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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어느 행복한 날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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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종숙 |
날짜 : 14.10.16 |
조회 : 40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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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은 어디든 행복한 것이라 했던가? 어딘가 가려면 꼭 여기부터 가보시라 말해 주고 싶은 곳이 생겼다. 지난 9월 온 산하에 가을이 막 도착했던 그때...우리 가족이 꿈같은 시간을 즐겼던, 산청 둔철산 얼레지 피는 마을! 생각하면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그곳에서의 추억을 다시 살며시 꺼내본다.
부산에서 2시간여 달려 도착한 첫 집결지. 간디고등학교 그리고 쉼터식당.
학교 운동장에서 낯선 이들과의 수줍은 눈인사를 나누고, 쉼터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먹는 것으로 일정은 시작되었다. 먼 길 달려온 손님에 대한 배려였을까? 한 상 가득 차려진 시골밥상은 한눈에도 준비한 이들의 정성이 넘쳐 나 보였고, 맛 또한 일품이었다. 예상치 못한 귀한 대접에 우리 모두 절로 기분 좋아졌고 왠지 이곳에서의 머뭄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식사 후 이동한 체험센터에서 우리는 가족사랑 농촌체험 주최기관 대산농촌문화재단에 대한 소개와 일정에 대해 간단히 브리핑을 받았고, 제비뽑기로 가족별 민박농가를 정했다. 우리가족이 하룻밤 묵을 곳은 막내 지안이의 선택을 받은 ‘이구재’. 무슨 뜻일까? 어떤 곳일까? 궁금증이 생겨났지만 해답은 늦은 밤 이구재를 찾아서야 알게 되었다.
이어서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마을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이어졌다.
간디중학교 학부모를 주축으로 조성되었다는 귀농 귀촌 마을, 친환경 생태마을을 표방하고 있는 곳이라 집집마다 생태화장실이 있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설치된 태양광집열판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늘 마당집을 꿈꾸는 나의 눈에 들어온 햇살 가득한 푸른 잔디와 아이들의 로망 골든 리트리버가 함께 하는 자연 속 공간은 부러움 그 자체였다.
소나무바위숲길 탐방. 마을 내 숲길을 거닐며 마을촌장님인 먼당 성경모님이 붙여 놓은 바위와 나무의 익살스런 이름을 각자의 시각으로 아이디어를 내어 새롭게 지어보기도 하고, 보물찾기며, 가족사진찍기 미션도 수행했다. 생각해보면 별다를 것 없는 프로그램인데, 걸으며 생각하며 작은 일에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참 희안한 경험. 우리가족 모두 깔깔 거리고 있었다.
가을열매의 대명사 밤줍기 체험. 다들 물욕이 있는 분들은 아닌 것 같은데, 밤알을 대하는 눈빛들이 심상치 않다. 아이들은 저마다 날카로운 밤가시에 찔리지 않는 방법을 터득했다며 자랑스런 무용담을 늘어 놓았고, 그러는 사이 시나브로 밤봉지는 그득해 졌다. 경쟁심에 나도 땅만 보고 허리 숙여 반질반질 밤톨을 줍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농사의 수고로움은 없이 수확의 기쁨만 맛보고 있네. 살짝 죄송스러워 졌고, 어쩌면 우리 때문에 겨우내 굶주리게 될지도 모르는 다람쥐 모습이 떠올라 엄청 미안해 졌다. 풀섶에 아무도 모르게 밤 서너 톨 숨겨놓고 오는 것으로 죄스러움을 털어내고 내려왔다.
직접 주운 밤을 한 아름 안고 다음 목적지 계곡으로 향하는 길은 안 먹어도 배부른 길~ ^^
물 만난 고기 마냥 계곡에선 때 늦은 물놀이가 시작 되었고, 사무장님이 미리 준비하신 족대로 연신 물고기를 건져 올리자 삽시간에 몰려들어 신기해하는 아이들. 정말 자연만큼 멋진 친구가 없다.
다시 돌아온 체험센터에서 솔방울 등 자연물을 이용한 균형 잠자리 만들기 그리고 가족에게 편지쓰기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전에도 여러 번 해 보았던 만들기 체험인데 평상시 함께 하기 힘든 아빠와 같이 하니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큰아이 상우는 혼자서도 척척 꾸미기를 해내고 작은 아이 지안이도 아주 조금의 도움만으로 만들기를 완성해 낸다. 역시 가족은 모두 함께 일 때, 행복하고 그 속에서 추진력도 생기는가 보다. 특히 아빠가 부끄러워했던 가족에게 편지쓰기, 아이들은 너도 나도 손들어 먼저 하겠다고 하는데 부모들은 억지로 시켜야 마지못해 한다. 주입식 교육세대라 그런가? 그래도 평상시 말로는 전하지 못했던 마음 속 이야기를 글로 적어 발표하니, 쑥스럽긴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느 아빠는 감정에 북받쳐 끝내 말을 잇지 못하는 분도 계시고...
어느 새 훈훈해 진 가슴, 하지만 출출해진 배를 안고, 온 가족이 기다리던 바비큐 파티 장소로 이동했다. 솥뚜껑 위에서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를 내며 익어가던 수없는 삼겹살들은 환상의 맛을 선사하며 우리 입속으로 사라져 갔고, 더 이상 배고픈 자가 없어질 즈음, 우리들은 각자 정해진 민박농가로 내일을 기약하며 뿔뿔이 흝어져 떠나갔다.
드디어 비밀을 알아낼 시간.
‘이구재’ 두 마리 느림보 거북이가 사는 곳. 부산에서 살다 5년 전 귀촌한, 본인들을 느림보 거북이라 스스로 말하는 멋스런 부부가 사시는 숲속의 집에서 보이차를 함께 나누며 두런두런 덕담을 나누는 동안 숲속의 밤은 깊어만 갔다.
