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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친환경농업담양교육원] 우리 가족의 농촌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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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최기춘 |
날짜 : 18.07.29 |
조회 : 8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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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농촌여행
팔순이 넘으신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외출을 거의 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매일 집에만 계시니 노인성 우울증까지 있어서 기분 전환을 위해 여행을 보내드리려고 하였지만, 도무지 어디를 가시려고 하지 않아서 무척 고민이 많았다. 농촌에서 반평생을 사신 어머니에게 가장 적합한 여행지가 어디일까 생각하다가 예전에 한 번 참가한 적이 있는 ‘나를 바꾸는 밥상’이 제일 좋겠다고 여겨 곧바로 전남 담양 두리농장에 참가 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아내와 딸아이가 ‘나를 바꾸는 밥상’에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미 몇 년 전에 대산농촌재단에서 후원하는 ‘나를 바꾸는 밥상’ DMZ평화생명동산(강원도 인제)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또 뭐하러 가느냐는 것이었다. 아내와 딸아이는 이미 한 번 해본 프로그램이라서 또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인제와 담양은 서로 다르니 이 번 한 번만 어머니 모시고 같이 가자고 계속 설득을 하였다. 또 당첨이 되어야 갈 수 있는데, 당첨이 된다면 여행을 가라는 신의 뜻이니 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마뜩잖아 하는 아내와 딸아이를 간신히 설득하였다. 아내 입장에서는 가족 여행이 아니라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효도여행이니 별로 기분이 내키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니 어머니 혼자 가시는 것보다 이모님과 같이 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모님도 같이 모시고 가기로 하였다. 마침 운 좋게 당첨이 되어 드디어 전남 담양에서 진행되는 ‘나를 바꾸는 밥상’에 가게 되었다.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참으로 힘들게 준비한 가족여행이었는데, 뉴스에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나왔다. 그 소식을 듣자 조금씩 걱정이 들기 시작하였다. 이 번 여행에서는 어머니가 팔순이 넘은 데다가 건강까지 좋지 않아서 고속철도와 렌트카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토요일 내내 비가 온다는데, 일요일마저 비가 오면 어떻게 될까? 비가 오면 제대로 된 체험을 하지 못할까 봐 마음이 초조해졌다. 초조한 마음을 안은 채 노모를 모시고 담양 두리농원까지 편안히 가기 위해서 서울 수서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는 SRT로 이동하고 광주송정역에서 차를 렌트하여 담양 두리농원으로 가는 일정을 잡았다.
5월 12일에 9시에 출발하여 렌터카를 인수한 시각은 낮 12시. 곧바로 차를 타고 담양두리농원에 도착하니 12:40이 되었다. 서둘러 식사를 하고 뒤늦게 김민자 (사)전남친환경 농업담양교육원 원장님이 진행하는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였다. 점심은 두리농장에서 재배한 채소로 만든 자연식 유기농 식사였는데, 담백하면서도 아주 맛이 있었다.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마냥 안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비웃듯이, 솔향 나는 한옥에 맺힌 자욱한 안개와 풀잎 끝에서부터 떨어지는 빗물은 지극히 아름답기만 하였다.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두리농원 김상식 대표님이 들려주는 ‘유기농업과 안전한 먹거리 이야기’를 들었다. 김상식 대표님과 김민자 원장님은 부부이고, 김두리 사무장님은 두 분의 따님이다. 김상식 대표님은 두리농원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신 분이었는데, 친환경농업에 큰 역할을 하신 분이셨다. 그런데 어머니와 딸아이는 김 대표님의 강의 후반부에서 조금 지겨운지 잠깐 졸기도 하였다. 뒤이어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먹거리 특강’이 있었다. 이 분 말씀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두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심지어 중3 딸아이는 강의 내내 귀를 쫑긋 세우며 열심히 들었고, 어머니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우리 농촌과 먹거리의 중요성을 구수한 입담으로 때로는 날카로운 풍자로 지적하는 김은진 교수님의 특강 하나만으로도 이 번 여행의 가치는 충분했다.
