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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친환경농업담양교육원] 담양행 – 남편은 말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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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기정 |
날짜 : 16.10.26 |
조회 : 17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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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를 앞둔 청년 둘이 1달 동안 전국여행을 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꽂으라면? 바로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이었다. 그 청년 중의 한 명은 나의 남편이 되었고, 나를 만나고 그렇게나 그 길을 내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연이어 아이를 낳고 아들 둘을 키우는 녹록치 않은 일상이 반복되면서 그 바램은 흐릿해져 버렸고 몇 시간 비행의 외국여행은 가 봐도 3시간 거리의 담양은 쉽게 가보지 못했다. 그러다 두둥~ <안전한 밥상이야기-전남친환경농업담양교육원>이라는 공지사항에 우리 둘은 눈이 마주쳤고 이거 분명 당첨(!)돼야 된다고 긴장하며 발표날을 기다렸다. 난 유기농밥상 앞에서 입이 찢어져라 배가 터져라 4끼를 맘껏 식탐으로 채우리라 기대했고 남편은 17년 전 그 길을 회상하며 은근히 젊은 날을 다시 사는 척 생기가 돌았다. 결국 우리는 선정자가족에서 명단을 확인했고 이렇게 후기까지 남기고 있다^^
- 담양행 -
사진을 잘못 봤나? 전남친환경농업교육관은 한옥 1동이 아니라 축구가 가능한 넓은 잔디밭이 있는 마당을 중심으로 한옥동이 4동 이상 되는 거대한 한옥 테마파크(!)였다. 아이들은 누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잔디밭에 뛰어 들어 공을 찼고 남편과 나는 와~와~하며 이리저리 나무와 돌과 풀을 반겨 보았다.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을 받은 느낌...푸짐한 점심 밥상을 남김없이 먹고 또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거닐어보고, 두리농원 대표님의 해박하면서도 날카로운 강의에 도시민으로서 반성도 하고 우리 밥상을 머릿속으로 점검도 해보았다. 상추 사면서 백 원, 이백 원 따져 본 내 자신이 부끄럽고 쌀값이 그렇게나 터무니없는 역사를 지녔는지도 몰랐다. 농업에 대한 무한 애정이 느껴지는 아주 진솔한 강의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무엇보다 김은진 원광대 교수님의 쉽고도 카리스마 넘치는 강의는 남편의 말없는 집중으로 눈길을 모았다. 울 남편의 그 작은 눈이 언제 저렇게 새로운 지식에 대한 탐복과 이해로 깊어질 수 있는지? 남편은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교수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웃기도 하고 대답도 하고 잠깐잠깐 나랑 공감의 눈빛도 교환하면서 강의에 빨려 들어갔다. 한국의 시대상과 역사흐름에 관련된 식생활, 밥상문화에 대해 많이 알게 되어서 정말 기뻤다. 아직도 우리는 그때 그 강의에서 들은 “대기업이 뿌리는(?) 선물세트의 의미”에 대해 모임에 나갈 때마다 역설하며 대산농촌재단의 안전밥상 체험도 같이 홍보하고 다닌다. 남편에게는 아주 신선하고 뜻 깊은 내용이었다.
저녁에 이어진 장아찌 만들기에서 남편이 요리학원 다녀봤다고 아이들에게 으스대며 칼썰기 시범을 보였는데도 오히려 오이를 잘못 썰어 가르쳐주신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들었고, 판소리 공연 때는 뛰어난 초등학생의 가야금 병창에 아이들은 입을 벌리며 넋을 잃고 감상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에는 강강수월래로 모두 같이 둥그렇게 뛰고 나니 머리와 가슴, 귀가 모두 즐겁고 풍성해짐이 느껴진 하루였다.
한옥에서의 개운한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 일찍 쌈채소 농장으로 가서 상추며 케일이며 쑥갓 등을 따며 온 가족이 서로 격려하며 밭을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내 조그맣고 부드러운 청개구리 잡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나 역시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쉬엄쉬엄 채소를 수확하는 바람에 남편 혼자 400그람도 안되는 세 박스를 들고 1킬로씩 채워나갔다. 덕분에 아침밥도 힘차게 먹고 대나무의 신성함이 느껴지는 죽녹원에서 목욕(산림욕)도 깨끗하게 하고 나니 드디어 남편이 그렇게도 보여주고 싶었던 메타쉐콰이어 길에 들어섰다. 관방제림이라고 하는 멋스러운 둑길을 지나 도착한 메타쉐콰이어 길은 남편이 청년시절 드라이브 하던 그 낭만의 길이 아니라 이제는 입장료도 받고 입장객도 통제하며 걸어서 봐야하는 다소 아쉬운 평범한 길로 변해버렸다. 사람들도 많아서 제대로 그 길의 풍미를 느끼기엔 부족했지만 남편은 시원하고 푸른 풍경에 웃음만발이었다.
너무너무 짧은 1박2일의 체험을 마무리하고 우리 집이고 싶었던 한옥에게도 안녕을 고했지만 남편은 큰 깨달음을 얻은 듯 오늘도 밥상을 기웃거리고 식품사고 뉴스에 분개해한다. 부산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담양에서 오롯이 우리의 추억과 가치를 싣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남편도 나도 아이들도 두고두고 안전하고 건강한 이야기를 계속 할 거 같다. 대산의 모든 분께 그리고 두리농원 분들, 강사님, 우리 문화를 지켜가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안전밥상 만들기 체험은 전국에 널리 퍼져야 마땅한 훌륭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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