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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농촌이 하나되는 시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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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홍석균 |
날짜 : 23.06.07 |
조회 : 4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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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코로나의 시간동안 초3이던 첫째 딸이 초6이 되었고 활발하고 씩씩하던 딸은 어느덧 내성적이고 개미 목소리로 변해있었다. 집에선 그대로인데, 학교만 가면 바뀌는 자신의 모습에 딸은 자신도 다시 예전처럼 활달해지고 싶다며 괴로워했다. 그래서 집에서 소리내어 책읽기, 독서모임 가보기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보았으나, 여전히 학교만 가면 똑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대산 가족사랑 농촌체험에 당첨되고 별 생각 없이 푸르내 마을로 갔다. 물커덩 논에 발을 담그고 몸을 비틀거리며 모내기에 푸욱 빠지더니, 점심 식 후 이내 열댓명의 대산농촌가족의 자녀들이 마당의 달팽이 놀이를 신나게 하고 있었다.
사무국장님은 첫날부터 저렇게 빼는 아이 한명 없이 적극적으로 함께 노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하셨다. 바닥에 그려진 하얀줄 따라 달팽이 놀이를 하는 모습은 너무도 신나보였다. 천연재료 가득 소세지를 만들어보고 건강 토핑 보리빵까지 직접 만들면서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달팽이 놀이로 하나 되더니, 저녁 식후에는 약속이나 한 듯이 과자를 한 봉지씩 꺼내들고 와서는 다 같이 모여 과자 파티를 하는 게 아닌가,,,, 시간 맞춰 가야 할 학원도,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도 없고, 수시로 확인하던 시계를 볼 필요도 없고 그저 자연 속에서 자연을 닮은 아이들과 함께 전래놀이에 흠뻑 취할 수 있으니 어찌 흥이 나지 않겠는가, 그 달팽이놀이는 한 밤까지 이어졌다. 아이들의 깔깔깔 웃음소리에 보는 부모의 마음도 흐믓해진다.
둘째날, 자연과 닮은 아침식사를 하려는데,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겠다며 모여 앉았다. 제인폭포 탐방을 갈때에도 산책내내 아이들끼리 꽃팔찌, 꽃반지를 만들어 가며 삼삼오오 모여서 다녔다. 자연 속의 보이지 않는 끈이 아이들을 연결시켜주고 있는 걸까, 하이라이트는 비가 내리는 오후, 바람까지 부는 날씨임에도 좌상바위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우렁이 논 옆, 수영장에서 차가운 물을 휘감고 아이들이 하나된 것이다. 입술이 푸릇해지고 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데도, 아이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팀을 이뤄 공놀이, 술래잡기를 하며 세상 모르고 놀았다.
푸르내 체험관 뒷마당에는 누렁이 2마리가 있었는데, 아이들은 서로 먹을 것을 하나라도 더 주려고 고사리 손으로 배달을 해 주곤 했다. 앞마당을 지나면 논이 있는데, 그곳에선 올챙이, 청개구리를 잡으려고 진흙을 온 몸에 뭍혀가며 뒹글어 다닌다. 점점 딸의 목소리는 커져 갔고 얼굴 색이 환해져 갔다.
푸르내 마을의 특산물인 율무를 넣은 빙수를 먹고, 특산물인 유기농 오이로 피클도 만들어 보고, 오이 추출물로 만든 스프레이도 핸드메이드하여 얼굴에 뿌려보고, 평소 접하지 못했던 특산물체험을 연달아 하였더니, 아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이에 흠뻣 취해있다. 자연이 농촌이 주는 힐링의 선물을 받은 것 마냥, 부자된 느낌이였다. 이렇게 푸르내 마을 위원장님이 직접 길러내신 우렁이 농법 쌀을 먹고, 오이지를 해먹으면 1년이 넘어가도 절대 물러지지 않는다는 위원장님표 오이로 피클을 해먹고, 우리의 화분심기 체험을 위해 여러가지 모종을 마을 이장님댁에서 남겨두셔서 그 모종 심기를 하면서 농촌의 따뜻함을 온 몸으로 느꼈다.
