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족과 하나가 되는 순간 |
|
| 글쓴이 : 황규만 |
날짜 : 14.10.20 |
조회 : 4098 |
|
|
2013년 우연히 대산농촌문화재단에서 가족사랑 농촌체험 가족을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반신반의하며 신청했었는데 선정되었다는 반가운 문자가 핸드폰에 찍혔다. 그렇게 참여했던 농촌체험이 우리 가족에게 너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기에 그 추억을 다시 느껴보기 위해 올해 들어 연초부터 신청을 하였으나 계속 실패를 거듭하다가 7차 가족사랑 농촌체험에 선정되었다는 문자가 드디어 찍혔다. 너무나 반가워 가족들에게 알리고 혹시나 절차를 밟지 않아 어렵게 얻는 기회를 놓칠까 걱정이 되어 입금도 바로 하고, 재단에서 보내오는 메일과 문자에 즉각적으로 답변을 보냈다. 체험을 가는 당일 아침 우리 가족 4명은 설레임에 밤잠을 설치고 새벽 6시에 일어나 차를 출발시켰다. 너무 일찍 출발했던지 춘천으로 가는 길은 뻥 뚫려있었다. 가는 길에 장작불 곰탕을 먹고 체험장소인 양통산촌생태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10시도 되지 않았다. 11시부터 등록이라 생태마을 선생님들은 우리를 맞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메뚜기 잡기에 돌입했다. 어찌나 날렵하던지 처음에는 고전을 했는데 갈수록 실력이 늘어 1시간 만에 20여 마리를 잡았다. 그러는 사이 다른 가족들이 서서히 도착하기 시작했고, 동현(9살)이는 잡은 메뚜기를 보여주며 또래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바빴다. 이렇게 시작된 7차 농촌체험은 우리를 포함한 여섯 가족과 “괜찮아”선생님, 매산 선생님, 발꼬락 선생님과 그녀의 아들 장난꾸러기 풍원(6살)이와 함께 추억의 첫 장을 열었다.
매산 선생님과 잠자리채 만들기에 돌입했다. 준비물은 나무와 옷걸이 그리고 양파 망이었다. 철사로 된 옷걸이를 펴서 둥글게 만들고 양파 망 테두리에 낀 후 나무에 끈으로 묶으니 수제잠자리채가 완성되었다. 잠자리채를 들고 논으로 갔는데 추수를 앞두고 진수성찬을 즐기는 메뚜기들이 많아 잠자리채로 벼를 훑으면 메뚜기잡기 끝. 물이 빠진 누런 논 바닥에는 농약을 주지 않았다는 증거인 죽어있는 대형 우렁이 껍질이 즐비했다. 메뚜기를 잡느라 촐촐한 배를 정자에 앉아 찐 호박고구마로 달랬다. 아이들이 어찌나 잘 먹던지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모습만 보아도 배가 불렀다. 에너지를 충전하고 오솔길을 걸어 인삼 밭을 둘러보고 냇가에 가서 튼튼한 수제 잠자리채로 물고기도 잡았다. 미꾸라지를 포함해 물고기 몇 마리 잡지 못했는데도 서울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살아있는 생명체를 보고 신기해하는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냇가를 떠날 때 잡은 물고기들은 아이들이 아쉬워하기는 했지만 물고기들도 가족들과 함께 고향에서 살 수 있도록 다시 물에 풀어주기로 했다.
무슨 초가을 바람이 그리 매섭던지 아이들이 걱정되어 이후 일정을 수정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이들의 가마솥 밥짓기와 부모들의 장작패기도 추운 날씨로 인해 취소되었다. 그렇지만 캠프파이어는 무슨 수가 있어도 사수하기로 했다. 다들 단단히 입고 나와 시작된 캠프파이어는 활활 타오르는 불이 추위를 쫓아주었다. 6가구가 멋진가족, 사랑의 집, 코스모스, 일산마두, 방귀뀌기, 소양강댐으로 호칭을 정하고 게임을 시작했는데 다른 가족을 지명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좋을 기회가 되었으며, 게임이 끝났을 때는 모두 친한 이웃이 되어 있었다. 이제 부모와 아이가 헤어질 시간. 아이들은 불 주위로, 부모들은 다른 장소로 이동해 처음으로 따로 행사를 진행했는데 끼리끼리 어울려서인지 이 프로그램으로 부모는 부모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더욱 친숙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늦은 시간에 다시 불가로 모여 숯불 속에서 드러난 은박지에 쌓인 군고구마를 맛있게 먹고, 아쉽게 체험의 첫 날을 마감해야 했다.
체험 이틀째 날, 가족들은 춘천 산골마을에서 농약 없이 우렁이로 재배한 쌀로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고 동물농장 체험을 위해 춘천시 사북면에 위치한 초원목장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라 다른 방문객이 없는 그 곳에서 동물(토끼, 양, 소, 돼지, 개, 당나귀, 닭과 병아리, 칠면조 등)들과 아이들은 먹이를 주며 서로를 알아가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 날 가장 인기 있었던 동물은 토끼였는데 아이들을 주는 토끼풀을 어찌나 열심히 먹던지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고 조금 용감한 친구들은 양에게 건초를 주었는데 어찌나 저돌적으로 먹이를 먹던지 어미 양이 미는 힘에 넘어지기도 했지만 모두 즐거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모두 모여 소들을 방목하고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밤도 줍고, 도토리도 줍고, 다양한 곤충들을 마주하며 아이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도착한 그 곳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마치 유럽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져 있었다. 부모들은 그 장면을 놓칠세라 모두 사진을 찍기 위해 아이들을 불러댔지만 지금 이 곳에서 또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아이들은 아름다운 이 장면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사진기에 담고 싶은 부모님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귀찮은 듯 포즈 한번 잡아주고는 또 다시 또래집단으로 달려가곤 했다. 이곳에서 보낸 2시간은 정말 좋은 추억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어제 추운 날씨로 미루었던 고구마 캐기에 도전했다. 뿌리줄기 식물이라 옆구리를 파면 줄기에 여러 개의 고구마가 달려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큰 고구마를 찾았다고 소리를 지르자, 아이들 사이에는 더 큰 고구마를 캐겠다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전쟁의 마침표는 고구마 밭 주인이 수확한 거대한 고구마였다. 흙과 함께 하며 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서서히 생태마을에서의 체험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모든 아이들의 얼굴에는 더 오래 이곳에서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과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삼삼오오 모여 아쉬워하는 아이들은 그곳에서 만났던 친구들과의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다. 이곳은 마음만 먹으면 또 올 수 있겠지만 6가족이 어우러져 만든 1박 2일의 체험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농촌과의 만남, 다른 가족과의 만남을 통해 체험을 몸 속끼리 느끼도록 해준 대산농촌문화재단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내년에도 운이 좋아 다른 농촌마을에서 다른 가족들과 만나 또 다른 체험을 할 꿈을 꾸며 서울로 차를 몰았다. 체험을 하며 놀 때는 펄펄 날던 아이들이, 그리고 하루 동안 사귄 정을 끊지 못해 아쉬워하던 아이들은 차가 출발하자마자 꿈나라로 떠났다. 아이들이 평화롭게 자는 모습을 보며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4 가족사랑 농촌체험을 통해 먼저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돈독한 정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다른 가족과의 만남을 통해 또 다른 경험을 나누었으며, 농촌에 사는 순수한 분들을 만나 내 마음을 정화하는 기회가 된 정말 귀한 시간이었다.
7차 춘천 양통산촌생태체험마을 참가 황규만 가족일동
|
|
> 커뮤니티 > 우리가족 농촌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