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색 가득한 가을 산채마을... |
|
| 글쓴이 : 김정환 |
날짜 : 15.11.22 |
조회 : 2641 |
|
|
강원도 횡성 산채마을 체험기...
새벽 4시 반 휴대폰의 알람은 정확히 울렸다.
아내가 묻는다...
"갈 수 있겠어요?”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나는 대답했다.
“가야지...마지막인데...그쟈?”
말꼬리를 흐리며...살짝 웃어보였다.
갈 길이 멀어도 너무 멀었습니다. 부산에서 강원도까지 물리적 거리도 거리지만, 부산서 강원도를 간다는 것은 아침 일찍 출발해도 늦은 오후나, 다음날 도착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짐짓 씩씩하게 일어나서 아이를 깨웁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서 배시시 웃습는다.
여행을 몹시도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초등6학년입니다.
대산농촌재단에서 주최하는 농촌체험은 초등6년이 마지노선이지요. 집안에 어린 동생이 있는 가족들은 형들이나, 언니가 있으면 중학생들도 가끔 함께 초대되어 오는 것을 보는데 우리는 아이가 하나라서 마지막 체험입니다. 중학생까지 농촌체험을 하게 해 주면 정말 좋으련만...주최측의 사정도 있기 마련이므로 그에 따라야겠지요..
가는 길에 안개가 너무 자욱하더군요 치악산의 단풍은 분명 들었을 거라고 짐작은 가지만, 영 시계가 엉망인지라 그 자태만 살짝살짝 보여 참으로 애 닳았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보이는 모든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산세가 아름다운 곳의 단풍을 못보고 가는 것이 무척이나 슬펐습니다.
덕분에 수면시간이 부족한 아내와 아이는 푹 잘 수 있었습니다. 나는 분명히 아름다울 것으로 예상되는 네비게이션 아가씨와 속닥속닥이며 강원도까지의 길을 재촉하였습니다.
안개비로 자욱했던 비가 횡성휴게소에 도착하니 이젠 제법 굵은 비가 되어 차창에 부딪칩니다.
편안하게 주무시는 우리 마마님과 공주님을 깨워서 소변이라도 보라고 했더니 부스스 잠깬 얼굴로 어디냐고 묻습니다. 횡성이라고 일러주고 함께 휴게소화장실을 다녀왔더니, 딸래미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아빠 영어 학원선생님 만났다”
“무슨 영어선생님?”
“옛날에 다녔던 랭X영어학원원장님.”
“그래 선생님한테 인사는 했나?”
“응”
부산서도 만나기 힘든 선생님을 이 먼데서 만나다니...사람이 죄짓고 살지 말라는 뜻인가 보다..하고 서로 이야기 하면서 목적지 산채마을로 향하였습니다.
산채마을에 도착하니 그렇게 올라오면서 애먹였던 짓굵은 날씨가 거짓말처럼 개어주더군요.
마지막 여행이니, 이정도의 심술은 견디라는 하늘의 뜻인가요?
산채마을의 전경은 앞으로는 작은 개울이 흘렀고, 뒤로는 자작나무가 자라는 산과 앞으로는
노랗고 빨간 단풍이 든 오색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맑고 시
원한 공기로 가득한 그야말로 무릉도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도착했을 거라고 믿었는데...두 가족이 먼저 와, 인근을 산책하고 있더군요.
어색한 인사와 함께 농촌체험은 시작되었습니다.
첫날 체험은 여러 가지가 종류가 있었습니다.
메기잡기, 농작물을 채취, 자기만의 머그컵 만들기, 헬로윈데이 파티, 풍등날리기, 등등
일정표에 짜여진 많은 체험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여야 했지만, 모두가 신나고 재미있었습니다. 몸이 별로 좋지 않은 나는 많은 체험에 참여 할 수 없었지만, 많은 가족들이 즐거워하고, 재미있어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하였습니다.
