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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실마을 완전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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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윤수정 |
날짜 : 12.07.01 |
조회 : 43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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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은 도시에서 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공기 좋은 시골에서, 마당에는 강아지가 뛰어놀고 아이는 토끼에게 풀을 뜯어다 먹이고, 내 무릎위에선 고양이가 그렁거리며 잠을 자고 남편은 집 앞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있는, 그런 모습을 꿈꾸며 살고 있다. 이런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은 언젠가는 이뤄낼 꿈이며, 이번 개실마을 체험을 통해 엄마 품처럼 포근한 시골에서의 삶을 더 동경하게 된 것 같다.
체험당일, 개실마을에 예정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남편은 체험장 옆 정자에서 낮잠을 청하고, 아이는 정자 옆 클로버 밭에서 메뚜기와 잠자리를 잡고 있다. 가만히 보니 발밑에 아기 메뚜기들이 놀라 도망을 가느라 정신이 없다. 바로 앞 민속놀이마당에는 외줄타기, 굴렁쇠, 그네 등 놀이기구가 준비되어 있고, 체험장 안에서는 학생 삼사십 여명이 칼국수 만들기 체험이 한창이다. 개실마을이란 곳을 대산농촌문화재단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이미 팜스테이로 유명한 마을인 듯하다.
개실마을에서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맛난 밥상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미꾸라지 잡기, 뗏목 타기, 화개산 등산, 쌀엿 만들기, 소망등 날리기, 대나무 물총 만들기, 감자 캐기, 직접 패온 장작으로 가마솥 밥 짓기, 이렇게 다양하면서도 재미있는 체험으로 알찬 1박2일을 보내면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다.
마을 뒤 자그마한 화개산을 문화해설사 선생님의 재미난 설명을 들으면서 등산을 하게 되었다. 멧돼지의 진흙목욕탕과 노루발자국, 오소리로 추측할 수 있는 똥, 싸움소 훈련장소, 여러 가지 식물의 이름과 쓰임새, 도적굴과 잉어배미의 전설까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됨의 즐거움에 좋지 않은 무릎에도 불구하고 힘든 줄 모르고 등산을 하였다. 내려오는 길에 들어가 본 도적굴에서 박쥐를 보고 함성을 지르던 아이들의 목소리에 아마 박쥐가 더 놀랐지 않았을까? 도적굴 입구에서는 가느다란 뱀이 암벽등반을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날 밤 새벽2시에 ‘엄마, 엄마, 박쥐 한 마리가 들어왔어요’ 라는 아이의 잠꼬대에 깜짝 놀라 박쥐를 방에서 내쫒기 위해 잠을 깬 이후 혼자서 잠을 이루지 못해 고생한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추억거리인 것 같다.
첫째 날 저녁에 가족의 소망을 적은 소망등 날리기 시간이었다. 매직으로 열심히 소망을 적다가 문득, 이름이 없어 누구의 소망인줄 몰라서 안 들어줄 것 같은 생각이 번득 들었다. 그래서 열심히 이름까지 적어가며 남들이 보면 웃긴 비밀소망 (한 가지만 살짝 얘기하자면, 남편이 화장실에서 소변 좀 흘리지 않게...)들까지 낱낱이 적어 하늘로 올려 보냈다. 별처럼 반짝 반짝 보일 무렵, 위로 올라간 소망등은 초만 타고 나머지 종이는 그대로 이웃마을이나 산에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종이까지 모두 타서 없어지는 걸로 착각한 나는 이미 후회해도 늦은 뒤였다. 그 당시의 당장 소원은 우리 소원등이 사람이 못가는 깊숙한 산에 떨어지는 것이었다.
쌀엿 만들기 체험에서는 개실마을에서 재배한 쌀을 엿기름과 삭혀서 그 물을 솥에 넣고 달이다보면 쌀엿이 되는 물엿이 되는데, 그 양이 아주 작게 나온다고 하니 정성을 얼마나 들여야 쌀엿이 나오는지 어림짐작만 할 뿐이다. 설탕하나 넣지 않고 좋은 재료로 만들다 보니 여기서 만든 쌀엿은 아이들의 머리를 좋게 한다는 말씀에 모두들 얼굴이 더 밝아졌다. 갈색 빛이 나던 물엿을 자꾸 당기다보면 하얗게 변하면서 굳어져가고, 방망이로 쳐주면 엿이 잘려나가는 과정이 무척 신기하였다.
감자 캐기 체험에서는 아이가 굼벵이를 많이 발견하였다. 처음엔 사슴벌레의 애벌레인줄 알았다가 나중에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으로 매미의 유충인 굼벵이인줄 알게 되었다. 진주에 있는 경상남도 수목원에 갔을 때 나무 밑동에 붙어있던 매미의 허물은 많이 구경한 적이 있지만, 7년을 땅속에서 산다는 굼벵이는 처음 보게 되어 아이는 신기한지 계속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손바닥이 땅속인 줄 알고 손가락 틈새를 자꾸 비집고 들어가려고 한다며 간지럽다고 깔깔거린다. 감자밭에 이렇게 굼벵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여기가 무공해의 청정자연이며 감자가 무 농약임을 증명해주는 셈이었다. 감자밭 주변에는 자연산 복분자가 빨갛게 영글어 있었다.
아이는 길을 가다가도 지렁이가 길에 나와 있으면 잡아서 화단에 다시 넣어주곤 할 정도로 벌레와 곤충을 좋아한다. 그런 아이에게 평소 접해보지 못하는 자연에서의 농촌 체험을 하게 해 줘서 부모로서 너무나 뿌듯하고 기쁘다. 남편도 음주가무를 좋아하지 않는데다, 자연을 벗 삼아 여유롭게 사는 삶을 좋아해서 이번 체험이 우리 가족에게는 농촌생활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런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바로 따서 먹을 수 있는 산딸기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우리 농촌을 위해 힘쓰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도 감사한다. 체험을 마친 후, 우리 부부의 미래도 개실마을의 어르신들처럼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나는 농촌체험을 하러 온 아이들과 함께 무공해 제철 채소를 직접 캐서 맛있게 만들어 먹고, 남편은 송사리, 버들치, 참붕어 들이 넘쳐나는 개울가에서 체험 객들과 함께 맨손으로 물고기잡기 체험을 하고 있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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