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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통 산촌생태마을에서의 즐거운 추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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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하연 |
날짜 : 15.09.25 |
조회 : 32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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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한주를 보내고 주말이면 집에서 쉬기를 원하는 남편과 달리 주말에 어떻게 하면 아이와 함께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일정을 짜곤하는 나. 친구의 소개로 대산농촌문화재단의 가족사랑 농촌체험을 알게 되고 바로 이거야! 싶어 신청했는데 첫 번째 응모에 덜컥 당첨이 되었다. 쉬고 싶은데 또 일정을 잡았다며 짜증내는 남편을 달래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남편이 싫어하면 어쩌나 살짝 걱정이 앞섰는데 마을에 다가갈수록 차창 너머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가 우리 가족의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마을에 집합시간보다 일찍 도착해보니 스텝 분들이 가족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준비를 하고 계셨다. 기다리는 동안 숙소를 먼저 배정받아 짐을 풀었다. 농촌마을 체험이라 하니 숙소가 불편할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깔끔한 숙소여서 좋았다. 개별난방으로 바닥은 절절 끓고 위로는 신선하고 시원한 산공기를 마실 수 있어 상쾌했다.
6가족이 모여 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스텝소개, 가족소개를 했다. 진행단장님이신 괜찮아 선생님은 첫 만남에서부터 모든 아이들의 이름을 외워 한 명 한 명 친근하게 불러주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임 전에 아이들의 이름을 한 시간 동안 외우셨다고 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이렇게 신경써주시는 선생님들이 있어 너무나도 편안하고 즐겁게 체험을 시작할 수 있었다.
드디어 첫 번째 체험 뗏목 만들기. 과연 우리가 만든 뗏목을 물에 띄워 탈 수 있을까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한 뗏목 체험. 평소 만들기를 좋아하는 남편과 아이가 서로 도와가며 뗏목을 만드는 모습을 나는 흐뭇한 엄마미소로 지켜보며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 피곤한데 일정을 잡았다고 짜증내던 남편도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누구보다도 체험활동에 몰입하며 노를 직접 깎고 만들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만든 알록달록한 가족 깃발을 뗏목에 꽂으며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공동체라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뗏목을 차에 싣고 계곡으로 나와 뗏목을 물에 띄웠다. 괜찮아 선생님이 몸을 아끼지 않고 물에 첨벙 들어가서 가족들이 뗏목을 탈 수 있게 도와주셨다. 뗏목이 신기하게도 물에 잘 뜨고 남편이 노를 젓자 유유히 계곡을 유영했다. 온 가족이 느낀 성취감과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섯 가족 모두들 환호로 뗏목체험을 시작했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물속에도 첨벙첨벙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물놀이를 즐겼다. 뗏목을 즐기던 아이들이 송사리, 고동 잡기에 몰입하던 즈음 발꼬락 선생님이 가져오신 삶은 감자 간식. 유명한 강원도 감자답게 폭신폭신한 것이 꿀맛이었다. 감자를 먹고 나니 매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물수제비 던지는 방법을 알려주시고 아이들은 너도나도 물수제비 던지기에 신이 났다.
어느덧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발꼬락 선생님과 함께 가마솥으로 밥을 짓기 시작했다. 불을 살리기 위해 아이들은 열심히 장작도 넣고 부채질도 하며 밥솥 앞을 지켰다. 한 아이가 가마솥에 돌덩이를 얹어놓자 너도나도 돌을 주워와 자기 앞에 있는 솥 위에 돌들을 얹어 놓았다. 아이들이 압력 밥솥의 원리를 알기라도 하는 것일까? 한참 밥이 끓어오르자 발꼬락 선생님이 솥뚜껑을 열어 밥 상태를 보신다. 아이들 모두 자기 솥의 밥이 어떨지 두근거리며 차례를 기다린다. 밥을 한번 휘젓고 주걱에 밥을 조금 묻혀 아이들에게 맛을 보여주셨다. 밥이 어찌나 꿀맛인지 아이들은 주걱에 남아 있는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떼어 먹는다. 그 모습을 보며 발꼬락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놀부전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흥부가 놀부에게 쌀을 얻으러 가자 놀부 마누라가 밥주걱으로 흥부의 뺨을 때리며 내좆고 흥부가 볼에 붙은 밥풀을 떼어 먹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이야기가 흐르는 사이 드디어 밥이 완성되고 아이가 “엄마 내가 한 밥 엄청 맛있다!”라며 너무나도 자랑스러워한다.
아이들이 밥을 짓는 사이 어른들은 너무나도 고운 꽃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금 빛나는 금계국 차며 자연 속에서 빛깔도 모양도 너무나 예쁜 꽃차를 마시며 여유를 만끽하니 자연이 내 몸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아~ 이런 힐링이 또 어디 있으랴.
아이들이 지은 밥으로 닭갈비를 배불리 먹고 다목적실에 모여 풍등을 꾸몄다. 처음에는 누가볼까 쑥스러워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지만 한 면 가득 글과 그림으로 소원을 채워가는 아이를 보며 남편과 나도 자연스레 마음 속 소망들을 글로 적었다. 매일매일 회사와 집만을 바쁘게 왔다갔다하며 쫒기듯 살아오다가 나의 소망을 생각해보고 내 가족의 소망들을 읽어보면서 오랜만에 내 마음과 내 가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완성된 풍등을 가지고 모두들 야외음악당 앞에 모여 촛불로 점화한 뒤 하늘로 띄웠다. 7개 밖에 안 되는데도 이런 장관이 없었다. 하늘로 높이 높이 올라가며 빛을 발하는 우리 가족의 소망을 보며 마음이 뭉클해졌다. 저 멀리 풍등의 불이 꺼지며 사라지는 순간 마치 우리의 소망이 하늘의 별이 된 것 같았다.
