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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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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의남 |
날짜 : 15.10.23 |
조회 : 25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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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아이들과 아내에게 미안한 아빠이자 남편이다.
늘 말만 앞세우고 핑계거리를 만들어내는 그런 사람이다.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딸 둘을 키우며,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했다.
물론 거기에는 나의 핑계가 한 몫 단단히 했음을 말해 무엇 하랴.
2015년 10월 9일 10일 11일. 황금연휴 3일.
한 달 전부터 아내는 여행을 가자고 졸라대고, 계획을 짜자고 했다.
난 건성으로 “그래. 가야지. 이번엔 계획 짜서 가보자구......” 하며 차일피일 계획 짜기를 미루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도 어디 가자 이야기 하지 않는 남편을 보며 아내는 시무룩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얼굴에도 실망의 빛이 가득했다.
또 미안한 일이 내 어깨에 훈장처럼 하나가 더 달릴 것 같았다.
그러던 중 퇴근길에 시청에서 발간하는 주간지를 보던 중 대산 농촌재단에서 농촌체험을 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그 길로 컴퓨터를 켜고 홈페이지를 열었다. 내용을 유심히 읽어보다가 무릎을 치며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이 사는 곳은 경남 거제시 인데 가까운 산청의 “얼레지 피는 마을” 이라는 곳을 보게 된 것이다. 그 즉시 신청을 하고 의기양양 하게 아내에게 이야기 하였다.
어깨에 힘주며 말이다.
하지만 아내 왈 “추첨에 뽑혀야지......”
‘아~ 그렇지. 추첨이었지......’ 난 살면서 추첨으로 뭘 걸려본 역사가 거의 없다. 정말로.......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가던 어느 날.
일을 하고 있는데 추첨에 뽑혔다는 문자가 왔다. 너무 놀라서 전화를 했더니 맞단다.
우리 가족이 “얼레지 피는 마을” 에 가게 된 것이다.
출발날짜를 기다리면서 우리 가족은 매일 매일이 설렘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두어 번 농촌 체험을 해보았지만 지나가는 길에 잠깐 해 본 정도라서, 2박 3일간의 체험은 많은 기대를 하기에 충분 했다.
출발 당일 12시까지 오라는 마을 대표님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지만 우리 가족은 11시에 도착 할 정도로 일찍 서둘렀다. 만나기로 한 식당 앞에는 간디 대안학교가 있어서 아이들과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30분가량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자 한 가족 한 가족 모이기 시작했다. 서로 인사를 나눴지만 서먹서먹함은 금방 없어지지 않았다. 우리 가족 포함 총 7가구가 이번 2박 3일을 함께 하게 되었다.
“얼레지 피는 마을”은 생태 마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살아가는 작은 마을인데, 그 곳에는 딸아이의 동화책 속에서나 나올 법 한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갖가지 꽃들이 만개 해 있었다. 점심 식사 후 간단한 마을 소개가 끝나고 각 가정이 머물 민박집을 뽑았다. 내심 마을 대표님의 집에서 머물고 싶었다. 일찍 도착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서 친근했기 때문이다. 둘째딸이 뽑기를 했는데 먼당 농장을 뽑았다. 그러자 대표님께서 “먼당농장이 제 집입니다.” 하시고, 나와 아내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뭔가 기분 좋은 일의 연속이다.
오후 일정으로 동네의 작은 소나무 숲길에서 가족들과 산책을 하며, 다양한 바위에 나만의 이름을 짓는 탐험을 했다. 손수 팜플렛도 만드셔서 나눠주시는 모습에 ‘준비를 많아 하셨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밤도 줍고 계곡(마을 사람들만 알지 않을까 싶은)에서 아이들은 발을 담그고 놀고, 어른들은 서먹함을 없애기 위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해가 뉘엿 뉘엿 넘어 갈 즈음 먼당 농장으로 돌아 왔는데 우리를 반기는 숯불 그릴 위의 군밤과 떡꼬치구이들. 모두들 똑같은 감탄사이다. “우 와~” 불 옆에서 굽느라 정신이 없는 것이 누가 아이고 누가 어른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런 소소한 간식까지 챙겨주신 대표님과 사무장님이 너무 고마웠다.
