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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던 '산청 얼레지 피는 마을'을 다녀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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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재경 |
날짜 : 19.10.28 |
조회 : 13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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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연휴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막막했던 어느날....
실낫같은 희망으로 대산농촌재단 가족사랑 농촌체험을 신청하게 되었다.
작년 '여수 갓고을 마을'에 이어 두번째로 신청을 했던 올해..
높은 경쟁률에 봄, 여름 신청에 모두 떨어지고...
참가자 발표가 나던날 대기가족 5번이라는것을 확인하고, 이번 농촌체험은 못 갈 것이라 포기한 상태였다.
체험을 며칠 앞둔 어느날 대산농촌재단에서 연락이 왔다.
최근 들어 가장 반갑고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체험 전날 설레여서 잠이 오지 않았다.
짐가방에 아이들 옷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겨우 잠을 청했다.
드디어 날이 밝자 두 아들과 친정어머니와 함께 산청으로 출발했다.
어제까지 몰아치던 비바람에 날씨가 좋지 않을꺼라 예상했었는데,
첫날부터 태풍이 몰아치던 하늘은 파랗고, 모든 풍경들이 먼지를 씻은 듯 더 깨끗하고 선명해 보였다.
산청 얼레지피는 마을이라는 곳을 떠올렸을때...
황금들녘의 옹기종기 모여사는 어느 시골 마을을 상상했었다.
상상과 다르게 굽이굽이 산을 올라가니 산청 둔철산 분지에 집들이 조금씩 떨어져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큰 아이는 신이나서 곤충채집부터 하였다.
사마귀 1마리를 잡아 채집통에 넣어두고, 먹이도 넣어주며, 사마귀 관찰을 하며 시간가는 줄 몰라했다.
체험가족들이 모이기로 한 쉼터식당에서 처음 만난 가족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점심을 함께 하게 되었다.
갖가지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신 음식들로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하는 큰 아이가 맛있게 먹어주어 첫 식사부터 한결 수월한 식사시간이 되었다.
식사를 하고 얼레지는피는 마을 성경모 똥쌤과 사무장님과 함께 "정취암" 탐방을 했다.
작은 암자지만 수려한 경치와 정취암 정상의 탁 트인 풍경과 시원한 바람에 그 동안 쌓아두었던 근심, 걱정들이 다 사라지는것 같았다.
정취암을 내려오며 아이들은 꽃잎을 머리핀 삼아 서로 꼽아주기도 하고, 처음 만났지만 스스럼없이 챙겨주고, 함께 웃는 아이들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었다.
모든 일정의 중심장소인 간디초등학교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다.
몸살림 운동, 크나이프 물치료, 황토방 체험 등 몸이 건강해 지는 시간이였다.
똥샘 사모님께서 "아름다운 실수 시작이기도 해요"라는 동화책을 읽어 주셨다.
아이에게 늘 실수하지 않고, 잘 하기를 바라는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하는 책이였다.
가족마다 나눠주시는 2권의 동화책을 읽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가족 발표차례가 왔다... 우리 가족이 읽었던 "웨슬리 나라"의 내용을 예상외로 큰 아이가 줄거리와 느낌을 잘 이야기하였다.
평소 발표는 잘 못 할거라 생각했던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늘 장난만 치고, 산만할거라 생각했던 아이가, 진지해 보이지 않는 행동속에서도 집중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였다.
이야기 게임을 처음 하게 되었는데, 각 가족마다 정답카드를 맞추려 추리하는 시간을 갖게되니, 아이도 어른도 모두 즐길 수 있는 게임이였다.
첫날 일정이 모두 끝나고 꿀맛같은 저녁식사 시간 큰 아이가 숙소가 배정된 종이를 들고 왔다.
우리의 숙소는 안솔기쉼터 버섯모양의 예쁜 뜰이 있는 멋진 황토집이였다.
같은 대구에서 온 서현이네 가족과 같은 숙소를 배정 받으니 아이들이 너무나도 기뻐했다.
또래가 비슷하니 아이들이 정말 즐겁게 어울렸다.
엄마들은 지금껏 다녀왔던 농촌체험마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저렇게 잘 지내는데 내일 간다고 생각하면 너무 서운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체험 1박2일도 참 좋지만, 2박3일의 여유있는 일정이 너무 좋은 것 같았다.
내일은 어떤 하루를 보낼지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
산골의 아침은 더 일찍 찾아오는 듯했다.
아침 햇살이 들어오기 무섭게 아이들은 잠옷 바람으로 뛰어나가, 마당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인아주머니께서 키우시는 고양이와 놀기도 하고, 민달팽이 구경, 그네도 타고 아침부터 바빴다.
어느새 놀다보니 안솔기쉼터 주인아주머니께서 보기만 해도 건강해 보이는 손수 키운 수확물로 풍성한 아침상을 내어 주셨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간디초등학교에서 모여 개울 구경을 하러 갔다.
다슬기 체험을 하려 했으나, 태풍으로 비가 많이 내린 탓에 개울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숲길을 여럿이 걷기만 해도 좋았다. 개울 구경을 하러 가면서 똑바로 걸어갈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태풍으로 떨어진 밤송이들을 보고 있자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체험 가족들은 밤송이의 알밤을 정신없이 담으며 그 길을 지나온 것 같다.
다음 일정은 '똥네 한바퀴' 정해진 숲 코스 하나하나를 지나며 미션을 수행하는 체험이였는데, 큰 아이가 어찌나 신나게 숲길 여러곳을 뛰어다니는지, 우리가족 일행은 첫째 따라다니기 바빴다.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똥네 한바퀴’ 였다.
