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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답하라 2015 승곡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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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선영 |
날짜 : 15.11.07 |
조회 : 2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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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의 직장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다소 소홀했던 아이의 보육과 가정의 일에 힘을 쏟고 있을 때 날아 온 대산농촌재단의 반가운 문자메세지.
나는 지금껏 여행하면 주로 관광지 위주로만 다녔었다. 그러던 중 이번에 경험하게 된 대산농촌재단의 가족사랑농촌체험은 나에게 가족과 여행, 농촌에 대해 다른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정말 지금까지의 여행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여행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번 나의 농촌체험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할머니, 엄마, 손자 3대가 함께 한 것이었다. 할머니는 어렸을 적 어촌에서 생활하셨는데, 승곡마을 농촌체험으로 다시 시골마을의 어린 소녀가 된 기분을 느끼셨다.
첫 날 일곱 가족이 만났을 때는 왠지 모를 어색함이 감돌았지만, 내가 옆 가족 인터뷰를 한 후 그 가족을 다른 가족들에게 소개하였을 때 처음의 서먹함이 조금 사라졌다. 이 때 사무장님이 다른 가족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가족에게 곶감을 한 팩 선물로 주겠단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 ‘곶감 한 팩’이라는 말에 호기심과 재미난 질문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고 그 덕에 조금 남아있던 서먹함이 완전히 가시게 되었다.
우리 집 꼬맹이(유석이)는 밥을 잘 먹지 않는다. 아니 반찬을 잘 먹지 않는다. 아빠가 인스턴트를 좋아해서 유석이도 늘 과자와 콜라에 입맛이 젖어 있다. 승곡마을에 오기 전 유석이가 과자를 집요하게 찾으면 어쩌지? 약간 걱정을 했었다. 몰래 과자를 넣어 가서 먹일까? 생각도 했었지만 이번 농촌체험 만큼은 유석이가 과자, 콜라 없이 지내보도록 해야겠다. 첫 끼니는 유석이가 반찬을 조금만 먹었다. 다음 끼니는 바베큐 파티를 했었는데 고기와 다른 반찬을 제법 많이 먹더니 다음날 아침밥과 점심밥을 아주 많이 먹었다. 비빔밥에 들어간 나물과 김치를 싹싹 비우는 것이 아닌가?
아이가 잘 먹을 수 있는데도 내가 편하려고 과자와 탄산음료를 먹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대구 우리 집 씽크대 수납장에 있던 과자를 싹 치웠다. 왠만하면 인스턴트를 안 먹이려고 노력 중이다. 승곡마을에 남편을 데리고 갔어야 했는데... 너무 후회스럽다. 내년엔 꼭 남편이 동행하도록 꼬셔봐야겠다.
“엄마, 온통 감나무야. 어! 저기는 사과나무네. 우와~~”
역시 우리나라 최대 곶감 생산지답게 상주에는 감나무가 지천이다. 내가 살아온 45년간 봐왔던 감나무보다 더 많은 감을 오늘 다 봤다. 승곡마을 대표님의 맛있는 사과 고르기, 사과 따기, 유기농 사과 재배 등에 관한 설명을 듣고 나서 사과나무를 다시 올려다보니 사과나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그저 지천에 깔려있는 사과가 아니라 햇빛, 바람, 강수, 품종, 자연이 내 머릿속에서 혼재되면서 건강한 먹거리로 보이는 것이다. 사과 딸 때 우리 할머니의 모습은 정말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좋아서 어쩔 줄 모르신다.
