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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종합선물세트 산채마을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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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가슬 |
날짜 : 13.07.23 |
조회 : 37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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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시간이 왜 이렇게 안가?”
“어떻게 내일까지 기다려.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어”
대산농촌문화재단의 홈피에서 체험가족으로 선정되었음을 확인한 그 순간부터 출발하는 날 새벽까지 아이들의 아우성 섞인 기다림은 행복한 가족여행의 시작이었습니다.
한주일 내내 내리던 비로 강원도의 길이 산사태로 막힌 것을 뉴스에서 보면 아이들은 여행가기 전에 빨리 치워져야 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답니다.
다행히도 비가 오지 않길 바라는 아이들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기적처럼 날이 개었습니다. 아이들의 시험과 아빠의 세미나가 출발 전날까지 이어졌지만 행복한 주말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기에 D-Day를 손꼽아 기다리며, 몸은 힘들어도 웃을 수 있었습니다.
바쁜 일상에 매여 살다보면, 여행을 떠나기란 참 어렵죠. 출발 전에는 숙소 예약하랴 일정 계획하랴 필요물품 챙기랴, 놀기만 하는 여행이 되지 않도록 주변 인근의 박물관 등등 알아볼 게 많구요. 여행지에서도 굶고 살 수는 없는 일이기에 가서도 부엌일은 물론 낯선 환경에서 아이들이 다치지 않을까 마음 졸이고 바가지 요금, 맛없는 음식, 불편한 숙소 등 자칫하면 기분을 망치는 일은 흔한 게 현실이니까요. 그러나 산채마을에서의 1박 2일은 달랐습니다.
부천에서 횡성, 안 막혀도 3시간은 각오해야 할 거리인데, 도착해야 할 시간은 오전 11시 반, 그러나 길은 틀림없이 막힐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우리 가족이 던진 승부수는 “ 기왕 일찍 가야 한다면 아주 일찍 가자”였습니다.
새벽 5시에 불평 한 마디없이 스스로(!) 일어나는 아들 녀석들에게 배신감을 느낀 것도 잠시, 어머니가방에서는 놀랄만큼 많은 군것질 거리가 나왔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니들만 다녀와라” 하시더니만 못 이기는 척 하셨어도 내심 여행을 기다리셨구나 싶어 저희 부부 마음에 참 기뻤어요.
일찍 서두른 덕에 오전 9시에 딱 맞춰 이효석 문학관에 도착했습니다. 중학생이 된 큰 아이에게만 좋았던 곳이 아니라 예쁜 정원과 훤한 전망에 가족 모두가 좋아한 곳이었어요. 노는 것과 놀면서 배우는 것은 다르다는 거 아시잖아요. 향토적인 글을 쓴 이효석이 장미정원과 피아노, 크리스마스 트리 등 서양식 생활을 추구한 인텔리였다는 사실도 놀랍고 메밀꽃이 어떤 것인지 메밀로 만든 음식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마트만 알고 5일장은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이효석 문학관은 참 좋은 공부였습니다.
문학관을 거쳐 산채 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40분, 다른 가족들이 도로가 막혀 도착 전인지라 저희의 10분 지각은 다행스럽게도 애교였답니다. 잘생긴 이장님과 파란옷을 입은 사무장님들, 그리고 웃는 얼굴이 너무 젊어보이시던 조리팀장님은 자연을 누리고 사시는 분들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친절한 분들이셨습니다.
일단 맛나게 점심을 먹고 이어진 OT에서는 1박 2일에 대한 기대감이 무럭무럭 솟았습니다. 정말 저렇게 많은 체험을 1박2일동안 다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거든요. 그리고 잘생긴(!) 이장님께서 이번 행사의 목적과 행사가 끝나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부모가 해야할 일을 꼭 집어주셨습니다. 제비뽑기로 방을 배정받았는데 우리가족이 머물 곳은 얼레지숙소였습니다. 이른 봄에 피는 얼레지꽃처럼 이름만 예쁜 것이 아니라 시설도 편안하고 깔끔해서 만족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제일 먼저 간 곳은 한우목장이었습니다. 유명한 횡성한우가 자라는 목장은 순한 눈망울의 송아지와 소들이 낯선 방문객들을 쳐다보며 “음머어”하고 맞아주는 곳이었습니다. 비록 두 가지 퀴즈를 모두 놓쳐서 한우육포, 곤드레 나물이라는 귀한 선물은 못 받았지만 횡성의 한우가 아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되고 엄격한 품질 검사를 거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딱 보면 그 소가 몇 키로 정도 나갈지를 아는 엄청난 내공의 주인장이셨습니다. 우리가 보기엔 그 소가 그 소였는데 말이지요.
