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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DMZ평화생명동산] 먹거리와 토종씨앗을 배우고 별을 보며 소원을 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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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정욱 |
날짜 : 19.07.07 |
조회 : 8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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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출근하여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어느 날, 불현 듯 “나를 바꾸는 밥상 참가자 선정을 축하합니다.^^” 문자를 받았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니, 함께 신청했던 형네 가족도 함께 나란히 선정되어 있었다.
저녁에 아이들에게 “나를 바꾸는 밥상” 1박2일 행사에 참여하러 인제 DMZ 부근을 간다고 하니, 대뜸 인제는 어디에 있고 DMZ는 무엇인지 묻는다.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일제치하, 해방, 38선 그리고 한국전쟁 발발과 휴전으로 향한다.
주말에 늘 그렇듯, 차량이 밀리는 것을 피해보고자 다소 일찍 서울에서 출발하였더니 도착시간을 한 참 남겨두고 목적지인 <한국DMZ평화생명동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두어 시간 가량 차 안에서 몸이 근질근질해던 아이들은 도착 즉시 함께 가져간 피구공과 배드민턴 채를 들고 앞장섰다. 그 덕분에, 아이들과 운동도 곤충도 관찰하며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곳저곳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햇볕에 오래 노출되어 바래지고 시간이 지나며 다소 낡은 것들도 있었으나, 건물 자체가 자연에 모나지 않고 주변과 어우러지게 배치되어 더욱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나를 바꾸는 밥상’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노동이라기보다는, 몸의 독소를 정화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함께 나눠먹는 연습이었다. 한국DMZ평화생명동산에서 직접 기르거나 주변 마을 농부들의 농작물로 만들었다고 하니, 더욱 의미 있었다. 물론 나물, 장아찌 그리고 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은 반찬이 입에 맞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밥 한 톨 남겨선 안 된다’며 내가 어렸을 때 받았던 가르침을 그대로 전달한다.
하지(夏至)날이라 그런지 햇볕이 강하게 내리 쬐서, 오후 다소 늦게 오행동산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처음 우리를 반기는 건 튼실하게 익은 오디 열매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손과 입술을 오디색으로 물들이며 뽕나무 열매를 따 먹었다. 그리고 이제 시장과 마트에서 보기 쉽지 않은 앵두열매도 한주먹씩 맛볼 수 있었다. 아이들과 앵두를 먹고 남은 씨앗으로 ‘씨앗 멀리 뱉기’ 시합도 하였다.
이제 본격적인 농사체험을 하기 전, 종자산업과 토종 씨앗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IMF 구제금융과 산업구조개편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종자 회사들이 외국에 팔렸고 농부들이 현재 심는 씨앗도 자연에서 얻은 것이 아니라 종자회사들이 인공적으로 제작했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생각해보니, 주말농장에서 심었던 들깨의 씨앗이 땅에 떨어지고 이듬해는 들깨라 불리기에 약간 이상한 작물이 자라는 것을 목격했는데, 해외 종자회사들이 번식되지 않게 인공적으로 수정한 것이었다. 곧이어 토종 씨앗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종의 다양성과 건강한 먹거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우리 주말농장에 심겠다며, 토종 콩 씨앗을 한 움큼씩 받아왔다. 올해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 농사가 시작되면 땅에 심어볼 계획이다.
저녁을 먹고 표고버섯 장아찌를 만들었다. 피클은 좋아하지만 유독 장아찌를 멀리하는 아이들에게 식생활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장아찌는 오랫동안 음식이 상하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고안된 요리법인데, 나는 장아찌를 먹을 때마다 그 오랫동안 숙성했던 맛을 찾아보려고 애를 쓴다. 시간을 먹는다는 느낌이랄까. 아이들도 함께 만든 표고버섯 장아찌를 통해 장아찌를 맛있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든 공식 행사가 마치고 숙소를 향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왔는데, 하.늘.에.서.별.이.쏟.아.지.고.있.었.다. 어렵지 않게 누구나 북두칠성을 찾았고 천문대에서 천문학을 잠시 공부했던 딸아이가 북극성도 쉽게 설명해줬다. 고정되어 제자리에서 반짝이는 행성이나 별과 달리, 지구 주위를 빠른 속도로 도는 인공위성도 여럿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운이 좋았던지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가는 별똥별도 두 개나 우리 눈을 즐겁게 했다. 우리 가족 모두 재빠르게 자신만의 소원을 간절하게 빌었다. 목을 오랫동안 뒤로 젖혀 아프기를 수차례하고서야 우리는 숙소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이튿날 DMZ 생태체험으로 두타연을 방문했다.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 안에 위치해 있어서 출입을 위해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버스 안에 올라 우리를 확인하기도 했다. 주변으로는 철조망과 ‘지뢰’라는 표지가 눈에 띄었고 우리가 휴전선 인근에 있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다시 한 번 아이들에게 한국전쟁의 비극과 평화의 중요성 그리고 나의 군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타연은 휴전선을 가로질러 내려온 물이 폭포로 떨어지며 만들어진 연못이었다. 워낙 맑아서 물 안에 있는 물고기도 눈에 보이고 주변 풍경이 장관이었다.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며 모든 공식 행사를 마치고, 우리는 부근에 위치한 ‘제4땅굴’과 ‘을지 전망대’도 방문했다. DMZ의 푸르른 수목 사이에 자리한 남과 북의 철조망과 초소들은 오랫동안 햇빛에 바래고 바람에 시달려 무척이나 낡아 있었다. 아이들과 조용히 평화를 기원하며 돌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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