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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산과 시냇물이 있는 푸르내 마을에서의 2박 3일 농촌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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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영미 |
날짜 : 20.08.17 |
조회 : 1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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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하룻밤만 더 자면 안 돼요?”
푸르내 마을에서의 마지막 날 아들내미, 딸내미가 던진 말이다. 2박 3일이 너무 짧다며 하룻밤을 간절히 외친 연천 푸르내 마을에서의 행복한 2박 3일을 글을 통해서 마나 짚어 보고자 한다.
2020년 상반기는 팬더믹이라는 말 그대로 전 세계가 코로나 19의 공격에 꼼짝달싹 못 했다. 주말마다 산으로 공원으로 나가는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새삼 느끼며 한 학기를 보냈다. 여름 휴가를 계획하던 중 대산농촌재단의 가족사랑 농촌체험 신청이 재개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1차 신청은 낙(落)! 그렇지 그 인기 있는 체험이 한 번에 되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다시 심기일전 두 번째 도전! 우아~ 성공!! 우리 가족이 신청한 곳은 ‘연천 푸르내 마을’이었다. 연천은 ‘구석기 겨울 여행 축제’로 두 번이나 다녀온 곳인데, 매번 겨울에만 가는 것이 아쉬웠기에 이번에는 여름에 한번 가보자는 마음에서 신청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이 선택은 신의 한 수!) 11시까지 도착해 달라는 사무장님의 문자를 받고, 휴가 기간(8월 14일-8월 16일)이니 서둘러야 하지 않겠냐며 남편을 재촉하여 출발했는데, 웬걸 너무도 한산했다. 덕분에 깎아지른 듯한 협곡과 주상절리를 보며 푸르내 마을로 향하는 드라이브 코스는 관동 8경을 마주한 송강 정철보다 나은 신선놀음이었다. 그렇게 연천 푸르내 마을로 들어서자 10시 10분! 우리 가족이 1등이었다.
“일등이세요!”
함박꽃 웃음을 보이며 발열 체크부터 하신 양갑숙 사무장님과 강인숙 팀장님이었다. 이틀 동안 대산 가족 옆에 꼭 붙어서 친정 언니처럼 살뜰히 보살펴 주신 두 분이 없었더라면 이번 행사는 앙꼬 없는 찐빵이었을 것이다. ‘더 먹어요’, ‘부족하면 말해요’. 2박 3일 동안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다. 더 챙겨주고, 더 먹이고 싶어 했던 두 분, 감사합니다. ^^
1일차 일정: 마을 역사, 유래, 마을 소개, 대산농촌재단 영상 시청 → 시골식 9찬 점심 → 메기 잡기 및 메기구이 → 수영장 물놀이 → 보리빵 및 쑥개떡 만들기 → 삼겹살 파티 → 꽃등 체험
자 이제 신청 가족이 모두 모이고 1일 차 일정이 시작되었다.
마을 역사와 유래에 대한 소개를 들은 후 본 영상에서 대산 신용호 선생의 농촌을 생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순간 체험관 안의 내가 생전 대산 선생이 바라던 ‘농촌과 도시가 함께 하는 행복한 세상’의 일원이 된 듯했다. 감상에 더 젖을 새도 없이 훅 들어온 금강산도 식후경! 일정표에는 시골 9찬이라도 쓰여 있었는데, 세어 보니 10찬이다.^^ 친정에 가도 이런 호사는 못 누리지 생각하며 푸짐한 한 상을 먹고 이어진 메기와의 한 판 체험은 운동 수준이었다. 장갑을 끼고 호기롭게 달려드는 체험 가족을 무안하게 만들기로 작정을 했는지 미끈미끈 점액질을 뿜으며 도망가는 메기 형제들. 15분 넘게 씨름한 끝에 손에 힘이 빠진 메기가 아이들의 손에 잡혀 주었다.(?) 신나는 메기 체험이 끝나고 받아든 메기구이. 메기는 매운탕으로만 먹는 줄 알았는데 천일염 간을 딱 맞춰 주신 김선기 위원장님의 손맛으로 체험 가족은 세상에 없는 맛을 느끼며 흘린 땀을 위로했다.
