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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친환경농업담양교육원] 우리 땅, 농촌, 먹거리 그리고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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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선영 |
날짜 : 17.06.23 |
조회 : 13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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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렸을 적을 생각해보면 가족나들이라는 것이 요즈음처럼 일상적인 일이 아니었다. 갈만한 곳도 마땅치 않았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부모님이 자식들을 위해 시간을 내기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기억하기로는 내가 어렸을 때 가족나들이를 딱 한 번 갔었는데 일요일 하루를 시간 내어 금강공원(부산)에 갔었다. 큰 맘 먹고 나선 나들이.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만나 젖은 옷을 털면서 집에 왔던 기억이 난다.
과거에 비해 현재는 체험장, 축제, 박물관, 캠핑 등 관심 갖고 찾아보면 아이들 데리고 갈만한 곳이 꽤 많아졌다. 대산농촌재단에서 주최하는 ‘안전한 밥상 만들기’ 체험. 웃고 즐기는 다른 여러 체험보다 뭔가 배우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체험으로 꼭 한 번 참여해 보고 싶었던 체험이었다.
경상도에서 태어나서 경상도에서만 살아온 나는 전남 담양이라는 곳이 좀 생소하게 느껴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전남 담양은 대나무!’라는 사회 책 구석에 적혀 있었던 글귀만 생각났다.
전남친환경농업담양교육원(이하 두리농원)을 찾아가는 길은 마치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선물 보따리를 풀고 있는 어린 아이 같은 마음이었다. 세 시간 삼십분을 달려 도착한 두리농원. 넓은 잔디 마당과 연못, 한옥의 고즈넉함과 바람에 스치는 풍경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그림 같은 곳이었다.
전라도는 왠지 경상도보다 좀 더 전통적이고 자연적이고 친환경적인 느낌이 난다.
저녁에 대강당에 모여 전통 춤, 창(소리) 공연을 보았다. 다함께 “얼쑤” “좋오타”를 외치기도 하고, 진도아리랑을 부를 땐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나았네 에에에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하며 박수 치며 우리 가락의 신명에 한껏 빠져들었다.
대문놀이와 강강술래를 하며 오늘 처음 만난 분들, 아이들과 손을 잡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뛰었다.
남도민요와 강강술래. 과연 전라도에 딱 걸맞는 시간을 가졌음을 모두가 느꼈으리라.
공연을 마친 후 공연하신 분들과 함께 툇마루에서 찐 감자를 나눠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디 같은 회사에서 오신 분들이오?”
“아뇨, 다 모르는 분들이에요. 오늘 처음 뵈었어요. 전국에서 참여 신청해서 당첨되어 오신 분들이에요.”
“워따, 그란디 분위기 무지 좋소!”
정말 그랬다. 오늘 처음 본 분들인데도 ‘안전한 먹거리’라는 공통 관심사 때문인지, 열린 마음 때문인지 밝고 명랑하고 쾌활한 분위기가 체험 참가자들을 감쌌다. 오랫동안 알아 온 이웃처럼 재잘재잘 이야기하며 웃으며... 밤늦도록 툇마루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 분위기, 아이들한테도 전해진 것일까?
아니, 모르는 사이인데도 곧 친해지는 능력은 분명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뛰어나다. 아이들은 한 동네 살던 이웃처럼 금방 친해졌다. 잔디 마당에서 축구하며, 연못에서 물고기 관찰하며, 이 곳 저 곳 몰려다녔다. 아들도 다른 아이들과 마당에서 늦게까지 놀다가 밤 11시가 넘어서야 숙소로 들어왔다. 그날 밤 아들은 푸욱 꿀잠을 잤다.
두리농원 김상식 대표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친환경 유기농, 화학비료, 항생제, 성장호르몬 등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대표님 강의를 들으면서 2017년 우리 대한민국에 있어서 농촌은 무엇인가? 농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농민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등을 생각해봤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문득 몇 해 전 식량주권을 포기한 필리핀의 사례가 뉴스를 장식했던 때가 떠올랐다. 필리핀의 사례는 농업을 포기한 사회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를 잘 보여줬다.
나는 도시민으로서 식재료를 선택할 때 신선도, 친환경 정도, 지역 농산물, 제철 농산물을 따져가며 선택하기로 했다. 나의 이런 행동이 우리 농촌을 위해 약간의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식사 시간... 대표님의 강의 후 식탁 위에 올려진 음식들이 좀 더 특별해 보였다. 아! 이 음식들은 혀만 즐겁게 만드는 음식들이 아니구나.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음식들이구나. 여기에다 두리농원 사모님의 솜씨가 더해져서 입도 즐거운 최상의 음식이 되었다. 어떤 소스는 입에 넣어보는 순간 맛이 너무 좋아 사모님께 만드는 방법을 살짝 여쭤 보기도 했다. 사모님께서 가르쳐주신 방법대로 집에 돌아와서 몇 번을 더 만들어 먹었다.