그 중 메기잡기 체험은 도심에서는 할 수 없고, 시골에서만 할 수 있는 이런 모습들은 보는 것 만 으로도 나를 미소 짓게 하였습니다. 소싯적 동무들과 어울려 동네 개울에서 반도 들고 고기를 몰던 생각이 났습니다...비록 고기보다 올챙이를 더 많이 잡았던 어린 시절이었지만...마치 그때의 그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그 찬물에서 메기 잡아서 저녁에 파티에 메기매운탕거리를 제공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도 들어가 한 마리 잡고 싶었지만...감기가 걸러면 큰일 나기 때문에 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혼자서 몸을 뺀 것 같아 다른 가족들에게 참으로 미안하더군요.
메기가 크지는 않아도 맛이 일품이었고, 끊여주신 주방아주머니의 솜씨도 일품이었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농작물채취로 고추 따기와 옥수수 따기를 했는데, 그날 저녁에 그 고추로 튀김을 하였지요. 좋은기름에 튀긴 고추의 맛은 참으로 고소하였습니다. 아버지들이 요리를 하였는데, 저도 튀김옷을 입히는 일을 조금 하였습니다. 그 정성이 들어간 따뜻한 고추튀김의 맛은 달짝지근하였고, 이래저래 배고팠던 우리 속을 든든히 달래 주었습니다. 영혼의 고추튀김이라고 할까요... 옥수수는 또 어땠나요? 저녁식사를 마치고 먹었던 강원도 옥수수... 강원도 옥수수, 강원도 옥수수 말로만 했지만 직접 구워서 맛을 보니...저녁식사를 양껏 하고도 그 황홀한 맛에 과식을 하게 만들더군요...실제로 살이 많이 쪄서 늘 다니는 병원의 간호사에게 많이 혼났습니다.
사실 우리가족은 농촌체험을 참으로 많이 다녔습니다. 대산농촌에서 주최하는 농촌체험 외에도 자비로도 농촌체험을 다녔지요...그러다보니 이곳이나 저곳이나 비슷한 체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가장 많이 하고, 빠지지 않는 체험 중에 하나가 풍등 날리기입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풍등에 적는 소원이 항상 다르고, 그 느낌이 새롭습니다. 이번 풍등체험은 더더욱 그렇더군요.
딸아이가 자음만 적은 소원...한줄이 저를 울렸습니다. 그 한줄을 소개하지요.
“ㅋ ㅍ ㅇ ㅅ”
처음에 저도 이 자음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한참을 생각해도 모르겠더군요.
내용을 아는 듯한 아내에게 슬쩍 물었습니다.
“이게 뭔데?”
딸아이 눈치를 보던 아내가 저에게 살짝 귀속말로 말합니다.
“콩 팥 이 식”
................................................
순간 누군가가 제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큰 돌로 찧는 듯한 충격이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신장장애를 앓고 있고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장애인입니다.
(이번여행을 위해서 실제로 많은 것을 해야 했습니다. 이주 전 부터 투석날짜를 바꾸고, 투석하는 병원을 일시적이나마...변경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한번도 우리가족에게 신장이식을 해 달라고 한 적도 없고, 아프지 않은 척 괜찮은
척...태연한 척 연기도 많이 했는데...내 연기가 완전히 발연기였던가 봅니다.
딸아이 소원은 아빠가 건강해 졌으면 하는 것이었던 겁니다.
눈물이 나더군요...고맙더군요...투석을 받으면서 내 신세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한탄하면 울기도 많이 했는데...녀석이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봤던거죠.
우리가 만든 풍등을 마지막으로 날리라고 촌장님이 말씀하시더군요...
노란 한지의 풍등에 불을 붙여 별빛 가득한 맑은 고요한 하늘에 띄워 보냅니다.
참으로 높이 오래오래 타 올라가더군요. 그 정성 하늘에 닿아 딸아이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저의 작은 소원이자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지만요.
그렇게 약간 슬픈 듯 한 나만의 풍등날리기를 마치고 불꽃놀이를 하면서 첫날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황토로 지어진 집을 배정받아서 짐을 풀고 잠자리에 들었는데...그 기분이 참 좋습니다.
