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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성의 가치를 발견한 가족사랑 농촌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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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영주 |
날짜 : 23.10.26 |
조회 : 2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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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좋은 가을날에 굳이 농촌체험을 간다고? 싫어. 경치 좋은 곳에 있는 호텔 가자.”
처음에 강원도 횡성의 고라데이 마을로 농촌체험을 간다고 했을 때 남편과 딸의 반응이었다. 이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것인지 모르는 부녀의 반응이 서운했지만, 나 혼자 떠날 수 없는 ‘가족사랑 농촌체험’이었기에 그날부터 남편과 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고라데이 마을로 출발하는 날, 오전 근무를 마치고 나오는 남편을 납치하듯 차에 태워 횡성으로 출발했다. 톨게이트를 나오자마자 펼쳐진 횡성의 가을은 색동옷을 예쁘게 갈아입고 있었다. 심드렁했던 남편과 딸도 횡성의 가을 풍경에 ‘와!’하고 감탄을 하며 차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도착!
다른 가족들보다 늦게 도착한 탓에 간단히 가족 소개를 마치고 산골운동회를 했다. 만나자마자 편을 나눠 대결이라니! 어색함과 당황스러움도 잠시, 하하 웃으며 신나게 운동회를 했다. 오랜만에 자연의 품에서 숨을 헐떡이며 뛸 수 있었다.
잠시 눈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니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사방의 산들이 고라데이 마을을 병풍처럼 감싸 주고 있었다. 산 아래 고라데이 안채의 기와지붕 굴뚝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고라데이에서 제일 아름답고 멋진 안채가 우리 가족이 지낼 숙소라는 말에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추울 것 같아서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는 뒷이야기를 들었지만, 우리 가족은 내내 정말 행복하고 감사했다.
산골운동회가 끝난 후 횡성의 특산품인 더덕으로 더덕 고추장 장아찌를 만드는 시간은 장래 요리사가 꿈인 딸에게 재미난 시간이었다. 더덕에도 뇌가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더덕의 껍질을 벗기고 새끼손가락만 하게 잘라 만든 더덕 고추장 장아찌를 살짝 찍어 먹어 보았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어항에 고기 들어간다는 어·고·들 체험은 남편에게
“혹시 우리 어항에만 고기가 안 들어가면 어떻게 하지?”
라는 걱정을 안겨주었다. 차가운 냇가에 발을 담그고 어항을 놓는 아빠의 모습이 멋있었다. 아마 우리끼리의 그저 그런 여행이었다면 남편은 절대로 차가운 물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저녁 식사 전에 우리의 숙소인 안채에 들어갔다. 마루를 밟고 올라가 동그란 문고리를 잡고 나무 문살이 빽빽한 창호지를 바른 문을 여니, 아랫목이 뜨끈하게 데워져 있었다. 아궁이에 장작을 넣어 불을 피워 방을 따뜻하게 하는 온돌방이었다. 내 어릴 적 외가의 모습이 생각나서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 아이에게 이런 온돌방에서 잠을 잘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남편도 사극에서만 보던 방이라며 좋아했다. 안채에서 지내는 동안, 우리는 방에 들어가기 전에 아궁이에 앞에 가서 활활 타고 있는 장작의 모습을 보며 신기하고 즐거워했다. 우리 가족을 위해 불을 지펴준 손길에 감사했다.
저녁은 목살 바비큐 파티였다. 남편들이 야외에서 맛있게 구워 주는 목살이었기에 더욱 맛있었다. 수고해 준 남편들 덕분에 아내와 아이들은 실내에서 편하게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저녁 식사 후 레크레이션을 했는데 일곱 가족이 하나가 되게 하는 촌장님의 진행이 놀라웠다. 박수치기는 집에 돌아와서도 하고 있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불을 끄고 들었던 싱잉볼의 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첫째 날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난 것 같았다. 한 방에서 이불을 깔고 나란히 누워 ‘새벽에 화장실 가지 않기!’ 구호를 외치며 잠이 들었다. 왜냐하면 안채는 화장실이 방문을 열고, 마루를 지나, 밖에 있었기에 추위를 뚫고 가려면 큰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침까지 아무도 깨지 않은 평온한 밤이었다.
