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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여기 산청얼레지마을까지 참 잘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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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엄덕호 |
날짜 : 14.08.05 |
조회 : 36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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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준아 서영아, 너희들에겐 농촌은 어떤 곳이니?
밀양과 남해섬에서 자란 아빠와 엄마에게 농촌은 친구들과 밤늦게 뛰어놀고, 산으로, 들로, 바다로 어디를 가든 계절마다 다른 풍경과 동식물들이 가득한 그리운 추억의 저편이란다.
그럼 너희들은 어떠니? 너희들에겐 슈퍼가 없어 사탕과 과자를 먹지못하고, 에어컨이 없으니 덥고, 겨울엔 문틈사이로 찬바람이 들어오고, 친구대신 나이 많고 얼굴색이 새까만 할아버지 할머니만 사는 그런곳이 농촌이라구?
아닌데...아닌데...그런곳이 아닌데, 어쩌지 아빠 엄마가 갑자기 미안해 지는걸...
그럼 우리 산청으로 출발해 보자.
글을 들어가며. 대산농촌문화재단에서 후원한 산청 둔철산 얼레지꽃피는마을로 가면서 호준이 서영이가 우리 농촌이 얼마나 '정겹고, 푸근하고, 재미나고, 시원한 곳'인지 느껴보았으면 하고 욕심을 내어보았다.
하나. "세상에서 제일 큰 옥수수는 나의 친구"
여름장마비를 흠뻑 먹은 질퍽질퍽한 밭두렁을 걸어가던 녀석들은 처음엔 샌들사이로 진흙이 들어오니 얼굴빛이 좋지 않았지만 얼레지마을의 농부아저씨가 어떻게 옥수수가 열리는지, 어떻게 옥수수를 꺽으며 수확해야 하는지를 설명들은 후 2개씩 옥수수를 따 보았다. 그리곤 껍질을 열심히 벗겨서 통에 담았다. 화학비료 없이 순수 자연의 힘으로 자란 옥수수를 수확 후 삶아 허겁지겁 맛나게 먹곤 싱글벙글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진다. "호준아 서영아, 금방 수확 후 삶은 옥수수는 막대기사탕보다 더 달콤했지? 그래, 우리 농촌은 세상에서 제일 크고 넓은 맛난걸 선물해주는 소중한 친구들이야!
둘. "아빠 엄마, 저랑 한잔?해요!"
태풍이 산청 깊은 곳까지 올라온 오후, 간디어린이학교 건물 안에서 다도체험을 하였다. 선생님이 다도의 방법을 설명하는 사이 녀석들은 찻잔을 이리저리 굴리며 장난감처럼 굴리기만 할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명씩 선생님 옆자리에 앉아 마른 녹차잎를 다기에 넣고, 따뜻한 물을 붓고, 풋풋한 향이 올라 올 때까지 조금 기다려 보기도 하고 그리곤 "아빠, 엄마 차한잔 하러 오세요"라며 우리를 앞으로 불렀다. 9살의 아들에게 생전 처음 녹차향 가득한 찻잔을 받을때 마음이 무척 떨렸다. 그래 이런 기분이다. 우리 농촌은 뭉클하고 설레는 마음을 우리 가족에게 선사하였다.
셋.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호준이 서영이표 가족비누"
창너머 시원한 빗소리와 바람이 좋은 곳에서 천연비누를 만들어 보았다. 녀석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양의 틀을 골라오고, 비누재료를 칼로 열심히 깍두기 썰듯 자르고, 어떤 향을 사용할지 그리고 만든 비누를 누구에게 선물할지 고민하였다. 결국 제일 냄새좋은 비누는 이틀동안 푸근한 잠자리를 제공하며 오미자차, 수제곡물빵, 초콜렛을 건내준 '전망좋은집' 이모에게 녀석들은 쑥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건넸다. 그래, 우리 농촌은 이웃과 더불어 같이 즐겁게 사는 삶을 선사하는 곳이다.
넷. "꼬꼬닭은 나의 친구, 따뜻한 유정란은 산청 둔철산 숲의 보물"
간디유정란을 운영하시는 최세현 선생님에게 대장 수닭이 얼마나 많은 암닭부인을 거느리는지를 들은 꼬맹이들은 캬르르~웃는다. 냄새가 나지 않는 닭장안의 장닭 울음소리와 암탉의 '꼬꼬꼬' 울음소리에 태풍과 폭우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이틀사이 많이 용감해진 녀석들은 성큼 닭장 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계란을 박스에 정성스레 담아보았다. 그래, 우리 농촌은 폭우 속에도 꿋꿋이 흔들리지 않고 아낌없이 자신들의 보물을 우리들에게 건네주는 곳이다.
추신. 2박3일의 체험일정동안 저와 아내에게 자녀교육에 대한 많은 고민의 시간을 선사해주고, 어린 꼬맹이들에겐 우리의 농촌이 얼마나 신나고, 소중한 곳인지를 자연스레 건네주신 산청 둔철산 얼레지꽃피는 마을의 성경모위원장님, 이준사무장님, 최세현 선생님 그리고 소중한 수확의 기쁨과 다양한 체험활동, 우리집같은 편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신 마을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여름 태풍속 장대비에 둘러싸인 산청의 모습을 소중히 간직했으며 진달래 피는 봄날과 울긋불긋한 숲과 누런 들판의 가을, 그리고 둔철산의 매서운 바람이 내려올 겨울이 궁금해 지는 어느 날 다시 그곳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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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분한 호준,서영이 어머니 얼굴이 그려집니다. 남해를 들렸다 저희 마을에 찾아오신 가족이라 우리마을에서 시골마을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즐거우셨다닌 다행입니다. 언제 자갈치 시장 부근으로 갈 기회가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는 모습 다시 보고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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