체험관으로 돌아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수영장 물놀이 시간!
지하수를 끌어 올려 살이 쨍하도록 차가운 물에 흐린 날씨인 데에도 아이들은 물놀이만 3년 기다려온 사람들처럼 풍덩 풍덩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데면데면하던 아이들도 물놀이 앞에 대동단결했다. 언니, 오빠하며 금세 친해져서는 신나는 물놀이 삼매경이었다. 신나는 물놀이 가운데 내 눈에 띈 것은 웅장한 바위 하나. 처음에는 산인가, 바위인가 헷갈렸는데 물놀이장 옆에 설치된 푯말 하나가 있었다. 이름하여 좌상바위! 중생대 백악기 말(응? 공룡의 전성시대 그 백악기!!)에 형성된 것으로 예로부터 장승과 함께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노릇을 했단다. 높이가 60m는 족히 될 것 같은 좌상바위가 아이들을 굽어보며 흐뭇하게 웃는 듯한 모습에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우리 가족의 건강을 빌어 보았다. 4000만 년의 세월 동안 이 땅을 지켜온 바위이니 그 영험함이 천 년 사찰에 비길소냐!
그리고 이어진 먹을거리 환장(?) 파티의 시간이었다. ‘맛있는 건 0 칼로리,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라는 말은 먹을거리 앞에 꼭 등장한다. 보릿가루를 섞어서 만든 보리빵. 시골 장터에서나 보던 보리빵을 직접 만들고,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못 났지만, 맛은 일품인 쑥개떡을 손으로 빚으며 30년 전으로 타임 슬립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배가 미처 소화도 시키기 전에 이어진 삼겹살 파티! 삼겹살은 진리 아니더냐! 밭에서 갓 따 온 깻잎, 고추에 심영순 조리장님의 노각 무침, 오이 장아찌까지.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맛이 생각나서 현기증이 일어날 지경이다. 마스크는 썼지만 체험 가족들과 거리두기 대화(?)를 하며 친해지고 난 후에는 가족 소원을 적은 꽃등을 물 위에 띄우는 시간을 가졌다. 재물운, 여행운 등 소원이 너무 많지만 늘 가족 건강이 1순위다. 양양 낙산사의 삼족섬이니, 대구 팔공산의 갓바위니 소원 들어주는 신물(神物)이 많지만 연천 푸르내 마을의 꽃등이 그에 뒤질소냐. 온 가족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쓴 가치로 보아도 푸르내 마을이 소원 성취 명당으로 등극해도 손색이 없겠다. ^^
2일 차 일정: 보물찾기→ 시골식 아침 식사 → 대추 방울토마토 수확 → 오이 미스트, 보석바 만들기 → 비빔밥 → 재인폭포 및 한탄강댐 관람 → 간식 옥수수 → 수영장 물놀이 → 메리골드 손수건 염색 및 꽃차 마시기 → 가족별 닭백숙 → 레크레이션 → 오이 마사지
2일 차는 보물찾기로 문을 열었다. 1, 2, 3등과 행운상 2개가 있었는데 예솔&현승 남매가 행운상을 하나씩 찾아서 연천의 오곡 잡곡을 선물로 받았다. 아무래도 2020년 하반기는 우리 남매가 행운을 듬뿍 가져올 모양이다. 그리고 양갑숙 사무장님을 따라 대추 방울토마토 농장으로 이동했다. 전 이장님의 설명에 따라 방울토마토의 효능, 따는 법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1인당 1개씩 750g짜리 빈 팩을 손에 받아 들었다. 응? 가족당 한 팩이 아니라 1인당 한 팩이라고요? 사설 체험 기간에서는 1인당 만 원은 족히 할 체험을 여기서는 제지하는 사람도 없이 맘껏 하우스 안을 휘저으며 방울토마토를 땄다. 처음에는 예쁜 토마토만 고르던 아이들은 땅에 떨어진 것도 아깝다며 주워 입에 가져갔다. 그렇지! 농촌체험이 이런 것이지. 평소에는 흙 묻으면 더럽다고 하던 아이들이 땅에 떨어진 토마토 하나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으니 말이다. 