메마른 콘크리트 갇혀서 사는 우리 도시인에게 황토방은 왠지 잃었던 건강을 찾아주는 듯한 느낌마저 들고, 실제로도 좋은 기운이 많이 나온다고 하더군요...딸아이가 뽑기 배정 받은 이 황토방이 너무 좋았습니다.
체험 둘째날이 밝았습니다.
강원도...역시 날씨가 만만치 않게 쌀쌀하더군요...하지만 햇살은 더없이 맑고 부드러웠습니다.
그런데 전날 맛나다고 먹었던 음식들이 사단이 났습니다.
조심했어야 했는데 너무 방심했던 것 같습니다. 몸을 움직이기 힘들더군요...그래도 움직여야지하고 나선, 방태산 자연휴양림...
방태산 자연휴양림에 트래킹을 갔는데...생각했던 것 보단 많이 가파른 길을 가더군요 할 수 없이 저는 차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습니다. 괜히 따라나섰다가 다른 분들에게 민폐나 끼칠까봐서, 아내와 딸아이만 트래킹에 보내고 저는 차안에서 휴식을 취하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냥 누워있기는 그 순간이 너무 아까워 주차장 근처를 왔다갔다 하면서 방태산의 산내음을 많이 맡았습니다.
산의 채취...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나무사이로 비춰지는 맑은 햇살...그 포근한 느낌...마음속 깊은 상처까지도 어루만져 주는 듯 한 바람...하나하나 소중한 요소들이었습니다...
모든 가족들이 기분좋게 트래킹을 마치고 돌아온 뒤 다시 산채마을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면서 차창을 열어서 방태산공기 가득 채워 오니 한결 기분이 상쾌해지는 듯 하더군요.
산채마을에 돌아오니... 몸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칼륨수치와 인수치가 올라서인지 온몸에 마비가 살살 오더군요. 준비해간 약을 먹고...가만히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았습니다.
아내와 딸아이가 나머지 체험을 하는 동안 저는 방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누워만 있어야 했습니다. 두 사람은 돼지감자 채취와 양배추 따기 체험을 다녀왔습니다. 가고싶은 맘은 굴뚝 같았으나...몸이 따라가질 않으니...할 수 없는 일이죠.
혼자서 주사를 맞고, 챙겨간 약을 먹고 보일러로 데워진 방에 죽은 듯이 누워만 있었습니다.
한시간 쯤 지났나? 띠리리 핸드폰이 진동하더군요 영상통화로 밭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밝은 태양 아래서 양배추를 수확하는 아내와 딸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재밌나?”
“응! 아빠도 왔으면 좋았을낀데...그쟈?”
“그래 너무 많이 딸라카지말고...묵을 만큼만 따온나. 알았재?”
“응 알았다...몸은 좀 괜찮아?”
“그래”
체험행사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와 아내손에는 양배추 여섯 통과 돼지감자 두 뭉텅이가 있더군요.
“아빠 안가길 잘했다...산이 많이 험하더라.”
“그렇더나?”
“응”
아쉬워하는 맘을 아는 딸아이가 그렇게 에둘러 위로를 합니다...고마운 녀석...
점심식사는 엄마들이 준비한 곤드레나물밥이라더군요. 전날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이난 저는 살짝 입만 대는 수준으로 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입만 댄 곤드레나물밥의 향취가 남달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나물냄새가 입안에서 가득하였습니다. 아이도 엄마도 산에서 일하다 와서 그런지 아님 곤드레나물밥이 맛나서 그런지 정말 씩씩하게 잘 먹더군요.
그렇게 모든 일정은 끝이 났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우리 촌장님은 친절하게 끝까지 일정을 소화 시켜주셨고, 아드님 또한 함께 우리 일행들을 친절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시간이 많아서 하루정도 더 있었더라면 좀 더 천천히 모든 일정들을 즐기면서 했을텐데...
준비된 일정은 많고 그 일정들을 소화하려니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그래도 많은 가족들이 즐겁게 얼굴 붉히지 않고 재미나게 체험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
체험행사 내내 아쉬운 점은 많은 가족들과 인연을 맺고, 서로를 알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은 부족하지는 않았나 싶은 것이 내심 안타깝더군요...이것도 인연인데 말이죠..