저녁 식사 후 우리 가족이 가장 기다리던 시간인 별자리 관찰 시간이 왔다.
그런데 이 동네에 “천문대”가 있는 게 아닌가? 정말 깜짝 놀랐다. 지리산 산청에 천문대가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산청 둔철산 천문대” 올해 3월 21일에 개관했다고 하니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새 건물에 강당에 의자까지 너무 깨끗했고, 무엇보다 별과 우주에 대해 가르쳐 주신 “염범석 박사님”의 상세한 설명에 오히려 부모들이 눈을 초롱초롱 뜨고 듣게 되었다. 실내 강의에 이어 야외에서 천체 망원경으로 별자리를 보는 시간.
그동안 두 번 다른 천문대에 가보았지만 이렇게 긴 시간 상세한 설명과 오랫동안 망원경으로 별을 볼 수는 없었다. 다른 곳 들은 시간에 쫒기고 획일적인 강의 동영상으로 인해 흥미가 떨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시고 동영상도 흥미가 가는 것으로 준비하셔서 아이들이 좋아 했던 것 같았다. 천문대에 대한 나의 인식을 180도 바꿔 놓은 천문대! 아이들이 나중에 다시 오자고 할 정도였다. 천문대의 모든 것이 다 좋았는데 딱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지리산의 10월초 밤은 너무너무 춥다. 정말로.......
밤 9시가 넘어 민박집에 돌아 왔다.
집주인이신 대표님 내외분과 몸을 녹이는 따뜻한 차 한 잔을 하며 첫 날 일정을 마쳤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한 채 아이들과 우리 부부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둘째 날 아침 자연의 알람소리인 지리산 새소리에 눈을 떴다.
7시가 안 된 시간. 너무 잘 잤는지 몸이 개운했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옷을 입고 민박집에서 기르는 “아리”라는 이름의 골든 리트리버와 논다고 정원으로 뛰어갔다.
30분 뒤 이장님(대표님을 아이들은 이장님이라 불렀다.)께서 따 주셨다며 흰색의 무언가를 내민다. 목화솜이란다. 내가 살면서 목화솜을 직접 본 건 그날이 처음이다. 아이들 보다 내가 더 신기해서 이리저리 만지고 주무르니 아이들이 빨리 달라고 성화를 부렸다. 지금 우리 집에는 봄에 심으려고 목화씨를 잘 보관하고 있다.
민박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고 산청 동의보감촌 으로 이동했다. 지리산 자락의 수많은 약초와 우리나라의 한의학에 대해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워낙 넓어서 제대로 다 보려면 하루가 모자랄 듯 했다. 한방엑스포도 개최하고, 관광객도 많이 찾는 지금은 산청의 자랑이 된 동의보감촌이다.
점심식사는 특별히 밖에서 파스타와 수제돈가스를 먹었다. 도시에서 유명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 익숙해져 있지만, 이곳이 훨씬 더 맛있었다. 어찌 이런 작은 동네에 이런 맛집이 있는지....... 게다가 10분정도 걸어서 후식으로 먹은 팥빙수는 최고였다. 예쁜 마당이 있는 카페였는데 참 멋스러웠다. 이런 곳을 발견하고 일정에 넣어서 프로그램을 만드신 대표님과 사무장님께 감동을 받은 건 당연했다.
오후에는 자연재료로 이름 만들기, 솟대 균형 잠자리 만들기, 가족편지쓰기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만들기는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했고, 부모들은 가족편지쓰기를 더 좋아하는 듯 했다. 나는 두 딸과 아내에게 감사 편지를 짧게 썼다. 짧은 내용이지만 쓰면서 울컥한 맘이 몇 번이나 들었다. 다른 부모들도 발표를 하며 많이 울컥한 모양이다. 모두의 얼굴에서 미안함과 감사함이 비춰지는걸 보니....... 자주는 아니지만 집에서도 짧은 쪽지를 자주 쓰기로 마음먹었다.