벼가 파랗게 익어가는 마을 길을 따라 체험관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보석바 비누를 만들었고, 엄마 아빠는 오이 미스트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비누에 조각을 하느라 바빴고 남편과 나는 비커에 정제수, 오이 추출액, 링클 케어 용액들을 넣어 가며 꽁냥꽁냥 소꿉놀이 하듯 만들어 완성품을 서로의 얼굴에 뿌렸다. 11년째 동거동락한 남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함께 한 세월이 느껴진다. 남편은 내 얼굴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물어 봐야겠다.(여전히 예쁘다고 한다면, 오늘 저녁은 진수성찬으로 ㅋㅋ)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재인폭포와 한탄강댐 관광에 나섰다. 재인폭포로 이동하는 중에 산 중턱의 나무에 묻은 진흙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중에 들은 해설사 분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장마에 너무 많은 비가 내려 산 중턱까지 빗물이 차오른 흔적이라 하셨다. 인근인 파주, 포천 주민들의 비 피해 최소화를 위해 홍수조절용 댐인 한탄강댐을 건설했고, 댐에 물을 가두다 보니 산 중턱까지 물을 가두었다는 설명이었다. 다행히 파주 지역에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진흙이 잔뜩 묻은 산의 나뭇가지들은 참 처량한 모습이었다. 다시 한번 자연 앞의 인간은 얼마나 작은지 생각하며 떨어지는 재인폭포를 보니 겸양의 마음을 저절로 용솟음쳤다. 제주도의 천지인 폭포를 연천에 옮겨다 놓은 것이 아닌가 싶은 정도로 옥빛의 물색이 사람을 홀리는 듯했다.
체험관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어제에 이어 신나는 물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어제의 흐린 날씨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오늘은 구름 사이로 간간이 햇님도 얼굴을 내밀어 아이들의 마지막 물놀이에 흥을 돋워 주었다. 물놀이 후에는 메리골드 꽃잎을 이용한 손수건 염색 체험이 있었다. 송희숙 팀장님의 메리골드에 얽힌 슬픈 전설을 듣고 시작한 손수건 염색 체험! 노란 꽃물이 치자색에 가까웠다. 손으로 조물조물 손수건을 주무르며 예쁘게 염색되라고 비는 아이들의 모습에 고슴도치 엄마로 빙의하여 마냥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저녁으로는 가족당 한 마리씩 토종닭 백숙이 나왔다. 대추와 인삼이 들어간 진한 닭 육수에 수줍게(?) 앉아 있던 닭의 모습에 살짝 미안함을 느끼며 닭다리를 뜯으니, 하루 동안의 피로가 싹 달아나는 듯했다. 마침 말복이었던 8월 15일, 2020년의 마지막 더위를 연천의 푸르내 마을에서 날려 버리며 몸보신까지 했다.
양갑숙 사무장님의 진행으로 이루어진 레크레이션 시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반짝이는 퀴즈에 맞힌 아이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틀린 아이들은 아쉬움의 탄식을 내질렀다. 이후 이어진 아빠, 엄마 게임에서는 저마다 가족 대표로 나온 부모님들이 승부욕을 활활 불태우며 게임에 참여했다. 나는 엄마 게임에서 1등을 하여 단호박 3개를 상품으로 받아 왔는데 예솔&현승 남매는 옆가족이 받은 상품인 마시멜로우를 부러워했다. ㅠ.ㅠ 요것들! 서울 가서 단호박 오리찜 하면 너희는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숙소로 돌아와서는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엄마, 아빠 얼굴에 오이 마사지를 해주었다. 10년을 키웠더니 이런 호사도 누려보는구나. 아들내미 현승이는 제사보다는 제삿밥에 관심이라고, 오이를 먹느라 바빠서 얼굴에는 몇 개 올리지도 못했다.
