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농촌을 손으로, 맛으로, 가슴으로 느끼고 온 여행 |
|
| 글쓴이 : 한윤미 |
날짜 : 16.07.18 |
조회 : 2138 |
|
|
저희 가족은 운이 좋게도 지인의 적극 추천으로 대산농촌체험을 시작 한 지 올해로 5번째가 됩니다. 중학교 1학년 큰 아이가 초등3 학년 때부터 시작 했으니까요.
지금은 막내가 3학년, 둘째가 5학년이 되었습니다. (딸 셋. 다둥이 가정입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슬슬 큰 아이가 가족여행에 같이 하고 싶어 하지 않아 했는데
대산농촌체험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짐을 먼저 싸더라구요.
그러면서도 자신이 가장 큰 언니가 될 것 같다고 이번 체험을 끝으로 이제 가지 않겠다고..선언을 하더군요. 안타까웠지만 선택을 존중하는 의미로 그러라고 했습니다.
무더웠던 주중과 달리 체험을 하는 토요일 새벽부터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예정된 프로그램이 달라 질 수 있겠구나..그래도 비오면 비오는 대로 나름의 운치가 있으려니 생각하며 일찌감치 출발 했습니다.
역시 춘천의 유명한 캠핑지역들을 지나 한적한 산골마을 위쪽으로 깨끗한 건물과 숙소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편안하게 도착한 저희와 달리 캠프 주진행자이신 괜찮아 선생님은 고민이 많으셨습니다.
날씨 덕분에 뗏목을 탈 만한 계곡이 사라졌기 때문이지요.
오붓하게 모인 5가족에게 의견을 물으셨습니다.
뗏목을 만들어 넓게 만들어 놓은 풀장에서 탈 것인지,
대비책으로 준비하신 테이블 만들기 목공체험을 할 것인지.
아들을 둔 가정은 뗏목. 딸이 많은 가정에서는 테이블을 강력하게 원하여...
결국 뗏목도 만들어 타고, 테이블 만들기 까지, 두 가지 체험을 모두 하도록
흔쾌히 준비해 주셨답니다. (목공선생님. 예상대로 아주 바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뗏목을 엮어 만들고, 가족 깃발을 그려 뗏목에 꽂고, 가족별로 노를 꾸며 타고 풀장에서
아이들은 신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느새 슬쩍 뗏목에 올라탄 아빠와 첫째도 아주 안정적이었고 재미있었다고 하네요.
목공체험으로 만든 테이블은 원목으로 아빠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들이 직접 맞추고 드릴을
이용해 나사를 박으면서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어디서도 해보기 힘든 귀한 체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손으로 만든 예쁜 미니 테이블을 집으로 데리고 와 누구에게나 ‘우리가 만든 거’라 자랑하며 아주 뿌듯하게 쓰다듬네요.
맛있는 저녁으로 가마솥에 밥을 짓는데 불 조절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파삭파삭 누룽지가 싹~일어난 덕분에 양 옆 가정과 맛나게 나눠먹었습니다.
생애 최고로 맛있게 만들고 맛나게 나눠 먹은 누룽지였습니다.^^
누룽지 뿐이었겠습니다. 밥은 또 얼마나 맛난지. "춘천에 오셨으니 맛봐야지요~"하며
가정마다 준비해 주신 춘천닭갈비와 함께 싹싹 비워먹었답니다.
요즘 부쩍 잘 먹는 셋째. 막내는 다섯 그릇을 먹고 나서.."더 먹고 싶지만 이제 참아야지.."
해서 가족 모두 부른 배를 잡고 웃었답니다.
저녁시간 괜찮아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함께 전래놀이를 쉰~나게 해 주신덕에
즐거운 비명 질러가며 열심히 노는 아이들 소리 들으며
엄마아빠들은 이런저런 재미난 시골이야기 많이 해 주시던 숲해설가 선생님과
조용조용 말씀하시며 미소로 이것저것 챙겨주시던 목공선생님이 귀~히 대접해주신
음식들을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시골의 밤공기를 즐겼습니다.
다음날 맛있는 아침을 먹고 간 농사체험은. 가슴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꾸밈없는 말씨와 넉넉한 마음이 인상깊던 발꼬락 선생님은 우리나라 종자의 소중함에 대해
조곤조곤 얘기해주시며 아이들이 직접 콩도 까보고 콩모종도 만들어 보게 하셨습니다.
"콩 심을 때 3~4알씩 같이 넣어요. 옛 어른들은 하나는 새가, 또 하나는 벌레가, 나머지는
사람이 먹으려고 그렇게 심는다고 하셨대요.
그런데 키워보니 사람살이랑 같네요. 콩도 혼자 자라면 쓰러져요, 3,4개 줄기가 같이
자라야 비바람도 견뎌요. 사람도 서로 함께 살아야 외롭지 않아요..“
그 얘기가 지금도 귓전에 부드럽게 남아있습니다.
시골 아이들 놀다가 언제라도 따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하우스의 과일, 채소거리들을
우리에게 마음대로 따 가라고 하시기도 했지요. 욕심껏 따 올 수도 있었겠지만 푸짐한
마음 씀씀이 덕분인지 욕심내지 않고 산책하듯, 놀이하듯 잘 돌아봤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하이록(?)동물농장. 마무리까지 정말 짱이었습니다.
비가 온 뒤라 언덕 위 산 아래까지 안개가 내려왔는데 양들은 풀따라 언덕 아래까지
사람 무서워 안하고 내려오고, 아이들은 준비해 주신 풀을 양 만져가며 가까이서 줄 수 있었고, 너른 벌판에서 당나귀도 타고(태워주시던 농장 전 대표님도 친절하셨어요.)
소 가족에게 먹이도 주고, 거위, 토끼, 닭..들과 아이들은 한참동안 마음껏 놀았답니다.
100% 한우로 만든 패티를 아이들이 직접 모양을 잡아 만든 한우버거도 최고였어요.
햄버거를 먹지 않는 첫째아이도 맛있다며 잘 먹었어요.
체험 하나하나 먹거리 하나하나 빼놓기가 아까워서 쓰다보니 긴 글이 되었습니다.
체험이 끝나고도 훈훈함과 따뜻함이 가슴에 남고, 틈틈이 우리 농촌과 농사에 관해 말씀해 주신것이 머리에 남네요.
그리고 이번 체험을 통해 대산농촌재단이 단지 겉으로 보여지는 것들을 중요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하는게 아니라 우리 농촌을 위한 진정한 방법을 고민하고 농촌과 함께 실질적으로 나가야 할 방향성을 찾고 있고, 뜻이 있는 분들을 지원하고,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통로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각만하고 안타까워하는 저 같은 개인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해 주심에 대산농촌재단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선언했던 첫째가..집으로 오는 길에 조심스레 말을 꺼냅니다.
"나 정말 좋았어요. 내년에도 또 참가하게 해 주세요...^^ "
둘째, 셋째가 아직 초등학생이니 내년에 또 열심히 지원해도 되겠지요?
아이들이 한창 자라고 있을 때 이런 기회를 만나게 해 주신 대산농촌재단께, 그리고 이번 체험지 춘천양통산촌체험마을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말씀 드립니다. |
|
|
|
|
정다운 후기글 감사합니다.
목공을 두타임(뗏목/좌식테이블)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듯...ㅎㅎ
다음에도 또 춘천으로 오시면 양통마을로 놀러오셔요...^^ |
|
|
> 커뮤니티 > 우리가족 농촌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