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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체험두레’를 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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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선영 |
날짜 : 16.11.06 |
조회 : 1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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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봄이 되면 조팝꽃이 지천으로 깔려 아름다운 장관을 이룬다는 충남 금산군 ‘조팝꽃피는 마을’이랍니다. 비록 저는 봄이 아닌 깊어가는 가을에 체험을 하게 되어 조팝꽃을 보진 못했지만 개성 넘치는 색깔 옷을 입은 단풍과 낙엽, 추수를 앞 둔 누런 논은 수채화 같은 풍경을 자아내며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어요.
첫 일정은 도자기 공예부터 시작되었어요. 자동차로 가까운 도자기 공방으로 이동하여 접시 두 개를 만들었는데 이 두 개의 접시를 붙였을 때 하나의 느낌이 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미션이 있었지요.
다른 가족들이 만드는 것을 살짝 커닝해 보니 하트모양, 태극모양, 네모모양 등 다양하게 만들더군요.
저는 동그란 모양을 반으로 잘라서 두 개로 만들었어요. 거기다 아들이 거북이모양의 접시를 또 만들어 총 세 개의 접시를 만들었어요.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도자기흙을 조몰락거리니 저도 모르게 초집중이 되더군요.
벼 탈곡 체험... 가장 기대했던 체험이에요. 왜냐? 이 체험은 어디에서도 하기 어려운 체험이거든요.
우선 지게를 져 보고 도리깨질을 해 보았어요. 난생처음 도리깨질을 해 보니 생소하고 잘 안되었어요. 아들은 도리깨질이 잘 안된다며 짜증을 내었어요. 이 때 마을 주민께서 아들 옆에 딱 붙어서 아주 상세히 가르쳐 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죠.
그리고 낫으로 나락을 베었어요. 벤 벼를 탈곡기에 대고 탈곡을 했어요. 또 더 옛날 방식으로 촘촘한 철 사이로 벼를 잡아 당겨서 탈곡하는 체험도 했어요.
낫과 호미도 구별 못하는 8세 아들 녀석. 이 체험을 너무 너무 신나 했어요. 어른인 저도 재미있었는걸요.
아들이 대구 집으로 돌아온 날 저녁 그림일기장에 ‘옛날에는 벼 수확하는 게 무척 힘들었겠다.’고 썼어요. 마냥 재밌고 신나하는 줄만 알았는데 어린 아이 눈에 옛사람들의 고된 농사일이 느껴졌나 봅니다.
자, 이제 맷돌 어처구니를 돌리러 갑시다.
준비된 맷돌 위쪽 구멍에 불려놓은 콩과 물을 넣어서 오른쪽 방향으로 돌렸어요. 그렇게 부드럽게 돌아가진 않고 약간 빡빡한 느낌이었어요. 당연히 돌이니까 그렇겠지요.
“엄마, 내가 돌릴게. 엄마는 가만있어.”
아들이 있는 힘을 다해 열심히 돌렸더니 정말 맷돌 사이로 콩 갈은 흰 물이 나왔어요. 신기해하는 아들. 다음날 몸살 날 정도로 더욱 열심히 돌렸답니다.
1박 2일의 농촌체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조팝꽃 마을에서 체험 가족들 모두에게 두부 한 모씩을 나누어 주셨어요. 그 날 저녁 그 두부를 데우고, 볶은 김치와 함께 먹었는데 그렇게 고소한 두부는 세상 처음 먹어보았어요.
‘역시 좋은 유기농 콩을 많이 사용하여 만든 두부구나.’ 생각했지요.
입 짧은 아들도 연신 두부만 먹었어요.
마을센터 2층에는 음식 체험장이 잘 만들어져 있었는데, 거기서 ‘인삼피자 만들기’를 했어요.
피자 반죽을 얇게 펴서 피자도우를 만들고 젓가락으로 구멍 뚫어 초벌굽기.
토마토 페이스트를 바르고 그 위에 토핑을 얹을 때 여러 토핑 종류 중에 인삼이 있었어요. 혀로 인삼의 맛을 봤어요. 아우~~ 써. 이 인삼을 피자에 넣으면 피자 맛이 쓰지 않을까? 괜찮을까? 걱정하며 인삼을 다져서 올렸어요.
아들에게 피망, 소시지, 인삼 등 토핑을 썰어보라고 했어요.
“엄마, 칼이 너무 무서워. 엄마가 썰어 줘.”