3일 차 일정: 마을 탐방 → 시골 밥상 → 자연물 책갈피, 새콤달콤 오이피클 만들기 → 단호박 가루를 넣은 칼국수 만들기 → 설문조사 및 소감 발표
3일 차는 아침 식사 후 마을을 돌아다니며 예쁜 꽃잎을 모았다. 나는 메리골드와 금낭화를 두 송이씩 골라 조심스레 봉지에 담았는데, 아이들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나팔꽃, 패랭이꽃, 메꽃, 개망초 등을 따왔다. 책갈피 뒷면에 따 온 꽃잎들을 이리저리 놓아가며 자리를 잡은 후 풀로 붙이고 손 코팅지로 압착을 했더니 근사한 책갈피가 완성되었다. 남편은 정현종 시인의 ‘봄 길’의 구절 써넣은 책갈피를 만들어 나에게 내밀었다.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집에 있었으면 닭살 돋아서 생각지도 못한 일인데, 갑자기 애처가 최수종이라도 빙의했는지 쬐~~금 멋있었다. ^^
이어진 활동은 온 가족의 힘이 필요한 활동이었다. 칼국수 면 만들기 체험이었다. 사실 마트만 가도 칼국수 면을 구할 수 있으니 집에서 만들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 엄마가 만드시면 옆에서 밀가루 장난을 한 기억이 전부였는데, 예솔&현승 남매는 이렇게라도 체험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단호박 가루를 넣어 옅어진 노란색의 밀가루를 있는 힘껏 치대고 반죽하여 칼로 썰기까지. 나는 일부러 아이들을 도와주지 않았다. 먹을거리를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왜 감사한 마음으로 음식을 대해야 하는지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칼국수 한 그릇에 온 세계가 담겨 있음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달려들던 아이들도 점점 힘들다고 말하며 나가떨어졌다. 맛있는 칼국수를 먹으며 우리 가족은 담소를 나누었다. 방금 전에 면을 뽑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엄마, 아빠가 만들어 주는 음식에 얼마나 고된 노동이 들어가는지 말이다. 모두 알아들은 표정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이런 배움의 시간이 쌓이면 큰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모든 체험을 끝내고 체험관에 모여 가족별로 소감을 나누고 설문조사를 했다. ‘잠자리는 편안했는가?’라는 질문에 아들 녀석이 매우 불편했다고 표시했기에 잠자리가 불편했냐고 물었더니, 잠자리 잡기는 안 했단다. ‘Oh my god!’ 밤에 자는 잠자리를 곤충 잠자리로 착각하다니. ‘8살 초등 1학년은 동음이의어를 이렇게도 착각하는구나’ 생각하며 우리 가족은 한바탕 웃었다. 소감 발표를 나누는 다른 가족들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모두 눈빛에는 아쉬움이 남았고 두 손은 무거웠다. 친정 갔다가 돌아오는 차에 바리바리 싸주시는 친정 엄마처럼 단호박 가루, 고추장, 단호박까지 챙겨주셨기 때문이다.
‘엄마 하룻밤만 더 자면 안 돼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남편과 나도 너무 아쉬웠다. 출근만 아니면 푸르내 마을 내에 있는 통나무집으로 짐을 옮기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2박 3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시골의 정취와 다양한 체험으로 알찬 시간이었다. 그리고 모든 가족을 체험객이 아니라 친동생, 조카처럼 맞이해주신 푸르내 마을 주민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양갑숙 사무장님! 저희 다음 달에 또 갈게요. 수선화 하우스 비워주세요 ^^
덧붙이는 글: 좋은 추억은 글로 남겨야 할 것 같아 저는 후기를 썼는데, 아이들도 농촌체험을 일기장에 썼더라고요. 사진에 함께 올렸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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