다음에 이어지는 체험은 더덕캐기였습니다. 더덕이 덩굴식물이고 네 개의 잎이 돌려나기로 자란다는 사실 아셨나요. 더덕밭에서 아이들과 힘든 줄도 모르고 더덕을 캤습니다. 저녁에 캔 더덕으로 요리를 만들어 먹어보고야 그 진가를 알았지만 스트레스를 모르고 자란 더덕들은 쓴 맛이 없고 연하더군요. 마트나 농산물시장에서 사는 그런 더덕이 아니었습니다. 껍질도 얼마나 잘 벗겨지는지 흙만 씻어내자는 마음이었는데 손에 힘을 주어 씻으니 껍질이 쏘옥 벗겨지고 하얀 속살이 드러날 정도였답니다. 참고로 여기서 캔 더덕은 저녁에 각자 샤브로 먹은 것 외에는 모두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더덕밭에서 묻은 흙도 씻고 더위도 식힐 겸 송어잡이가 이어졌습니다. 논두렁처럼 파인 곳에 어린 아이들이라도 다치지 않게 바닥을 고르고 천막을 깔아 물을 채운 후, 송어를 풀어놓았습니다. 맨손으로 송어잡기 쉽지 않네요. 바닥에 흙이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송어가 갇힌 물에서 뭐 얼마나 버티겠어요. “저기 있다” 누군가 외치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고기를 몰아주어 협동의 중요성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잡은 송어를 들고 자기가 잡은 양 폼 잡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우리집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 공공연한 비밀이더군요. 송어가 어른 팔뚝 길이만큼 커서 어린 강태공들은 흐뭇했습니다. 여기서 잡은 송어는 저녁 식사 때 노릇노릇 구워 나와서 정말 맛나게 먹었답니다.
기왕에 송어잡이로 흠뻑 젖은 몸, 앞 개울에서 버들치를 잡기 위해 보쌈을 만들었습니다. 보쌈이라는 낱말 들어보셨지요? 근데 먹는 보쌈이 아니라 물고기잡는 도구도 보쌈이라고 하네요 1.5리터 투명 페트병을 잘라 만든 보쌈에 강아지 사료로 밑밥을 넣고 아빠랑 아이들이 기세등등하게 냇가로 향했습니다.
진짜 잡힐까? 그럼 당근이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보쌈 보러 간다고 세 남자가 튀어나가더니 잡은 버들치는 다섯 마리, 아이들이 신이 났습니다. 사무장님이 버들치 잡아서 라면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고 알려주셨지만 예쁜 버들치를 차마 라면에 넣을 엄두가 안 나 잡은 버들치는 오기 전에 모두 풀어주었습니다. ^ ^
저녁식사는 바로바로 더덕 한우말이였습니다. 연한 한우에 더덕과 부추를 넣고 샤브로 먹는데 한우도 야채도 푸짐하게 나오고 밑반찬도 어쩜 그렇게 맛깔난지 이름난 샤브집 못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맛난 송어구이까지 나왔습니다. 한우에 송어, 맑은 공기와 좋은 분위기라면 술이 빠질 수 없지요. 술이 아쉬운 아빠들을 위해 강원도 막걸리도 나왔습니다. 저도 술은 잘 못하지만 이웃한 테이블끼리 한잔씩 권하는 막걸리는 너무 좋았답니다. 지금에야 하는 후회지만 올 때 막걸리 몇 병 사올 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머리도 안 아프고 맛나서 좋았는데 말이지요.
분위기가 고조되니 자연스레 족구시합이 벌어졌습니다. 파란 옷을 입은 사나이팀(사무장님들 팀) 대 아빠팀, 심판은 이장님이 보셨습니다. 젊은 패기의 파란 옷의 사나이 팀과 역전의 노장(?)들이 모인 아빠팀 승부를 알 수 없는 접전 끝에 선수교체를 할 수 있었던 아빠팀의 승리였습니다. 예정에도 없었지만 조리장님께서 응원하는 아이들과 엄마들을 위해 커피와 맛난 수박도 내주셨답니다.
마지막은 첫째날의 하이라이트인 소망등 만들기였습니다. 준비된 종이에 가족사랑의 마음을 담아 글을 적고 하늘로 날려보내는 행사였는데, 가족마다 나와서 발표를 하면서 다른 가족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가족은 아빠가 멋지게 시를 지어주셨고 아이들이 부모님께 편지를 적기도 하였습니다.
