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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서 처음 만난 하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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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유미 |
날짜 : 16.08.28 |
조회 : 19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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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통해 처음으로 대산농촌재단 가족사랑 농촌체험을 가보게 되었어요.
아이가 하나라 혼자면 심심할까 싶어 사촌네 가족과 함께 신청했는데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이 되어서 아이도 조카도 모두 기뻐했지요.
일단 집에 있으나 밖에 나가나 매끼니 뭐먹나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날수 없는 가정주부다보니
때되면 고민 없이 맛난 시골밥상을 대접받으니 이것만큼 편하고 반가운 것이 없었어요. ㅎㅎ
자유로운 가족단위여행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에게 3일간 정해진 스케줄대로 단체활동을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이 특별한 경험이 되어주었달까 저에게는 어릴 때나 다녔던 캠프 생각도 나면서 농촌에 다녀온 것이 아니라 과거로 떠난 듯한 시간여행이 되어주었어요.
많은 마을들 중에서 춘천양통마을을 고른 것은 뗏목 만들기 때문이었어요.
참여했던 다른 가족들도 뗏목 만들기에대한 호기심으로 선택하게 됐다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저 역시 다른 것보다 뗏목 만들어서 물에 띄어보는 걸 언제 어디서 해보랴 하는 마음으로 왔는데 뗏목 뿐 아니라 훨씬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되어 기대이상이었답니다.
첫 날 점심을 먹은 후 계곡 트랙킹을 갔는데 출발하기 전 페트병으로 물고기잡는 어항을 만들고 밥과 된장으로 떡밥을 만들어 어항속에 집어넣고 계곡에 놓아두고 트랙킹을 떠났어요. 물고기는 많이 잡지 못했지만 아이는 어항만드는 것만도 재미있었는지 돌아오고 나서 그림일기에 어항만드는 방법을 꼼꼼히 적어 놓았더라구요.
계곡 트랙킹은 그저 계곡물 따라 걷기였지만 이끌어주신 매산선생님의 돌단풍 이야기로 인해 의미있는 발걸음이 되었어요. 험한 환경에서도 누구보다 일찍 싹을 틔워내는 생명력 강한 돌단풍이야기였죠. 바위를 타고 거센 물살에서도 단단히 뿌리를 내리며 살아간다는 돌단풍처럼 자라나자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셨는데 이야기를 마치고 엄마 아빠 손에 의지하며 걸어가던 아이들에게 손을 놓고 선생님 따라 가보자 하니 그때까지 내 손 놓칠새라 꼭 부여잡고 있던 아이가 내 손을 놓고 순순히 선생님을 따라가더라구요. 넘어지지도 않고 아주 잘 가더라구요. ㅎㅎ
그렇게 험난했던(ㅎㅎ) 트랙킹을 마치고 가마솥에 밥을 해먹는 저녁시간이 돌아왔어요. 불피우는 요령을 알려주시고 아이들 모두가 장작패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신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대망의 뗏목 만들기 시간.
목공샘이 오셔서 뗏목에 대한 지역의 유래, 체험용 뗏목 만들기를 고민해온 과정 등 ppt자료까지 준비하셔서 소개해주시고 설명해주신 점이 인상깊었는데 무엇보다 아이들에게는 내가 만든 뗏목위에 직접 올라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본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데 이 부분이 만족되도록 많이 연구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든 뗏목을 집으로 가져갈 순 없으니 깃발만이라도 가져갈 수 있게 했다고 하실때는 정말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시는 분이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래서 역시 뗏목 만들어 계곡 물에 띄어보기는 대성공!
조카와 아이는 일부러 물에 빠지며 난파당한 선원이 뗏목타고 무인도에 불시착하는 표류놀이를 만들어내며 놀기도 했어요. 어른이 타도 끄덕없는 튼튼한 뗏목이라 걱정없이 신나게 놀수 있어 좋았던건 두말할 필요 없구요.
그리고 그날 저녁 특별한 밤산책이 준비되어 있었어요.
요즘엔 전기 불빛 하나 없는 정말 깜깜한 밤길을 걸어보는 게 쉽지 않다며 한번 경험해보자 한 것이었는데 이 밤산책을 기획하신 괜찮아선생님은 날씨가 더운데다 생각보다 길이 가팔라 상쾌한 산책이 되지 못했다면서 미안해 하셨는데 저는 무척 좋았어요.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ㅎㅎ) 정말 도시가 아닌 이런 산골에 와서만 해볼 수 있는 체험이 아닌가 했어요.
날이 맑다면 별도 보였겠지만 빛이 없는 산 길을 경험해본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도(많이 무서워하긴 했지만 ㅎㅎ) 도시어른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날은 인근 밭에서 농작물 수확도 해보고 구불구불한 논길도 걸어보고 또 마지막 코스로 인근 농장에 가 맛있는 한우 버거도 직접 만들어 먹어보고 조랑말도 타보고 다양한 농장 동물들 먹이를 주는 것으로 진행되었지요.
동물 농장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양들이 방목되고 있는 산비탈의 목가적인 풍경도 좋았지만 마침 모든 새끼동물들을 볼 수 있어서 더 맘에 들었어요. 어린 양, 어린 토끼에 새끼 돼지는 물론 어미 개도 태어난지 얼마 안된 새끼 예닐곱마리를 품에 안고 있었고 송아지도 어미 소에 붙어 젖을 먹고 있더라구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어린 생명이 더 보기좋고 더 사랑스러우니 동물구경은 제대로 했다 싶었네요.
이렇게 주된 프로그램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런 체험이 됐을텐데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것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다시 농촌체험을 선택한다면 그 이유가 어쩌면 여기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구요.
가족들과 아이들과 함께한 레크레이션이 그 한 부분인데 매산선생님과 괜찮아선생님이 아이들을 잘 이끌어주셔서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아이들 뿐이 아니었다는 점이지요. 어른들도 비석치기와 같은 전래놀이를 하면서는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놀았으니까. 그새 친해진 아이들은 마지막 날 밤 더 놀겠다며 잠을 자러가기 싫어할 지경이었구요.
또 하나 소중한 경험이 있는데요.
저는 이곳에 와서 생전 처음 보는 것이 많았어요. 일단 하늘소. 저희가 며칠 머물었던 이 마을은 제게는 하늘소마을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밤이 되니 (과장해서) 발에 채이는 게 하늘소라니. (아이들도 이렇게 많은 하늘소를 잡아보기는 처음일 거에요.) 우리 안에 갇혀있는 장수풍뎅이는 많이 봐왔지만 야생의 장수풍뎅이는 역시 처음이었구요. (장수풍뎅이와 하늘소의 싸움 관전에 남자아이들은 한참 열을 올렸죠.)
처음보는 비취색 나방도 우리가족이 머문 방에 자주 찾아왔는데 너무 빛깔이 예뻤어요. (나중에 알아보니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이라네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매산선생님이 목걸이 만들기 재료로 소개해주신 국수나무 역시 (나무 줄기 가운데 국수 면발이 뽕~ 하고 튀어나온다 ㅎㅎ) 저에겐 이국적 풍물과도 같았어요.
뗏목 만들기 체험을 하러 왔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진귀한 생명들을 만나고 왔다고 생각해요.
내년. 이 하늘소 마을을 다시 찾고 싶기도 하고 또 다른 마을에 호기심도 생겨요.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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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농촌은 존재 자체로 가치가 있는 곳이지요, 사람에게나, 동물, 곤충에게나...
이제 연고가 생긴 곳이 생겼으니 자주 놀러오시고
아이에게도 많은 추억 만들어 주셔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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