둘째 날, 강원도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있었다. 방문을 여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10월에 강원도에서 첫눈을 맞이하다니! 게다가 하나뿐인 딸의 생일이었다. 눈송이는 점점 굵어져 어느새 함박눈처럼 내렸다. 풍경이 예술이었다. 도시에 있었다면 첫눈을 보지 못했을 텐데 강원도 산골짜기에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하늘도 딸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것 같았다. 더욱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리라 마음을 먹었다.
아침 식사 전, 냇가에 전날 넣어둔 어항을 확인하러 갔다. 우리 어항에만 고기가 없으면 딸이 울 것이 분명하기에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히 두 마리가 잡혀 있었다. 잡힌 물고기는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아침 식사는 샐러드와 빵, 과일이었는데 한식만 먹는 딸에게 따로 된장국과 밥을 차려 주신 사무장님이 너무 감사했다. 오늘이 생일이라는 말에 미역국을 먹지 못해서 어쩌냐며 미안해하는 모습에 내가 더욱 미안하고 감사했다.
둘째 날의 첫 체험은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나무 연필을 만드는 것이었다. 고라데이 마을을 산책하며 나뭇가지를 주워 나무 연필을 만들었는데 우리의 손에 잡히지 않았다면 버려지고 밟혔을 나뭇가지가 근사한 나만의 연필이 된 모습이 훌륭했고 가치를 부여한 것 같아 뿌듯했다.
점심은 화덕에서 가마솥 곤드레밥을 짓는 체험이었다. 불을 붙이기 위해 연신 부채질을 하며 연기 때문에 눈물, 콧물을 흘리며 밥을 지었다. 마흔이 넘은 나도 처음 해보는 가마솥 밥이 신기했고 밥맛이 엄지 척을 들어 올리게 하는 맛이었다. 딸도 너무 맛있다며 집에서보다 밥을 더 많이 먹었다. 누룽밥도 정말 맛있었다.
오후에는 ‘이암’이라는 붉은색 돌로 목걸이를 만들었다. 수많은 돌멩이 중에 ‘이암’을 찾는 것은 보물찾기 놀이처럼 재미있었다. 우리가 목걸이를 만드는 동안 촌장님께서 가족 소원을 액자에 캘리그라피로 멋지게 써 주셨는데 지금 우리집 거실에 아주 잘 보이는 곳에 걸려 있다. 써 준 문구처럼 아이가 살아갔으면 좋겠다.
저녁 식사 시간에 딸의 생일축하를 해 주었다. 촌장님의 기타 연주에 맞추어 다른 모든 가족이 박수를 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모두의 진심 어린 축하와 박수, 환호를 잊을 수가 없다. 딸의 가장 멋진 10번째 생일이 된 것 같다. 촌장님의 축하 노래의 가사처럼 ‘누구나 좋아하는 멋진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해가 진 후 갓 쪄온 안흥찐빵을 먹으며 옛날 화전민의 이야기를 듣고 화전움막체험을 했다. 촌장님께 화전민의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그들의 애환이 느껴지면서 낮에 바라만 보던 움막과는 느낌이 달랐다.
움막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서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거리고 있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눈을 가리고 걷는 체험에서는 딸이 눈을 가리고 남편과 내가 아이의 팔짱을 끼고 인도해 주었는데 ‘너에게 무슨 일이 닥치든 엄마 아빠가 항상 함께 할게.’라는 믿음과 사랑을 주는 시간이 되었다.
잠자리에 누워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 나눔을 했다. 딸은 학교에서 사회시간에 ‘도시와 촌락’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데 글로만이 아닌 직접 몸으로 공부를 한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했다. 또 행복한 생일을 보내서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잠이 들면 내일이 빨리 올 것 같다며 잠을 쫓으려 애를 쓰는 모습이 귀여웠다.
마지막 날이 오고야 말았다. 엄마인 나도 집에 가기 싫었다. 게다가 2박 3일간 맛있는 음식을 해 주신 덕분에 끼니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되서 엄마에게도 힐링 그 자체의 시간이었다. 모든 식사가 맛있고 푸짐했다.
아침 식사 후 감자 수확 체험을 했다. 호미로 땅을 파니 동글동글 감자가 나오는 게 신기했다. 딸은 보물이라도 찾은 듯 ‘와! 와!’하며 좋아했다.