간간히 내리던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다. 오후 5시 반부터 6시 20분까지 김민자 원장님이 손수건 천연염색을 가르쳐주셨다. 두 가지 천연염색 중에서 각자 원하는 색깔의 염색을 하도록 하셨는데, 염색물이 워낙 뜨거워서 처음에 손수건을 주무를 때는 제대로 하기가 힘들었다. 저녁 6시 20분부터 저녁식사를 하였다. 저녁에는 고기반찬이 나왔는데, 닭고기가 참 맛있었다. 딸아이는 두 번씩이나 닭고기를 가져다 먹었다. 저녁 식사 후 고 잠시 쉬고나서 7시반부터 유기농 장아찌 만들기를 하였다. 김민자 원장님이 ‘장아찌에 쓰이는 간장은 천연재료로 만든 간장이니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이 나니 버리지 말고 다 드시라’고 말씀하였다.
장아찌 만들기가 끝난 후에 김영희 명창, 손지연 무용가와 함께 하는 우리 가락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원래는 한옥 잔디마당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비가 와서 실내로 장소를 바꾸었다. 은은한 조명의 한옥에서 야외음악회를 즐겼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실내에서 진행되는 작은 음악회도 매우 즐거웠다. 특히 강강술래를 도는데, 아이들이 어찌난 신나하는지 따라가는 데 지칠 정도였다. 몸이 좋지 않으신 어머니도 같이 강강술래를 도는데, 정말 어린아이 같이 즐거워하셨다. 밤참으로 감자와 유기농토마토 주스를 주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어디 가서 이런 맛난 먹거리를 먹을 수 있을까 싶다. 숙소인 한옥은 개량식이었는데, 외풍이 전혀 없고 쾌적하였다. 우리가 묵은 곳에는 각 호실마다 다락방이 있었는데, 딸아이는 다락방이 좋다고 하며 연신 유쾌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간간히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일기예보대로 날씨가 환히 개었다. 체험 일정에 전혀 지장이 없게 되었다.
아침식사 전에 김상식 대표님의 안내로 유기농산물 수확체험을 하였다. 각자 상추 따기를 하였는데, 각 가족마다 유기농 방울토마토를 1상자씩 따서 가져가도록 해주셨다. 음, 내가 지금껏 맛본 방울토마토 중에서 제일 맛있는 방울토마토였다. 자연수정으로 열린 토마토라서 껍질도 얇고, 천연퇴비를 영양분으로 자라난 토마토라서 싱싱하고 맛이 진했다. 어떤 분은 별도로 토마토를 5kg 주문해서 가져가셨다.
열심히 일을 해서 그런지 아침이 달고 맛있었다. 아침 10시부터 두리농원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죽녹원 탐방을 하고 관방제림을 거쳐서 메타세쿼이아길을 걸었다. 김상식 대표님과 김두리 사무장님이 안내를 해주셨는데, 두 분이 참 수고를 많이 해주셨다.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는 죽녹원을 반만 도시고 한자리에 앉아 쉬고 계셨는데, 날씨가 좋아서인지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길은 끝까지 다 걸으셨다. 나는 메타세쿼이아길보다 관방제림이 더 좋았다.
다시 버스를 타고 두리농원으로 돌아와서는 점심식사를 하고, 간단한 소감 발표 및 설문지 작성을 한 뒤에 단체사진 촬영을 하였다. 우리 가족은 김민자 원장님과 같이 기념사진도 찍었다. 어떤 가족은 더 남아서 한옥의 정취를 즐겼지만 서울로 가는 SRT를 타야 하는 우리 가족은 서둘러서 두리농원을 떠나야했다. 광주송정역으로 오면서 5.18묘지에 들러서 5.18광주민중항쟁추모탑에서 잠시 참배를 하였다.
시작은 어머니께 우울한 일상을 내려놓고 잠시 자연 속의 힐링을 선물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아내와 딸아이와의 갈등에도 기어코 떠난 대산농촌재단 여행은 기대했던 나에게도, 가기 싫어했던 아내와 딸아이에게도, 모든 것에 흥미를 잃으신 것 같았던 어머니에게조차 큰 선물이 되어 다가왔다. 깨끗한 공기 속 아름다운 한옥에서 먹는 밥상은 그 어느 것 보다도 값진 경험이었다. 다녀온 후 지인들에게도 추천할 만큼 만족스러웠던 가족 여행이었다. 오랜만에 떠난 가족 여행이 우리 가족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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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갑습니다. 같은 날 체험한 울산가족이에요. 대가족이 함께 오셔서 보기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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