다들 안녕히 가셨는지는 모르겠네요...서로 잘가라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갈 길이 멀다고 하는 핑계로 도망치듯 온 것이 못내 가슴이 아픕니다.
돌아오는 길에 차창으로 강원도의 맑은 햇살이 가득했습니다. 횡성장에 가서 소고기라도 살라고 했지만, 길이 너무 멀다는 핑계로, 그리고 어제 저녁에 촌장님이 횡성소고기로 스테이크 해줬잖아...며 스스로들을 위로하고 자동차를 고속도로에 올려습니다.
그렇지만 그 핑계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 보게 된 치악산의 빼어난 경치는 너무나도 황홀했습니다. 산의 모양은 우리가 경험할 없던 기암절벽 수준인데, 그 기암에 피어난 단풍꽃은 형언키 어려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더군요...마치 신께서 산에다 아름다운 비단옷을 입혀 놓은 듯 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내에게 저절로 약속을 하나 하게 되더군요...
“여보 내년 가을에도 꼭 강원도에 오자. 그라고 나이 들면 꼭 촌에 와서 살자...너무 좋다.”
“그라고 옥수수도 많이 사서 먹자...옥수수 너무 맛있다.”
쉬엄쉬엄 강원도를 빠져나와 충청도, 경상북도를 거쳐 내려오는 길은 너무도 길었습니다.
갈 때는 너무 좋아서 금방 도착하는 듯 했는데...오는 길은 아쉬움에 너무도 길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농촌체험...물론 개인적으로는 계속 가겠지만...대산농촌재단에서 주최하는 농촌체험은 마지막이겠지요...그동안 많은 곳을 가고 많은 체험을 하였습니다.
많은 경험 속에서 느낀점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자자손손 물려주어야 하고, 지켜야 한다.
물론 내가 농촌지키기에 할 수 있는 역량이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체험행사를 지인들에게 알리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갔던 산청의 얼레지마을이 생각납니다. 촌장님이 일정을 마친 저희들에게 차례대로 묻더군요...
당신들은 여기서 무엇을 느꼇냐고요...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좋은 체험이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요...차례대로 대답을 하고,
제 순번이 다가와 대답할 차례 때 저는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저라면 절대 다른사람들에게 이 체험행사를 가르쳐주지 않습니다...이렇게 좋은 체험을 왜 다른사람에게 소개합니까 저는 절대로 안합니다....괜히 경쟁률만 높이고 싶지 않습니다.”
진심은 그렇지 않았지만...정말로 좋은 체험행사이고...어떤 행사보다도 알찼기에 한 소리였습니다. 그만큼 느낀 것이 많았고, 소중한 경험이었기에...한 소리였습니다. 어떻게 우리가족이 선발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선발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제 저의 작은 소망이 하나 생겼습니다. 욕심이라고 할까요...
좀 더 건강을 찾아서 제 기반이 잡아지면 아내와 둘이서 농촌으로 귀촌하여 대산농촌체험을
주최하는 촌장이 되고 싶습니다. 봄에는 밭에 매실을 심어서 매실을 따게 하고, 가을에는 밭에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를 키울 것입니다.
오신 분들 박스에 매실이며, 감자, 고구마, 옥수수 가득가득 넣어 드리고 싶네요...그렇게 농촌을 지키고 싶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 지으려니...자판에서 손이 잘 떨어지지 않는군요...
소중했던 기억들 그 아름다운 추억을 고이고이 간직하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저희들을 따스하게 맞아주시고, 친절한 응대와 웃음...미소...기억하겠습니다.
안녕 대산농촌체험...진짜 안녕
2015년 11월 마지막 농촌체험을 마치며...
김 정 환 |
|
|
|
|
| 행복한 모습속에 진한가족애를 느끼게해주었지요
불편하신속에서도 함께해주시는 모습에서 배려도 느꼈고요
기회되시면 꼭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뵙기를 기원드립니다 |
|
|
|
> 커뮤니티 > 우리가족 농촌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