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취소된 회기의 추가로 늦가을에 참여하게 된 나를 바꾸는 밥상.
처음 참여하는 프로그램 이기도 했고,
아이들 아빠가 25년전 군복무 했었던 인제로의 방문이었기에
기대와 설레임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바꾸는 밥상이라니...
1박 2일 프로그램으로 나의 어떤것이 바뀔수 있을까... 의심도 있었습니다.
와~ 휴가나오면 여기서 버스 탔었는데~
여기서 복귀전 먹던 자장면 진짜 맛있었어.
신병교육대때 밥먹고 저 강물에 식판 닦았었는데.
진짜 많이 변했다. 등등 신랑의 군대이야기를 들으며 도착한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은 땅과 키를 맞춘 낮은 건물들이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이루며 그 이름처럼 평화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무장님 다정한 인사와 안내속에 도착한 숙소의 높은 층고가
아파트의 낮은 천장에서 느꼈던 답답함을 해소시켜주는 기분을 들게 했습니다.
11월 초 늦 가을이었지만, 좀 더 춥게 느꼈졌던 인제의 날씨 속에
따뜻했던 온돌방의 따뜻함은 아침일찍 시작된 이동의 피곤함을 일순간에 녹여주었습니다.
참가 가족간의 인사와 평화생명동산, 일정 소개등의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으로
1박 2일의 프로그램이 시작 되었고,
제철 농산물로 만든 반찬들과 로컬푸드인 황태구이로 준비된 점심식사는 너무 맛있었습니다.
식사 후 교수직 은퇴후 양양에서 사과농원을 집접 운영하시는 윤석원 교수님의 강의에서,
직접 귀농하시어 체험한 농업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고,
자유무역이라는 흐름속에서 보호받지 못한 우리의 농촌과 농업,
식량자립을 이루지 못하면 기후위기 속 어두운 미래가
농촌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어려움으로 나타나게 될 것 이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대지의 에너지와 농부의 정성으로 먹거리가 생산되는
누구나 아는 의미의 농지가 농민을 위한 땅이 아닌,
투기를 위한, 농업과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의 임대업을 위한 땅이라는 설명을 들을때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땅의 진정한 주인과,
농업정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어른들의 강의 시간동안 생태학습 선생님과의 산책으로 친해진 아이들을 보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교도 못가고, 친구들과의 교류도 없어진 지금의 상황이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는 어른들의 잘못인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단지 효율성, 수익극대화를 위해 단일작물 대량생산으로 생물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는 지금의 농업으로 인해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도 생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화생명동산의 텃밭과 정원을 토종종자 선생님의 설명과 함께 둘러보는 시간은
11월의 계절탓에 푸릇푸릇한 생명력을 느낄수는 없었지만,
고요한 동산 속, 씨앗을 품에 안고 겨울의 에너지를 담아가고 있는
여러 종류의 식물들과 땅의 더 커다란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책도 하고, 선생님께 없어져가는 우리의 토종종자 이야기를 들으며
박완서 작가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생각이 났습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즈음이 배경인 이 소설 속의 싱아를
저는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책속에서 주인공이 그렇게 찾았지만 찾을수 없었던,
어린시절 지천에 있었다던 상큼한 맛의 싱아도 없어진 우리의 토종종자일까?
자연에 순응하며,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땅이 자연그대로 살아나면
싱아는 돌아오는 것일까요?
그 때가 오면 책을 통해 이름만 알고 있는 싱아를 꼭 맛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책 후 우리 농산물로 직접 청귤청과 고추장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이들과 한 팀이 되어 만들어 즐거운 시간이었고,
그 맛은 시판되는 제품들과 비교할 수 없는 풍부한 여러 맛이 느껴졌습니다.
시판되는 식품에 들어가는 인공감미료, 인공방부제 등을 찾아보며,
맛과 보존을 위해 들어가는 안좋은 재료들이 내 몸에 쌓이고 있다는 생각에
나와 우리가족의 건강하지 못한 먹거리 생활에 대해 다시금 돌아볼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맛있는 오징어볶음으로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고,
고구려 북소리 강의로 신나게 북을 치는 시간에서는
도시생활의 스트레스가 해소 되는 듯 가슴이 뚫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북을 칠때, 강사님께서 흥을 북돋아 주시던 꽹과리 소리가
어찌나 시원하던지, 우리전통소리가 이렇게 신나는 것이었지를 새삼 느꼈습니다.
구운감자와 오미자차를 간식으로 먹으며
개인 숙소의 따뜻한 온돌방에서의 휴식으로 마무리한
첫날이 지나고, 다음날은 식사후 인제 하추리 도리깨마을로 이동하였습다.
강원도의 깨끗한 계곡과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름다운 하추리의
한 폐교를 예쁜 카페와, 옛농기구 전시관, 쉼터 등과,
여러농촌체험을 할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놓은 곳에서
아이들과 국산콩과 간수를 이용해 두부를 만들어 보고,
장작을 피워 가마솥밥을 만들어
말그대로 건강한 시골밥상을 한상 가득 먹었습니다.
깨끗한 자연 속 제철 농산물, 거기에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맛을
탁트인 산속의 맑은 공기 속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 맛이란...
아직도 생각나는 나를 바꾸는 최고의 밥상이었습니다.
이렇게 마무리 된 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사무장님께서
오리엔테이션에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건강한 밥상을 배우고 싶다는 나의 호기로운 소개말에 담담히 하신 말씀.
"건강하게 먹는 법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가 어려울 뿐 입니다.
평화생명동산에서 지내는 시간동안
도시로 돌아가서도 실천가능한 부분을 찾게되길 바라겠습니다."
1박 2일 프로그램 참가 후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갑자기 나의 식생활, 먹거리가 건강하게 바뀌진 않을 것이고,
지금 후기를 쓰는 이 시간에도,
저는 저녁에 뭘 간단하고, 빠르게 준비해서 먹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도시의 소비자로서 장을 보며 이런 선택을 할 수있게 되었습니다.
비행기, 배를 타고 오며 탄소발생을 많이 일으키는 수입과일보다는
제철인 국산사과를 사야겠다.
친환경마크가 있네. 땅에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서,
우리땅을 살리고, 내 몸에도 좋은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사야지.
이 기업은 농촌을 지원하고,
농민에게 합당한 이익이 돌아갈수 있게 공정거래를 하는 회사네.
이 회사 제품을 이용해야 겠다.
아무리 맛있고, 건강에 좋아도 매번 집에서 콩을 불려 두부를 만들어 먹거나,
장을 담그고,가마솥밥을 지어 먹을 수는 없는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것.
농촌과 나를 위한 바른 소비를 하는것으로 부터
나를 바꾸는 밥상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
다양성이 존중되는 친환경 농업이 발전하게 되고,
이는 곧, 로컬푸드소비, 식량자립으로 이어져
결국은 탄소절감과 기후위기극복이라는
인류의 문제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될거라 생각 됩니다.
내가 건강한 것을 먹어야, 농촌이 살아나고,
땅이 살아나고, 지구가 살아난다.
나와 땅, 농촌은 모두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알려준 나를 바꾸는 밥상.
1박 2일 뜻깊은 시간을 보내게 해주신
대산농촌재단과 한국DMZ평화생명동산에 감사드리며 후기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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