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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롱이둥지마을에서 보낸 멋진 추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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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황규만 |
날짜 : 16.11.13 |
조회 : 1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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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대산농촌재단에서 지원하는 농촌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혹시 나 하는 마음에 신청을 했는데
정말 운 좋게도 한번 만에 선정이 되어 참가하게 되었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 온 나로서는 농촌에서
가족들과 하룻밤을 지내며 오롯이 농촌생활을 체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마치 고향에 온 듯 한 따뜻함
을 느낄 수 있어서도 좋았지만 함께 참가했던 아이들이 같은 또래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며
더 좋았다. 농촌체험을 통해 경험한 첫 인상이 너무 좋아 그 후 매년 농촌체험 신청을 했었고, 별 어려움 없이 매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16년 올해는 정말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9번의 기회가 있는데 8번째까지 아무 연락이 없었지만 마지막 9번째에는 연락이 왔다. 대기 1번.
그렇게 해서 가평초동이둥지마을 농촌체험에 참가하게 되었다.
가을의 풍미를 한껏 풍기는 중미산과 유명산을 지나 도착한 초롱이둥지마을은 어쩐지 낯설지가 않았다. 몇 년 전 둥지마을에서 주최한 두릅축제에 참가했었는데 두릅나무의 가시가 어찌나 날카롭던지 바지를 뚫고 내 허벅지에 큰 흔적을 남기고야 말았다. 1시간 일찍 도착한 덕에 가족들과 한가로이 마을을 둘러볼 수 있었다. 내가 마당에 추수한 곡식을 말리는 할아버지를 돕는 동안에 아이들과 강아지와 반가운 만남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서울에 사시면서 주말마다 이곳에 와 농사를 짓는다는 분과 대화를 나누며 둥지마을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둥지마을에는 그 동안 체험했던 다른 마을과는 달랐다. 농촌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농촌’하면 누렇게 있는 벼가 있는 논이 있어야 하는데 둥지마을은 밭농사를 짓거나 야산에서 잣나무와 두릅나무를 재배하는 곳이라 넓은 평야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깨끗한 전원마을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둥지마을에서의 첫 체험은 가평 특산물인 잣 캐기였다. 잣 송이를 2개를 받는 순간에는 좀 많이 주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잣송이 구석구석에 어찌나 잣이 많이 숨어있던지 참 신기했다. 손에 끈적끈적한 것이 묻어 불편하기는 했지만 잣송이에서 나는 향도 너무 좋았다. 향이 좋다는 편백나무보다 조금 더 진한 향이 났다. 그렇게 얻은 잣은 너무 작아 까기가 힘들었지만 그 구수함은 까는 수고를 덜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늦가을에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나 조금 쌀쌀하기는 했지만 야외에서 장작을 때서 가마솥 닭 백숙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각 팀 별로 불을 지피기 시작했는데 장작이 조금 덜 말라서 불이 잘 붙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가 합심해서 불을 피우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 새 서먹함은 사라지고 마치 다정한 이웃사촌으로 다가와 있었다. 고생 끝에 낙이라고 했던가? 힘들여 만든 음식이어서 인지 그 큰 토종 닭들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둥지마을이 다른 체험마을과 다른 또 한가지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농촌체험은 추수한 것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집에 가져 가서 먹는 것인데 가평에서 나는 나무로 2단 서랍장을 만드는 체험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무 조각들을 맞춰서 못을 박고, 사포 질을 하고 직접 인두로 나무를 태워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는데 조금 위험해 보이기는 했지만 아무 사고 없이 멋진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특히 아이들이 그린 멋진 형상들은 어느 기성제품보다 멋져 보였다. 지금도 2단 서랍장은 우리 집에 장식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리고 다음 날 둥지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편백나무와 잣나무 길을 해설사 선생님과 함께 걸었는데 선생님께서는 길가에 있는 풀들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재미를 주었는데 특히 강아지풀의 줄기의 가운데를 잘라 콧수염 만들기는 새로운 체험이었다. 그렇게 숲 속의 내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정말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서 편백나무 조각으로 향기 주머니를 만들었는데 그때 만든 향기주머니는 지금도 우리 집 곳곳에 편백나무 향을 풍기고 있다. 향이 약해질 때마다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 주면 그 향이 다시 살아난다.
초롱이둥지마을에서 1박2일간의 농촌체험은 깊어가는 가을에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이 소중한 경험을 도시에 사는 이웃들과 나누며 농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기회가 되었고, 체험은 끝났지만 마을 분들과 소중한 인연을 끊지 말고 우리 아파트 주민들과 초롱이둥지마을이 서로 교류하는 그런 관계로 만들어나가고 싶다. 이렇게 도시와 농촌이 서로 만나 서로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대산농촌재단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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