2박 3일의 마지막 밤이 왔다.
저녁식사는 삽겹살 파티였다. 모두들 배가 고픈데다가 삽겹살이라 하니 젓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집어먹기 시작했다. 아빠들은 굽기 바쁘고, 자녀들과 아내는 먹기 바쁘고, 다른 가족들과 서로 이야기 하느라 마지막 저녁시간이 너무 짧았다. 아이들만 아니라면 어른들끼리 밤새 이야기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이었다. 하지만 내일도 다른 일정이 있기에 아쉬움을뒤로 하고 모두들 숙소로 돌아갔다. 우리가족은 민박집인 먼당농장에서 성경모 대표님 내외분과 이준 사무장님과 함께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며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녀교육과 삶에 대한 방식, 그리고 생태마을에 대한 세 분의 마음까지. 그날 들은 이야기들이 너무 따뜻하고 포근해서 아직도 마음이 훈훈하다. 이 글을 쓰면서도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 내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 날 아침식사(대표님 아내분과 우리 아이들이 만든 주먹밥)를 마치고 마을이 자랑하는 간디 유정란 농장을 방문했다. 닭들이 편안하게 지낸다고 해서 “호텔 꼬꼬” 라는 현판도 붙여 놓았다. TV에서 보던 좁은 곳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달걀만 낳는 그런 닭들이 아니라 너무나도 자유롭게 뛰노는 닭들이었다. 건강한 유정란을 만들어 내는 닭들의 환경에 대해 간디 유정란 농장 대표님께 설명을 듣고 나니 왜 유기농 간디 유정란인지 알 수 있었다. 글로 설명하자면 너무 길고, 시간이 된다면 다들 한 번씩 찾아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까. 우리집은 오늘 저녁에도 간디 유정란으로 맛있는 달걀프라이를 먹었다. 먹어봐야 이 맛을 안다.
마지막 코스로 ‘정취암’ 이라는 절을 찾았다. 정취관음보살이라는 불상을 모시고 있는데, 기도발이 좋다고 하시는 이준 사무장님의 말씀에 우리 가족은 법당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불전함에 시주도 했다. 그러나 정취암에서의 최고는 기도가 아니었다. 산길을 약 10여분 올라가면 돌탑이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산청의 평화로운 농촌이 발아래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었다. 멋진 소나무와 그 아래로 보이는 넓은 농지. 마음이 후련하게 열리는 이곳이 2박 3일의 마지막 코스였던 것이다. 정말 프로그램 순서를 어찌 이리 멋지게 짰단 말인가! 우리 아이들은 멀리 멀리 산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예쁘고 즐겁고 행복한 생각만 가득 했길 빌어본다. 경치를 보면서 곰곰이 2박 3일을 돌아보니 첫 시작은 아이들의 농촌 체험이었지만, 마지막은 가족 모두의 힐링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부모들이 힐링 체험을 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도시 아이들이 잘 웃지 않는 것은 부모님의 얼굴이 생활에 바빠 무표정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얼굴이 밝아지면 아이들의 얼굴은 밤에 잘 때도 웃는다는 걸 이번에 보았다. 매일 매일 생활 전선에서 고군분투 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 힘들 땐 한번 크게 웃고, 아이들에게도 크게 자주 웃어 주시길 바라면서 이 글을 끝맺을까 한다.
아무쪼록 얼레지 피는 마을도 지금처럼 변하지 않고, 지칠 때 찾아가면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
*추신 : 건강한 마을, 건강한 사람들, 건강한 마음이 가득한 얼레지 마을체험을 위해 노력 해 주신 성경모 대표님 내외분, 이준 사무장님, 민박집 주인분들, 호텔 꼬꼬 대표님, 리트리버 아리에게 감사드립니다. 아~ 쉼터 식당 아주머니께도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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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수,희진이 즐거워 하는 모습 생각납니다.
돌아가는 길에 목화장터 구경하고 같이 어울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도 꼭 방문해 주세요. 늘 행복한 가정 되시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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