산청에서 맞는 새벽. 어제의 피로를 생각하면 믿기 힘들 정도로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아마도 간밤에 주인장이 말했던 수풀 속 들리는 새소리를 가만 가만 듣고 싶었던 때문이었으리라. 숲속의 아침은 벌써 춥다. 겉옷 하나를 챙겨 입고 남편과 산책에 나섰다. 길을 돌아갈 때 마다 만나는, 그 속에 살고 있는 주인장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 저마다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전원주택을 구경하며 서로 마음속 꿈꾸는 집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리도 언젠가는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
우리가 머문 방 미소락에는 피아노가 있다. 피아노를 배운 적 없고, 배우기 싫다던 큰 아들이 피아노 앞에 앉아 별안간 베토벤이 된 아침. 상우의 피아노 소리가 이구재를 깨웠다. 시끄러운 피아노 소리조차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이곳이 참 좋다. 우리를 위해 아끼는 그릇을 선뜻 내어 주시고, 구수한 시골된장찌개, 아삭아삭 쌈소롬한 민들레 샐러드, 달콤한 단호박 튀김 그리고 정성가득 밑반찬으로 거나한 아침상을 차려주신 안주인장은 차와 오카리나가 참말 잘 어울리는 분이시고, 젊은 날엔 그러지 못했으나 지금은 부인을 도와 집안일도 척척 하신다며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야 하는 필요성을 은근 말씀해 주신 주인장은 외삼촌 처럼 푸근한 분이셨다. 식사하는 동안 먼저 살아온 삶을 되짚어 잔잔히 들려 주시던 이야기는 마음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아쉬운 맘을 뒤로하고 또 놀러 오라는 말씀을 가슴에 담은 채 둘째 날 일정을 위해 체험센터로 이동했다.
체험센터에는 이미 대다수의 가족들이 모여 있었고, 어제와는 다르게 좀 더 친근해진 느낌으로 인사를 한다. 귀농 15년차 최세현씨의 호텔꼬꼬 이야기. 하루 4시간의 근무만으로 아들딸 대학공부까지 시켰다는 베테랑 양계인이 들려주는 친환경 꼬꼬 키우기의 핵심은 산청의 충분한 햇빛, 맑은 공기, 깨끗한 물이라 하신다. 그 숱한 조류독감 파동에도 까딱없었다는 호텔꼬꼬~ 역시 사람이나 동식물이나 생명체에게 필요한 건 쾌적한 환경인 게 분명하다. 뒤이어 직접 양계장에 들어가 갓 낳아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유정란 줍기 체험도 하고, 멋들어진 수탉의 깃털도 만져보았다. 여기서 생산된 유정란을 직접 구매자에게 배달한다니 놀라울 뿐이다.
다음 일정은 정취암 탐방.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얘기가 구전되어지는 이곳은 산청 9경중 하나로 새해 아침이면 해돋이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룬다한다.
앞 서거니 뒷 서거니 정취암 뒷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 화창한 날씨에 가시거리가 어찌나 긴지 절벽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가슴이 탁 트인다.
첫날 첫 일정을 시작했던 장소 쉼터 식당, 마지막 날 마지막 일정도 여기서 이루어졌다. 따뜻한 점심을 준비해 놓으셨다. 먼 길 떠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손님을 배려한 것이리라. 짧은 산행이지만 운동이 되었던 것인지 다들 한 그릇 뚝딱 맛나게 점심을 먹고, 뒤뜰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소회를 말하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서로의 자라난 모습이 다르고, 지금 사는 모습 또한 다르지만 1박 2일 동안 함께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서로 닮아 갔는지 말씀 한마디 한마디 들을 때 마다 고개가 끄덕여 졌다.
길지 않은 1박2일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의 뇌리를 맴도는 생각 하나 ‘이번 여행 참 특별하다’ 평소 아이들을 위해 갖가지 체험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해 왔던 터라 사실 얼레지 피는 마을에서의 체험 하나하나는 딱히 특별하다 말할 게 없었다. 그런데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이 특별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여태껏 내가, 우리 아이들이 경험했던 체험과 다른 한 가지를 찾아보았다. 해답은 사람! 사람이었던 듯. 자신들 삶의 한 껸을 우리를 위해 내어주시고 짧은 동안이나마 우리가 그 삶에 젖어 볼 수 있도록 마음으로 준비하고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신 분들.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솟아난다. 그동안 막연히 동경했던 귀농, 귀촌생활을 조금이나마 맛보고 나니, 세월이 지난 후에 자연 속에 살아가는 우리 가족의 모습이 상상되어 진다. 실현가능한 미래라는 울림이 내 가슴 안에서 파동 쳐 나온다. 함께 만들었던 균형 잠자리, 열심히 주웠던 알밤 한 꾸러미, 그리고 집에 가서 먹어보라 주신 귀한 유정란을 그득 싣고 돌아오는 차안, 마치 시골 외갓집을 다녀 온 듯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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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멋진글을 써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이구재집 김정옥님께도 이글을 카피해서 전해드렸어요..아주 좋아하시고 흐믓해 하십니다. 박종숙님가족 덕분에 우리마을 주민들도 가슴속에 진한 감동을 느끼고 있어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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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서없는 글 멋지다 말해주시니 감사해요. 우리가족이 가졌던 행복한 시간...우리 마음에 남은 따뜻한 느낌을 좀 더 잘 표현하고 싶었답니다. 이구재 안주인님 성함도 몰랐는데. 이렇게 알게 되니 기뻐요.. 꼭 기억하고 있을께요. 언제가 다시 가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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