소감을 나누고 설문지를 작성하는 시간에 딸이 바이올린 연주를 했다. 이 모든 것을 이끌어 준 촌장님에 대한 감사였고 함께 한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의 연주였다. 완벽하지 못한 어린 아이의 연주에 아낌없는 박수와 찬사를 건내 준 촌장님과 다른 가족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이들 덕분에 내 아이는 반드시 바르고 예쁘게 자랄 것이다.
점심 식사 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돌려서 고라데이 마을을 빠져 나왔다. 들어갈 때는 보지 못했던 ‘여러분과의 소중한 인연 늘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 잠시 차를 멈추었다.
대산농촌재단이 주최하고 교보생명이 후원하고 고라데이 마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농촌체험들이었다. 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값진 것들을 경험했고 횡성이라는 농촌에 애정을 쏟는 시간이었다. 방학이면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가족은 ‘농촌에서 살아보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남편과 노후에 이런 농촌에서 작은 집을 짓고 살자고 이야기했다.
돌아오는 길에 읍내 마트에 들려 횡성의 쌀인 ‘어사진미’를 구매했다. 구수한 밥을 짓고 직접 캐 온 감자 반찬을 먹으면서 고라데이 마을을 추억하며 ‘또 가고 싶다.’라는 말을 매일 하고 있다. 또 핸드폰 날씨에서 횡성 날씨를 확인한다. 오늘 아침 기온이 5도인 것을 확인하며 ‘촌장님 가족 덜 춥겠다.’ 하면서 여전히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횡성의 홍보대사가 된 것처럼 만나는 사람들에게 횡성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 횡성은 ‘한우’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더덕, 안흥찐빵, 어사진미, 사과, 절임배추가 유명하다는 촌장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가능한 횡성의 특산품을 찾아서 구매하기로 했다.
내년이면 딸이 초등학교 5학년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동반한 가족만 된다는 이 가족사랑 농촌체험에 참여하려면 외동딸이어서 2년이 기회가 남았는데 매년 참가할 수 있는 행운이 따랐으면 좋겠다. 남편과 이 체험 때문에 ‘아이를 하나 더 낳자.’는 농담도 주고받았다.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던, 농촌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함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다시 한번 대산농촌재단과 교보생명, 고라데이 마을, 함께 한 가족들에게 감사하다. 우리 가족은 대기 1번이었는데 앞서 당첨된 후 취소한 이름 모를 그 가족에게도 감사하다.
횡성의 밤하늘에 나의 그리움의 별을 띄워 보낸다.
https://www.instagram.com/p/Cy1_Yq8yNf3/?igshid=NTc4MTIwNjQ2YQ==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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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데이마을 촌장 |
23/10/26 [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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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의 시를 보는듯 구구절절 아름답고 소중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것 같이 느껴지네요 한편의 영화같이 2박3일을 글을 통해 읽고 보았습니다ㅎ
이렇듯 서로 진심을 다해 열심히 하면 평생 추억할 이야기거리가 되기에 더욱 잘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한 시간들 덕분에 저희도 무척 행복했습니다 큰 보람을 느끼고 농촌 산촌에서 이일을 하고 있는것에 감사하며 자부심을 키웁니다
주아의 생일이 특별하게 기억되고 예쁘고 아름답게 커서 고라데이마을에 다시 찾게 된다면 어떨지 설렙니다 ㅎ
고라데이마을에 띄워주신 그리움의 별 꼭 보러오세요 ㅎ
감사합니다 행복한 가정 건강한 가정 꾸려나가시길 소망합니다 촌장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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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장님! 평안한 아침 보내고 계시지요? 다시 돌아온 이곳에서 저희 가족은 분주하게 보내고 있지만 매일 그곳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촌장님의 댓글이 무척 반가워 가족들에게 공유하며 오래 기다린 편지를 받은 것마냥 가슴 시리게 행복하네요.아름다운 농촌을 선물해 주셔서 거듭 고맙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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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데이마을 촌장 |
23/11/13 [0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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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글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가족에게 잊지못할 추억 또 하나가 생겼네요 ㅎ 늘 다복한 가정으로 즐거움만 가득하시길요 꼭 다시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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