했을 때, 저를 믿고 함께해 주신 분들과 보조금에 욕심내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하신 분들, 모두가 울산 배 산업의 변화를 이끈 주인공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업 현장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증시험을 추진하면서 펀치접목기술, 수출 배 과피얼룩 방지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내 일처럼 협조해 주셨고, 특히, 배꽃 동상해 방지기술을 개발할 때는 효과 검증을 위해 대조구의 피해도 기꺼이 감수해 주셨던 그 마음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맛으로 차별화하기 위해 최저당도 보증기술을 개발하여 품질관리를 하면서, 가장 가까웠던 분들을 불합격 처리할 때, 서로가 말없이 눈을 마주했던 그 순간의 미안함은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농촌지도직 공무원인 저에게 농업 그리고 농업인이란 존재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휴일이든, 이른 아침이든 걸려오는 전화를 민원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어려울 때 찾아주는 농업인들이 저를 더 고민하고 탐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발전하고 변한다 해도, 우리의 먹거리, 농업의 가치는 그 어떤 산업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존엄하다고 생각합니다. 농업 분야 공직자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농가 소득향상과 농업의 가치 확산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끝으로, 지금까지 함께했던 분들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농업에 꼭 필요한 사람, 고마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심사위원

※ 가나다순

심사위원
곽금순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상임대표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양승룡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양재의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명예교수
최봉순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사회서비스과 과장
현용행 돌돌꽃농원 대표 / 제26회 대산농촌상 수상자
부문
심사위원

농업경영 부문

구점숙 언니네텃밭 여성농민생산자협동조합 운영위원장
양석준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정건수 여주시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농촌발전 부문

서정민 지역순환경제센터 센터장
이원영 ㈜농업법인 도담 대표이사
이해진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농업공직 부문

김관수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박종서 경기도농수산진흥원 경영혁신본부장
원재정 한국농정신문 편집국장

대산농촌상 상패에 담은

대산농촌상 상패는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요, 농업은 생명을 지켜주는 산업”이라는
대산 신용호 선생의 철학을 창조의 상징인 ‘손’에 담았습니다.

‘두 손’ 은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을 만들어 가는 농민의 중요성을,
‘새싹’ 은 인류의 생명을 지켜주는 농업의 가치를,
‘강철’ 소재는 농민과 농업을 포용하는 변치 않는 삶의 근원인 농촌의 중요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상패를 디자인한 윤호섭 교수는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 명예교수이자, 환경 공해를 최소화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그린 디자이너’로 교육과 환경, 디자인과 환경을 접목해 자연의 메시지를 디자인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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