숙소 바로 옆에는 쌈채소와 대추방울토마토를 기르는 하우스가 있었다.
지금부터 쌈채소 수확 시~~작!
1인당 작은 종이상자 하나씩을 받아들고 쌈채소를 따기 시작했다. 상추, 적상추, 케일, 겨자, 비트, 로즈, 치커리 등. 욕심 내지 않고 냉장고 3일 보관 정도의 양만 땄다. 신선할 때 먹어야 채소의 100% 영양분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아들과 나는 쌈채소의 많은 종류에 한 번 놀라고, 각 종류마다 맛이 다 다름에 또 한 번 놀랐다.
“엄마, 이건 맛이 매워.”
아들은 매운 맛의 겨자잎을 먹고는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한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 그런가. 예전보다는 확실히 약간 맵고 쌉싸래한 쌈채소가 맛있다.
집으로 돌아와서 쌈으로 싸 먹기도 했지만,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니 그 맛이 또한 일품이었다.
“엄마, 방울토마토 색깔이 신기해. 이런 색깔은 처음 봐.”
대추방울토마토를 따서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먹었는데, 어떻게 키웠는지 빨강, 주황, 검정, 초록, 노랑 다섯 가지 색깔의 방울토마토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색깔별로 따는 재미, 먹는 재미, 보는 재미 이 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지는 체험이었다.
따서 방울토마토에 묻은 흙만 살살 떨구어낸 후 먹었다. 흐르는 물에 씻어야 한다, 식초물에 담궈야 한다, 전용세제를 풀어야 한다는 등. 부산을 떨지 않아도 된다. 왜? 유기농이니까. 안심하고 먹는다. 내 몸이 건강해짐을 믿으며 먹는다.
양파껍질을 끓여서 조물조물 주물러 만든 나만의 스카프와 손수건. 소박하지만 멋스럽고 세련된 겨자색과 카키색으로 탄생되었다. 요즈음 아들은 카키색 손수건을 책가방에 꼬옥 넣어 다닌다. 학교 친구들에게 직접 염색한 손수건이라며 자랑도 한다.
장아찌를 만들 때 아들이 채소를 썰었다. 본인이 직접 썰어보겠다며 칼을 들고 채소 써는 법을 가르쳐 달란다. 손이라도 다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지만 제법 잘 써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아이가 무엇이든 하려고 하면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이 부모의 할 일임을 새삼 느꼈다.
장아찌를 만들면서 두리농원 사모님이 산분해 간장에 대해 목청을 높이셨다. 집에 돌아와서 얼마 전에 구매한 간장의 설명딱지를 유심히 보았다. 아뿔싸! 우리 집 간장이 바로 산분해 간장(혼합간장)이었다. ‘70년 발효명가 **식품’에서 만든 간장이라 믿고 샀는데 이런 낭패가 있나... 버렸다. 아깝지 않았다.
담양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 죽녹원, 관방제림, 메타세콰이아 길.
아들과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나 많은 대마무를 처음 보았다. 이렇게나 경쾌한 대숲 바람소리를 처음 들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대숲길을 처음 걸었다.
담양천을 따라 고목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 관방제림.
메타세콰이아 나무가 멋진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
그런데 사람 참 많다. 좀 더 호젓하게 걸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고 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이곳이 명소이고, 담양군에서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아들은 너무 많이 걸어서 다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고 투덜댔지만 아들도 나중에 크면 기억하겠지.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와 대나무 숲길을 걸었고, 양 옆으로 키 큰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있던 따스한 5월의 어느 날을...
1박 2일의 안전한 밥상 만들기.
농민과 전문가로부터 유기농 먹거리와 우리 농촌의 현실을 마주하고, 좋은 음식과 체험으로 농촌과 더욱 가까워지는 기회를 가졌다. 나와 같은 도시민들은 우리 땅의 농산물, 특히 유기농산물을 많이 소비해줘야 땅과 농촌이 살아남을 배웠다.
참여한 모든 가족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애써주신 두리농원과 언제나 생글생글 웃으시는 문선애 실장님, 느끼고 배우는 체험을 마련해주신 대산농촌재단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진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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