풍등을 날린 후 이어진 캠프파이어. 학창시절 이후 처음 해보는 캠프파이어에 마음이 설레었다. 장작에 불이 점화되는 순간의 짜릿함. 가족 구호를 만들어 게임을 하며 즐거움이 고조되고 이어진 아이들의 장기자랑에 웃음꽃이 피었다. 어렵게만 생각하던 장기자랑에 대한 선입견을 무너뜨리며 아이들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다양한 장기를 볼 수 있었다. 물구나무 서기, 팔굽혀펴기, 다리찟기, 윗몸일으키기 등등. 이렇게 순수하고 행복하게 자라주는 아이들이 고맙고 예뻤다. 장기자랑이 끝나고 발꼬락 선생님이 아이들을 다목적실로 데려가시고 어른들에게는 춘천의 막걸리와 파전이 제공됐다. 가족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갔고, 선생님들에게서도 마을의 이야기며 이러한 일에 참여하시는 의미와 노력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별빛을 맞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가진 나눔의 시간이 바쁜 일상에 쫒기며 긴장해있던 내 마음을 사르르 녹여주는 듯 했다. 아이들만을 위해 떠나던 여행에서 부모들도 잠시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선생님들께 너무나도 감사드린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너무나도 늦은 밤. 아이들을 데리러 다목적 실로 내려가 보니 아이들과 발꼬락 선생님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엄마랑 같이 있겠다던 우리 아이도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나도 재미있었다며 아이들과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밤새 산 속에서의 단잠 후 신선한 공기로 시작하는 아침. 공기가 너무 좋다며 신이 난 남편과 아이를 보며 나도 행복한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식사 후 이어진 농산물 수확체험. 체험장으로 가기 위해 논두렁을 걷는데 논에 우렁이가 가득하다. 아이들에게 우렁이농법에 대해 이야기도 해주고 구수한 벼 냄새를 흠뻑 들이마시며 걷는 길이 상쾌했다. 오랜만에 밟는 흙길의 촉감과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소리도 즐겁게 느껴졌다.
체험장에 모인 우리에게 발꼬락 선생님은 우리 먹거리의 중요성과 농촌·도시의 상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설명해주셨다. 우리 농산물이 우리 몸에 좋으니 사먹어야 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함께 나누기 위해서도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이번 가족사랑 농촌체험은 그동안 재미로만 다녀보던 농촌체험에서 한걸음 나아가 배움과 깨달음이 있는 체험이었다.
이제 아이들과 어른들은 가위와 바구니를 하나씩 챙겨들고 여러 가지 농산물이 심어져 있는 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지, 호박, 방울토마토, 고추, 참외, 치커리, 노각 등등 다양한 채소들이 여기저기 열매를 맺고 있었다. 그동안 한 종류만을 수확하던 다른 농촌체험과는 달리 다양한 식물들 속에 아이들은 자연을 배울 수 있었고 수확의 즐거움을 맞볼 수 있었다. 한 바구니 가득 이런 저런 채소들을 담아 왔는데 이것 말고도 감자, 양파, 단호박, 말린 가지 등 기념품이라며 가족당 한 상자 가득 선물을 주신다. 이런 인심이 또 어디 있을까. 이렇게 많이 주시기면 하면 어쩌냐고 여쭤보자 선생님들은 이번 체험을 사업적인 면에서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고 마을의 존재를 알리고 인정받기 위해 하시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 말씀에 가슴이 뭉클했다.
비닐하우스에 모여 수확물을 정리한 후 간식으로 매산선생님이 재배하신 아로니아며 우리 농산물로 만든 시리얼, 미숫가루 등을 토핑으로 얹은 팥빙수를 만들어 먹었다.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와 건강한 재료가 있으니 맛도 두 배다.
이번 체험의 마지막 코스인 하이록 한우체험농장으로 이동. 춘천하면 남이섬 밖에 몰랐는데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탁 트인 경관과 맑은 공기, 푸르른 초원에 유유히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소, 양들이 어찌나 평화로워 보이는지. 시원한 가을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아이들이 양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내 마음도 평화와 여유로 가득해진다. 아이들은 소에게 여물도 주고, 토끼와 이야기하며 토끼풀도 주고, 양을 쓰다듬기도 하며 양에게 먹이로 유인하여 나름 양몰이도 해본다. 그 모습이 제법 알프스 소녀 같다. 동물들과 놀다보니 슬슬 배가 고파질 무렵 우리는 한우버거 만들기 장소에 모였다. 다른 고기는 하나도 섞이지 않은 오로지 한우로만 만든 반죽으로 두툼한 패티를 만들어 굽고 양상추와 토마토를 깔고 데리야끼 소스를 뿌려 버거를 만들었다. 그동안 사먹던 패스트푸드와는 달리 보기만 해도 건강하고 맛있는 버거였다. 집에서도 아이에게 이런 햄버거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우버거로 든든하게 점심식사를 마친 후 아이들의 신나는 당나귀타기 체험으로 1박 2일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아이에게 우리 먹거리와 자연을 알게 해주고 싶어 여러 번의 농촌체험 활동을 다녀봤지만 이번만큼 마음속에 진한 감동과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 체험은 없었던 것 같다. 자주 이루어지는 일상의 일일텐데도 매순간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해주시는 선생님들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상업적인 목적으로만 이루어지던 농촌체험과 달리 농촌을 알리고자 하고 농업인과 농업의 사명에 대해 진지하게 다가가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이런 소중한 체험의 기회를 주신 대산농촌문화재단과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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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벌이를 체하지 않게, 정 주기를 밥 먹듯이! 점점 이 생각이 또렷해져요.
아이들과 자주 자연 속으로 들어가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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