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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도 쉬어가고 나도 쉬어가는 곳'-담양 운수대통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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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안철우 |
날짜 : 18.06.06 |
조회 : 18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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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초라 초여름 입구에 담양 운수대통마을 농촌체험이 당첨이 되었다는 문자메세지가 왔다. 오랜만에 당첨이라는 행운이 찾아 왔는데 마을이름도 "운수대통"마을이다. 가기도 전에 뭔가 좋은 기운이 생길 것만 같았다.
부산에서 이른 아침 아이들과 서둘러 길을 나섰다. 6월의 햇살과 함께 나선 길.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려서 언제 도착하냐는 아들의 보챔과 함께 담양 운수대통마을에 도착하였다.
마을 입구에서 외길을 따라 차로 1km를 올라 가야 보이는 운수대통마을. 최근에 지은 한옥들이 보이고 밭과 논 주변에는 성가신 멧돼지를 막으려 곳곳에 개들이 있었지만 산골로 가는 길에는 녹음이 제법이었다. 환히 웃으시며 맞아 주시는 사무장님과 위원장님. 체험에 참여한 가족은 7가족이었는데. 아이들 또래가 비슷한 집도 있고 해서 재밌는 1박 2일이 기대되었다.
참여등록을 마치고 나물과 갓지은 밥으로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구한말 의병활동의 본거지였다는 마당에서 아이들과 죽마경주도 하고 대나무 물총만들기도 하였다. 물총놀이는 모내기를 마치고 하는 걸로 하고 했는데 아이들은 참지 못하고 마당에서 시험발사로 재미가 났다.
다음 체험은 담양에 명품 대나무의 대잎가루를 넣은 대잎강정만들기를 하였는데 대잎가루를 요리재료에 쓸 줄은 몰랐다. 신기하기도 하고 몸에 좋을 것 같았다. 나뭇잎 맛을 싫어 하는 둘째가 좋아할지 걱정했지만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입속으로 사라진 강정은 찾을 수 없었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서 늦은 오후 트럭 오픈카(짐칸)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모내기 현장으로 Go Go. '운수대통 하세요' 글씨를 새겨 넣은 모내기 한판을 하고 개울가에서 아이들과 성능 좋고 국산이라 더 좋은 대나무로 만든 대나무 물총놀이를 하였다. 물놀이는 실패하는 법이 없다. 아빠랑 노는 것이 마냥 좋은 아이들은 까르르 웃음이 멈추지 않았지만, 잠깐의 놀이로 고단함을 잊었다.
저녁밥을 먹고 다듬이 방망이 연주 체험을 했는데 '백중'때 마을에서 하시는 행사라 하셨다.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들을 수 없는 다듬이 방망이 소리. 다듬이 망방이질에 내마음에 쌓였던 짐과 걱정을 방망이로 두들기며 날려 보냈었다. 아이들도 하였는데 너무 열심히 하는 것을 보니 아이들도 학교생활과 학원 다니기에 지친 마음을 털어 냈을까?
고단한(?) 모내기를 마쳤으니, 저녁에는 농주와 함께 간식타임을 가졌다. 야채전을 아빠가 직접 만들어서 가족에게 대접하는 시간이 있었다. 전보다는 피자에 가까운 두께였지만, 남편이 만드는 간식에 마눌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요리가 낯선 아버지들도 있었지만, 그리 서두를 필요가 없는 시간이라 모두가 맛있게 먹었다.
배도 부르고 하니 소화도 시킬 겸 밤마실을 나섰다. 마을에 자주 출현 한다는 반딧불이를 보러 나갔는데 밤의 적막함이 싫었는지 개구리 울음소리와 산새소리가 산골의 적막함을 대신 채워 주었다. 우리 부부는 반딧불이를 보지 못했지만, 올려다 본 밤하늘에 반짝이는 북두칠성이 우릴 내려다 보고 있었다. 도시에서 언제 보았던가 기억조차 가물했는데 여기서 보니 새삼스러웠다. 낮에 체험과 놀이로 지친 아이들은 TV가 없다며 아쉬워 했지만, 숙소에 불을 끄자 꿈나라로 슝. 나 역시도 쿨~.
이른 아침 일어나 마을 산책을 나갔다가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길에 널려 있었다. 산책도 하고 간식도 먹고. 오디 열매를 먹다보니 보라빛으로 물든 손이 신기했다는 딸의 말이 생각났다. 아침을 먹고는 의병활동의 역사가 있었던 이곳에서 국궁체험도 하였다. 비록 백발백중은 못했지만, 활시위를 당기며 과녁을 향해 한 발씩 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 마을에 도자기 명인이 계시다 하여 도자기 만들기 체험장을 찾았다. 가마에서 도자기를 구우시는데 도자기는 100개를 만들면 20개만 쓸만한 것이 나온다고 하셨다. 짧은 시간에 길고 어려웠을 도예가의 삶을 다 알 수 없었지만, 뜨거운 불을 이겨내고 고운 빛깔을 지닌 도자기가 아른거려서 결국 장인의 손을 거친 다기세트를 구입하였다. 집에 와서 보니 도자기의 빛깔이 더 예뻐 보여 여행의 추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을 듯하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어느새 커버린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노느라 엄마, 아빠를 잊은 듯 놀았고,뛰지마라, 조용히 해라 잔소리 없이 농촌마을에서 뛰어 놀고 건강한 밥상을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 족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운수대통 마을. 잘 쉬고 가게 된 것은 마을분 덕분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운수대통 마을의 명예 마을주민으로서 마을의 번영과 좋은 기운이 이곳을 다녀 간 분들에게 깃들기를 바랍니다. 담양에서 운수대통 기운을 받으시기를 추천합니다.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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