둘째날 저녁 식후 전래놀이 전문 '담다디 선생님'이 오셨다."대산가족 식구들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해주셨다. 나를 대산가족이라고 해주시니, 나도 뭔가 농촌에 일조하는 사람이 되있는것 같아 기분이 좋았고 앞으로 무임승차하지 않는 대산가족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불현듯이 들었다. 45여명 남짓되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큰 원을 크리며 의자에 둘러 앉았다. 처음엔 수건돌리기정도 예상하며 수동적인 자세로 있었다. 그런데, 어쩜 이렇게 심장쫄깃하게 재밌을 수 있는가?!, 동동동대문 꼬리잡기, 달걀-삐약이-닭-봉황-신이 되어 명령내리기, 양쪽에 앉은 사람이 가운데 비어있으면 한명씩 손잡고 데리고 오기, 십이간지 띠별로 모이기, 탕수육 게임, 딱지 치기, 딱지 멀리 던지기 쉴새없이 이어지는 전래놀이에 애, 어른 할것없이 이미 무아지경이다. 결혼한 이후로 맨정신에서 이렇게 재밌어본 적은 처음이라 황홀지경에 이르렀다. 나의 자녀들과 이렇게 몸으로 마음다해 놀아본적이 있었던가?!, 대출걱정, 자녀교육걱정, 허리디스크 통증, 오만가지 걱정이 싸악~ 사라지고 내 뇌의 전 영역이 "재밌다" 한가지로 귀결되는 순간이였다. 품체 좋으신 포커페이스의 아버지들도 삐약이 몸짓을 하며 가위바위보 할 상대를 찾아 다니시는 모습이 영락없는 초등생이셨다. 특별한 도구 하나 없이 사람과 사람의 재료만으로 이렇게 멎진 시간을 완성할 수 있다니, 농촌 속의 풍요로움이 우리를 감싸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마지막 날 아침, 푸르내 마을을 산책했다. 밭 테두리에 줄지어 선 완두콩, 위원장님의 어른키를 훌쩍 넘는 유기농 오이밭, 벌레먹은 자국이 마구 뚫린 상추밭, 들깨 인 것 같은 밭, 각자 자리에서 무럭무럭 꾸준히 커가고 있는 건강한 생명력을 보고 있자니,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토실토실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농작물들은 과하게 크지도, 유난히 윤기가 나지도, 모양이 보암직 먹음직 하지 않아도, 생명력 뿜뿜일 수 있구나, 마트 매대에서 흠없는 사과만 비닐에 골라담기한 내 자신이 생각나서 부끄러웠다. 저만치, 우렁이 벼 논에서는 올챙이, 개구리, 소금쟁이들이 제각기 자신의 방향으로 뜀박질 하고 있었다. 간섭과 관심은 그 결이 완전히 다르구나. 인간이 간섭 하지 않고 관심만 가져주니, 이렇게 자연은 알아서 순환하고 있구나, 이런 농촌 체험을 보내주신 이유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회색도시에선 듣지 못하고 심지어 듣지 않으려하는 농촌 안의 자연의 소리를 느껴보라고 보내주신게 아닐까?, 당장 한푼이라도 더 모으고 자녀 성적 1점이라도 더 높이려는 생각에만 빠져 살지 말고 주위를 돌아보고 사람과, 자연, 농촌과 연결되며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도시가족들을 위해 건강한 먹거리를 지켜내어 주시느라, 힘써주시는데, 우리는 그 감사함을 모르고 지내오는 것 같다. 이번 체험을 계기로 농촌을 살리고 내 몸을 살리는 현명한 소비인이 되기로 다짐해본다. 작심삼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삼일마다 작심하는 노력은 할 것이다. 아낌없이 주는 푸르내마을, 대산 농촌 재단에 감사하며 또 감사하다. 그 마음이 꼭 농촌과 자연을 닮았다. 나도 닮아 나가려고 노력 해보려 한다.
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것을 생각하며 살게 해주는 내 인생의 쉼표이자 느낌표 같은 체험이였다.
자녀의 마음 돌보기, 농부의 마음에 화답하기, 우리 농촌이 살아야 우리 가족도 산다... 이 생각을 몸과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였고 우리가족도 하나되는 시간이였다. 무엇보다 자연과 사람, 농촌을 느끼며 딸의 목소리와 마음이 더 커져가는 것을 보니, 자연과 농촌의 힘은 역시 우리에게 이로우며 위대하다는 걸 피부로 다시금 느끼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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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의 아름다운 모습을 글로 마음으로 표현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감동이 밀려오는 아침입니다. 너무 맑고 예쁜 아이들이 벌써 눈에 선합니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물놀이와 맛있는 식사하시러 또 오셔요 늘 푸르내는 오픈되어 있답니다. 주영이 유진이네 가족님 좋은일들만 가득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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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르내 마을 사무장 입니다. 활동내용 상세히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 푸르네에서는 앞으로도 더 건강하고 더 좋은 먹거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여름에도 또~~ 놀러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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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족한 글솜씨이지만 그곳에서의 푸근함과 감동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제 생활에 활력이 되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몇자 올려보았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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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르내 마을 위원장님, 국장님, 사무장님 모두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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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감사드립니다. 위원장님께도 안부 전해드리겠습니다. 꼭 뵙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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