할 수 없이 제가 다 썰었지만 저는 아들이 조금만 더 크면 요리와 부엌일을 가르칠 겁니다. 이다음에 와이프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게요.
오븐에서 나온 인삼피자는 여느 피자와 다르지 않았어요. 다만 인삼이 들어간 것이 달랐지요. 인삼의 쓴 맛이 하나도 나지 않았어요.
숙소에서 그 날 하루를 정리하며 무척 맛나게 먹었답니다.
캠프파이어 전에 소망등(풍등) 날리기를 했어요.
먼저 소망등에 각자의 소망을 적었어요.
저희 아들 소망이 뭔지 아세요?
‘토리코(에니메이션 주인공) 같은 근육맨이 되게 해 주세요!’
참 아이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외 가족의 건강, 행복 등을 적었어요.
풍등 심지에 불을 붙이고 풍등이 빵빵해질 때까지 함께 잡고 기다렸어요.
“아들아, 풍등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말이야. 이렇게 불을 붙여서 풍등 안의 공기가 데워지면 따뜻해진 공기가 가벼워져서 어쩌고 저쩌고...”
과학공부가 저절로 되는 것 같네요.
가족들의 소망등이 각자의 소망들을 안고 하늘로 하늘로 날아올라갑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넘어 간절함과 엄숙함까지 느껴졌어요.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지요.
‘충남 금산’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당연 ‘인삼’이죠!
면역력 향상, 신진대사 촉진, 암세포를 억제한다는 인삼, 바로 그 인삼을 캐러 간대요.
사무장님을 따라간 곳은 우리가 TV나 책에서 흔히 봐왔던 검은 차양막으로 둘러쳐진 인삼밭이었어요. 호미로 인삼의 뿌리 쪽을 살살 파니 굵은 인삼이 쑥 나왔어요.
“엄마, 이 인삼을 어떻게 먹을거야?”
“응. 밥 할 때, 된장찌개, 콩나물무침 할 때 다져서 넣어줄게. 하나도 버리는 것 없이 다 먹자.”
아이들은 언제나 만들기 체험을 좋아해요. 조팝꽃마을에선 인삼꽃병 만들기, 약초 향기 주머니, 공예 목걸이를 만들었어요.
인삼꽃병은 인삼으로 예쁜 꽃을 만들어 병에 넣어 술을 부어 만드는 인삼주예요.
저희 집은 음주를 하는 식구가 없어서 만든 인삼주를 먹을 일이 없지만 인삼꽃이 너무 예뻐서 장식용으로 놓아두었어요.
각 식사 때마다 한 상 가득 맛난 시골음식으로 차려주셔서 밥도 맛있게 잘 먹었고, 숙소도 깨끗하고 따뜻해서 푹 잘 잤고, 체험장도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많은 체험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어요. 여기에다 우리 농촌의 포근함과 소중함을 느끼는 대산농촌재단의 정신까지...
맑고 높고 청명한 가을 하늘, 푸른 잔디... 아이들과 어른들이 뒤섞여 자유롭게 축구, 야구, 배드미턴 등을 즐겼어요. 정말 그림 같았죠.
이번 조팝꽃피는마을 농촌체험에서 가장 인상 깊게 좋았던 것은 각 체험마다 마을 주민들이 나와서 최선을 다해 진행해 주신 점이었어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줌마들이니 너무 푸근하고 편안하게 웃으면서 체험을 했어요. 궁금한 것을 여쭤보면 직접 농사를 지으시는 데서 나오는 실제 지식을 자세히 알려주셨어요.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다 좋았던 조팝꽃피는마을의 농촌체험을 마치고 대구 집으로 돌아온 날 밤, 우연히 TV M본부 ‘시사***2580’을 보게 되었어요.
각 지역의 특색을 살려 그 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을 테마로 하는 ‘관광두레’라는 개념이 나왔어요. 기존에는 관광이라는 것이 테마파크, 리조트 같은 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졌던 것에 비해 요즘은 그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내용을 보자 저희 가족이 다녀왔던 조팝꽃피는마을 농촌체험이 떠올랐어요. 마을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체험을 진행해 주셨던 모습...
이것이 바로 ‘관광두레’ 아니 ‘농촌체험두레’인 것이지요.
이번 농촌체험으로 가족의 유대감과 도시를 벗어난 힐링 뿐 아니라 땅과 농촌은 절대 버려서는 안 되는 우리의 소중한 재산, 물려받은 유산임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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