정말 뜻밖에도 이장님께서도 진한 가족애를 담은 글을 써주셔서 감동을 주셨답니다. 아이들과 아빠가 만든 소망등은 하늘에 올라가 별이 되어서 밤마다 우리가족을 내려다보고 있을 거라 믿고 싶네요. 그렇게 산채마을에서의 밤은 깊어갔습니다.
이튿날 아침이 밝자마자 버들치가 잡혔나 뛰어나갔으니 아침밥맛이 없을 리가 있나요. 굶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잘 먹는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한 마음으로 청태산 휴양림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라 불리는 자연휴양림이기에 기대도 컸고 시설도 참 좋았습니다. 잘 닦인 길과 아이들의 모험놀이시설은 말 그대로 아이에서 노인까지 모두가 좋아할 만한 곳이라 강추하고 싶네요.
그 다음은 감자수확이라는 행복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화학비료도 농약도 없이 건강하게 자란 감자들이 자란 밭으로 고고씽~
아이들은 주어진 비닐 가득히 감자를 캐서 담으며 수확의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밭에서 같은 크기의 감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 모를 수도 있음을 보면서 자연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나온 우리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마무리는 곤드레 밥 짓기였습니다. 아이들은 장작을 때서 솥에 밥짓기와 밥 퍼낸 솥에 물 부어놓으면 숭늉 만들기가 즐겁고 신기해했습니다. 부뚜막이란 것을 처음보니 그럴 수 밖에요. 엄마들에게도 곤드레밥 짓는 법을 배우는 참 알찬 시간이었어요.
조리장님이 가르쳐주신 비법, 물에 불린 쌀 냉면기로 한 대접이면 4인분, 그리고 물은 그보다 조금 적게, 삶아서 잘라놓은 곤드레와 쌀을 시루떡 만들 듯 켜켜이 깔고 소금과 참기름 조금씩 넣으라시던 그 비장의 레시피 머리 속에 꼭꼭 넣어두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선물이라며 주신 말린 곤드레로 꼭 해먹어보려구요. 물 좋고 공기 좋고 인심마저 좋던 산채마을에서 먹은 맛이야 안 나겠지만 곤드레밥 해먹으며 산채마을을 추억할랍니다.
다음에도 진모라는 친구랑 만나기로 했다며 “내년에도 꼬옥 산채마을 가자”며 약속을 받아내던 우리 둘째와 너무 좋아하시던 어머니를 뵈면서 행복한 가족여행을 만들어주신 산채마을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바라만 보아도 힐링이 되는 자연속에서 깨끗하고 편안한 숙소, 친절한 마을 사람들과 건강하고 맛난 먹거리, 더덕과 감자 캐기, 요리 만들기, 송어잡기, 소망들 날리기, 버들치 보쌈 놓기, 곤드레 밥 짓기, 횡성한우 목장체험과 한우 요리 만들어먹기, 청태산 숲 체험, 아빠들의 족구시합과 막걸리파티 등 푸짐한 선물까지 저희 가족에서 산채마을의 일박이일은 그야말로 행복종합선물세트가 아니었나 싶네요.
긴 글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일상에 돌아온 지 만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다시 그곳이 그리워지네요. 알찬 체험과 행복한 추억이 기다리는 산채마을을 다른 가족에게도 적극 추천합니다. 저희가 누린 행복한 시간을 다른 가족들도 누릴 수 있을 거라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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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쪼개 들렀던 이효석 문학관에서 산채 오는 길에 도로옆에 벌집 몇십개를 늘어놓고 양봉을 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벌집, 저도 처음봤네요. 그리고 산채 마을 일정 마치고 들린 횡성장 1일, 6일장인데 볼 게 많았어요. 볏짚으로 싼 달걀, 올챙이국수, 등등 들러볼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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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어머님 반갑습니다
후기글 너무감동입니다
우리가 저렇게 잘했나...~~^^ 싶을정도로 재미있게 읽고갑니다
내년에도 또 뵙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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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마을 학생인턴 김민철 |
13/07/29 [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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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관광공사 대학생농촌인턴 김민철입니다.
산채마을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셨다고 하니 제가더 감사합니다^^ 아버님의 족구 실력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네요다음에도 시간이 되시면 저희 산채마을에 들려서 재밌는 시간 보내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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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생긴 이장님 우리 아이들과 약속했어요. 내년에도 산채마을 가기로.. 내년에 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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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채마을 학생인턴 김민철 파란옷을 입은 사나이시군요. 젊은 에너지가 넘쳐서 산채마을 더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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