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들을 위한 그러나 나를 위한 여행 |
|
| 글쓴이 : 이의주 |
날짜 : 15.08.10 |
조회 : 2085 |
|
|
외갓-집(명사 : 어머니의 친정, [같은 말] 외가)
시골내음과 온정이 가득한 사전적 의미를 기대하며 「외갓집」을 사전에서 찾아본 나로서는 한없이 실망스러운 정의이다. 우물에서 물을 길러 등목을 하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소 여물을 쑤며 해가지면 집집마다 피오나오는 밥내음이 있고 화로에 달고나를 해먹다 국자를 태워 엄마에게 혼나서 우는 우리를 안아주는 외갓집은 이제 나에겐 있지만 우리 아이들에겐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내가 아는 외갓집을 알려주기 위하여 대산농촌재단과 교보생명의 가족사랑 농촌체험에 신청하였고, 너무나도 감사히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고라데이마을을 가게 되었다.
고라데이마을의 농촌체험 프로그램은 아홉 가족이 참여를 하였고, 상기된 목소리로 가족소개를 하며 일정이 시작되었다. 모두들 서먹한 분위기에서 산골운동회, 버섯농장체험, 어고들 체험(물고기 잡기)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저녁시간 바비큐 파티가 끝날 때 즈음 되어서야 어색한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변화되고 있었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어른들 사이에서일 뿐 아이들은 성별, 나이, 생김새, 옷차림을 떠나 너무도 쉽게 어울리고 하나가 되었다. 화전 움막체험, 밤 도깨비 달빛 걷기를 마지막으로 하루의 프로그램이 끝났다. 불행히도 우리의 숙소는 다른 가족과의 숙소와 거리가 있어 프로그램 이후의 별도의 모임을 갖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탓에 모두가 피곤했는지 금세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날 농산물 수확 체험(감자캐기), 우드버닝 체험으로 프로그램은 마무리가 되었다. 너무나 재미있고 알찬 프로그램이었지만 글로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어 사진으로 대신한다.
나는 직장의 특성상 나름 성인이라고 자부하는 대학생들과 함께 생활을 하고 안타깝게도 그들이 일으키는 문제들을 통해서 주변사람과 잘 어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다소 불편하지만 우리 가족만이 아닌 다른 가족과의 여행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이번 농촌체험을 통하여 우리 아이들이 재단이 추구한 건강한 먹거리의 소중함,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배우고 내가 생각한 외갓집과 사회성을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도 쉽게 어울리는 아이들과는 달리 어색해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것은 내가 아닌가 하고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 퇴근하는 길에 「두용, 재용 아버지! 어제 잘 들어가셨나요? 농촌체험에서 좋은 가족을 알게 되어 기쁘고 기회되면 야구장도 같이 가고 얼굴도 봅시다.」라는 소중한 문자를 받았고 여러 대화가 오고갔고 집에 놀러오라는 초대를 받았다. 나는 이제 아이들에게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핑계로 야구장 티켓을 예약하며 나의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려 한다.
늘 같은 공간, 비슷한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것들을 새삼 일깨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쉬어야 할 주말을 더욱 힘들게 보내준 대산농촌재단과 아내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
|
> 커뮤니티 > 우리가족 농촌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