상주에 있는 감은 모두 곶감이 될 것이다. 상주감을 딸 때는 희한하게도(제가 이렇게 감을 따는 것을 처음 보았습니다.) 장대를 이용하여 가지를 흔들어서 떨어뜨린다. 감나무 아래에 매트를 넉넉하게 깔아놓고 긴 장대로 가지를 흔들면 감들이 그야말로 후두두둑 떨어지는데 가지 흔드는 사람은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팔이 아프겠지만 그것을 보는 나는 “이야! 장관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엄마, 나도 감 따볼래!”하며 자기 키보다 더 긴 장대를 들고 감을 따겠다고 달려드는 유석이가 위험해 보여 감 따지 말라고 말리려고 하는데, 대표님이 유석이 장대를 같이 잡고 가지를 흔들어서 따 주시는 게 아닌가. 정말 감사했다. 이 녀석 농촌체험에 흠뻑 정신이 팔려서 여기가 좋다고 대구에 가지 말자고 한다.
체험프로그램이 없는 자투리 시간, 휴식 시간에 뭘 하지? 유석이에게 레고 장난감을 쥐어주어야 할까? 웬걸, 유석이는 다른 아이들과 승곡마을체험장에서 장작 패고, 네잎클로버 찾고, 얼음땡놀이 하느라 정신이 없다. 레고장난감, 스마트폰을 찾지도 않는다. 사무장님이 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 무지 잘 노니까 염려하지 말라고 한 말씀이 딱 맞다.
가족끼리 도란도란 앉아서 가족문패를 만들었다. 어떤 내용이든 좋다는 사무장님의 말씀에 우리 식구는 글자보다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나는 우리 가족이 언제나 웃음과 행복이 끊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무성한 잎을 가진 나무를, 유석이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를 표현했다. 집에 돌아와서 길거리에 나뒹구는 낙엽을 주워와 목공풀로 좀 더 붙였더니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예술작품이 되었다. 남편에게 벽에 못질 좀 해달라고 해서 현관문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곳에다 달아두었다. 볼 때마다 흐뭇흐뭇 미소가 절로 나온다.
마트에서 사 먹는 소시지에 아질산나트륨(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것은 먹거리에 약간의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아는 얘기다. 이 때문에 소시지를 좋아하지만 마트에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소시지를 화학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고 더욱 탱탱한 소시지를 만들 수 있다면 발암물질 걱정 없이 맛있게 소시지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승곡마을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하다.
“엄마, 내가 손가락으로 잡아서 만든 소시지 좀 봐! 집에 가면 꼭 반찬 만들어 줘.”
소시지 만드는 일에 아이들을 포함하여 모든 가족들이 동참하니 직접 만든 소시지 맛이 어떨까하는 기대감이 모두의 얼굴에 가득하다. 맛이 어땠냐구요? 끝내준답니다. 쫀득쫀득 탱글탱글!!
다 함께 옛날 집(고택)과 사원을 방문했는데 해설하시는 분의 해설을 들으니 ‘그렇구나.’하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계단을 올라갈 때, 내려갈 때, 이 돌기둥은 뭐하는데 쓰는 것인지, 문지방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지, 사각기둥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 해설을 듣지 않고 나 혼자 왔다면 도저히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아이들은 고택에서 뭐 했냐구요? 아이들의 귀에 고택해설이 들어올 리가 없죠. 아이들끼리 고택 마당을 뛰어다니며 서로에게 낙엽 던지기 놀이를 하며 신나게 놀더라구요. 비록 아이들은 고택해설을 듣지는 않았지만 고택마당에서 신나게 놀았던 기억만으로도 고택이 주는 아늑함, 포근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대구로 돌아온 지 몇 주가 지났지만 유석이는 오늘도 농촌체험 또 가잔다.
“유석아, 농촌체험이 레고놀이보다, 텔레비전보다 더 재밌드나?”
“응. 엄마, 우리 또 가자, 또 가자.”
관광지만 둘러보는 것이 아닌 농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체험, 내 가족만이 아닌 전국에서 온 다른 가족들과의 만남, 농촌과 농업의 가치를 발견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대산농촌재단의 정신을 배우는 스피릿이 있는 체험여행이었다.
내 머릿속 어딘가에 남겨져 있던 ‘농촌은 따분하고 재미없고 농사일이 힘든 곳, 그저 목가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점점 사라진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도시민과 소통하는 농촌이 곳곳에 늘어나서 농촌체험 가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마실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 되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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