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업 기술 보급과 전파로 지역의 유기농업 확산
농민 협력으로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
이도훈 수상자는 40여 년간 농업 외길을 걸으며 농민운동을 주도하고, 지역 내 친환경농업 토대 마련과 지속 가능한 농업 실현을 이끌며, 이를 바탕으로 농업과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데 이바지했다.
1990년대 초부터 유기농자재를 개발하면서 충북 괴산군의 유기농업을 선도적으로 이끌었다. 2001년 12농가와 함께 흙사랑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여 공동선별과 물류, 분배 체계를 확립하고 농사규모가 큰 회원이 소농을 도와주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이와 함께, 흙사랑영농조합법인은 20년간 ‘흙을 가꾸며 지역과 함께 한다’는 사명을 실현하며 60여 농가로 규모가 확대되었다.
이도훈 수상자는 귀농인을 법인 실무자로 채용해 일정기간 일하면서 농사를 배우게 하여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지역사회의 활동가를 조직화하고 후계인력을 책임 있게 양성했다. 사회적협동조합 문전성시의 설립으로 직거래장터를 운영하고, 다함께세상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사회적 약자 돌봄 활동 등을 활발하게 펼치며, 농업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사회적 경제 영역으로 활동을 확장했다.
괴산군 27개 단체의 참여를 이끌어 학교급식조례 제정과 학교급식 실시를 주도하고, 괴산 공공급식조례 제정과 공공급식지원센터 설립을 이끌어냈다. 이를 토대로 지역 내 선순환, 먹거리복지에 기초한 정책을 주도하여 농업과 지역 먹거리 선순환 체계 구축에 이바지하면서 민관협치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도훈 수상자는 유기농업의 확산뿐 아니라 다양한 농민운동과 협동조합운동 등을 통해 지역의 발전과 선순환체계 구축에 이바지하여 지역사회의 깊은 존경과 신망을 받고 있다.
수상소감
느티나무가 많은 괴산에서 40여 년 농사를 지었습니다. 농사짓기 쉽지 않지만,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목수인 아버지가 남겨주신 유일한 유산, 남다른 손놀림으로 작물을 돌보며 살길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걸리는 건 제 아내입니다. 35년 전 농촌봉사활동을 왔다 저를 만나 평생 저를 돌보다 1년 전 먼저 먼 길을 떠났지요. 농업 동지였던 제 아내 덕에 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오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 상은 농부 동지 용찬희가 저에게 준 고마운 기억의 상입니다. 바로 1주기에 수상 소식을 전해주었으니까요.
농부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뽐내는 일에는 서툽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40여 년 농사지어도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지만, 사람으로 태어난 순리의 일을 다 했습니다. 오늘 이런 상을 받으니 푸근하고 힘이 납니다. 제 도리를 다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저 자신을 다독일 힘도 내어봅니다.
이 상은 괴산 농민들이 함께 받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숱한 농민 동지들, 신협, 협동조합, 기독교농민회, 전국농민회, 흙살림, 한살림, 흙사랑, 먹거리연대….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습니다. 괴산 농민들은 저의 나무 그늘이고 허파이며, 희망입니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농사지을 결심을 했습니다. 가정형편 때문에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동생들을 돌보았던 제 바로 손위 형을 가슴에 새기며, 형에게 쌀만큼은 꼭 내 손으로 대주어야겠다는 다짐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이젠 형님도 시골로 돌아와 곁에서 농사짓고 있고, 아들도 제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짓고 있습니다. 바뀐 시대에 이들과 어떻게 조화롭고 행복하게 농사지으며 시골서 잘 살아갈지, 농민만 아니라 지역민들과의 공동체성을 어떻게 회복해 나갈지 고민합니다.
이 땅 농민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요? 농민 운동과 조직 활동을 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농사지어야 먹고살잖아”, “오토바이 기름값이라도 하잖아” 하는 생각으로 농사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 농사 짓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농사는 농민 혼자 짓는 것 같지만 실은 땅, 물, 바람, 돌, 햇살 한 줌까지 모두 농민의 동반자이고 지역의 사람과 사회까지 모두 연결된 몸짓이라는 생각입니다. 제각각 분리되어 독립행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계해 공동체성을 회복해야한다는 숙제를 늘 안고 있습니다.
사회경제협의체와 중간지원조직이 역할을 다해 농민 스스로 주체화되도록 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냈으면 합니다. 사회적 경제를 통해 상생·순환·공생하는 틀거리를 지역 내에서 잘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농사짓는 우리끼리라도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지역농업 실현이라는 한 꿈을 앞세워 길을 찾고 선순환체계에서 답을 찾아왔던 지난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오늘 다시금 되새깁니다.
봄이 되면 다시 호미 들고 밭으로 나가는 농부들이 밝게 웃는 날, 농부가 하늘이 되는 날까지 변함없이 그들과 함께 농촌 대안 찾기에 매진하라는 채찍질로 이해하고 이 상을 고맙게 받습니다.
밭에서 다시 만나야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