똥네한바퀴가 끝나고 맛있는 비빔밥, 해물파전, 칼국수를 먹고, 마침 산청약초축제를 하는 기간이라 축제를 보러 갔다. 축제장에서 마당극은 처음 보았는데, 아이도 어른도 함께 웃으며 즐겁게 관람을 했다.
마당극 중 사무장님이 신랑으로 불려 나가시는 바람에 더 배꼽을 잡았던 것 같다.
산청약초축제장을 구경하며 의녀복도 입어보고, 여러체험을 하며 매직쇼를 마지막으로 보러 갔는데
마술사가 "춤 잘 추는 어린이 나오세요" 하자, 큰 아이가 뛰어나가 춤도 추고 도우미역도 제대로 하고 왔다. 아이가 무대체질인가 보다. 숙소로 돌아가야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왔고, 아이를 무대에서 데리고 내려 와야하나 조마조마하던 찰나, 마침 매직쇼가 끝나고 내려오자 마자 아이의 손을 잡고 집합장소로 뛰었다.
우리의 식사를 책임져준 쉼터식당에서 바베큐 파티가 열렸다.
아이들은 이제 너나할 것 없이 삼삼오오 모여 땅위에서 어릴적 했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뼈다귀' 등을 하며 그날 놀이의 하이라이트 '종이컵 계주'까지 멋지게 했다.
많은 아이들을 잘 놀수있게 인솔해준 서현이 어머니의 놀라운 리더쉽.
틈틈히 아이들이 잘 놀아주어 여러 부모님들도 즐겁게 식사하며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보며 아빠엄마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거 같다.
뚜껑위 노릇노릇 맛깔나게 굽힌 삼겹살과 싱싱한 쌈채소와 밑반찬들로 역시나 밥맛이 꿀맛이였다.
저녁 식사 후 둘째날의 마지막 일정 캠프파이어를 했다.
이제는 캠핑장이나 시골에 가야 맡을 수 있는 나무 타는 냄새와 타닥타탁 나무 타는 소리, 따스한 온기, 모닥불 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도 편해졌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과 초생달도 왜 그리도 예쁜건지...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 생각하니 아쉽고 또 아쉬웠다.
열심히 주웠던 밤들이 진가를 발휘하는 시간...
모닥불에 주운 밤들을 호호 불며 구워 먹으니 껍질까기 무섭게 둘째아이가 더 달라고 재촉을 했다.
마지막밤 일정을 모두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아이들은 서현이네와 보드게임을 하며 신나게 놀았다.
마지막밤이 아쉬어 서현이네 가족과 더 많은 얘기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고단했던지 일찍 잠이 들어버렸다.
다음날 주인아주머니께서 차려주신 맛있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마지막 일정을 하러 간디초등학교로 향했다.
마지막 일정은 간디유정란 농장 체험하기.. 첫째아이가 기대하고, 기다렸던 시간이였다.
자연친화적으로 닭을 키우시니 닭장에 냄새도 없고, 닭들은 자유분방하고,
좁디좁은 닭장에 갖힌 불쌍한 닭들에 비해 훨씬 건강해 보였다.
닭도 직접 만져보고, 방금 놓은 따뜻한 알도 담아 볼 수 있었다.
한번 들어간 닭장에서 나오지 않는 우리 아이들...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나보다.
얼레지피는 마을 만다꼬? 만다꼬 그렇게 일 하랴, 아이들 키우랴, 살림 하랴 아둥바둥 살았는지 조금은 여유를 갖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산청 얼레지피는 마을”
자연을 벗 삼아 마을 사람들과 따스한 정을 나누고, 자연이 내어 주는것에 더 욕심내지 않고,
자연이 주는것에 감사하며, 물 흐르듯 사시는 산청 둔천 얼레지피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늘 빨리빨리를 외치며 정신없이 살아온 내 자신을 돌아보며 나를 더 찾게 해준 소중하고 값진 시간들이였다.
아이들을 위해 갔었던 마을이 삶에 지친 나에게 위안을 줄 줄이야..
제2의 고향 같았던 “산청 얼레지피는 마을”을 생각하니 가슴이 따스해져 온다.
둘째 아이가 5세라 이번 가족 어린이들중에 가장 나이가 어렸다.
모든 일정을 잘 소화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었고,
처음 가보는 농촌체험에 친정어머니가 불편해 하시지는 않을지 염려했던 부분들이
전혀 걱정할 것이 없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둘째아이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즐겁게 참여했었고 신나게 뛰어 놀았다.
친정어머니도 힐링의 시간이였다고 말씀 하시는 것을 보니 이번에 모시고 가길 참 잘 했구나 싶었다.
아이들 아빠와 시간이 맞지 않아 이번에 함께 하지 못 했지만
우리가족이 체험할 수 있는 그날까지 매년 농촌체험에 신청해 보아야겠다.
전국 마을마다 체험할 수 있게 지원 해준 대산농촌재단과
이 모든 일정을 열심히 이끌어주신 똥쌤과 사무장님
책과 시를 읽어 주시며 아이와 공감할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신 똥쌤 사모님과
매 끼니마다 맛있는 음식을 해 주셨던 쉼터식당 아주머니들
편안한 잠자리, 정갈한 아침과 맛있는 커피를 내어주신 안솔기쉼터 주인 아주머니
2박3일 동안 함께 생활해서 정이 많이 든 서현이네 가족,
이번 체험이 마지막이라 내가 더 서운했던 친형처럼 우리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잘 보살펴 주었던 해운대 준혁이네 가족,
이번 체험에 함께 했었던 여러 가족들 모두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가족체험에서 우연히 다시 건강하게 만나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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