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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부의 땀, 그 소중함을 지리산의 기운과 함께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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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선영 |
날짜 : 16.10.22 |
조회 : 20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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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이 반기는 산골 마을로 가는 길>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데, 집사람으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날아 왔다. 농촌체험 참가에 당첨이 되어, 지리산 부근 함양 창원생태마을을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고, 모처럼 산속에 고즈넉한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기회라 기대가 되었다.
2016년 10월 15일 토요일 아침 잠이 덜 깬 채 우리가족은 지리산 창원생태마을을 향하였다. 날씨도 청명하고 마을 가는 길에 있는 엄천강을 따라 가는 좁은 국도길은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하여 울긋불긋한 단풍이 우리가족을 반기는 듯했다.
오도재를 넘어 가는 입구에 있는 창원생태마을에 들어서자 체험관이 보이지 않아서 언뜻 우리가 제대로 찾아 왔나 싶을 정도로 마을이 안쪽에 있어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곳을 왔구나 생각이 들었다.
환한 얼굴로 맞아 주시는 마을 어르신과 숙소를 배정 받고 마을에서 나는 고사리와 맛깔나는 묵은지로 만들어주신 고등어찜과 따듯한 밥이 먼길 달려온 우리가족의 배를 채워 주었다. 잠깜의 휴힉을 취하고는 본격적인 농촌체험에 들어갔다.
<농부의 땀, 그 소중함>
먼저 우리가 머무를 마을 안내가 있었다. 사무장님을 따라 지리산 둘레길 가운데 있는 마을에서 오래된 성황당을 찾았다. 암나무와 수나무로 반기는 성황당은 우리가족이 손을 잡고 둘러보아도 안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둘레를 자랑하였다. 성황당을 지나 마을에 자랑거리인 송림을 보았고, 옛날 산골 사람들이 벼를 수확하고 벼를 보관하였던 목뒤주가 있는 시골집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한 때 똥돼지를 키웠던 돼지우리도 보았고, 한지를 만들고 있는 공방을 방문하여 한지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특히 이 마을에서 자라는 닥나무와 순수 천연재료를 사용하여 만드는 한지는 요즘 보기가 어렵고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다는 말에 오길 잘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먹는 과일의 종자목인 돌배나무와 씨감나무 이야기를 듣고 새삼스레 우리 농산물 자원에 대한 보호와 체계적인 연구가 되는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체험관 앞마당으로 돌아온 우리가족이 체험한 것은 허수아비 만들기였다. 미리 준비한 헌옷과 하얀 광목천, 대나무로 허수아비 제작에 들어갔다. 노끈으로 대나무를 십자가 모양으로 만들어 지지대를 만들고 주변에서 구한 지푸라기를 넣어 허수아비 머리를 만들었다. 얼굴은 아이들이 그렸는데 둘째 아이가 얼굴모양을 도깨비로 그리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우리가족이 만든 허수아비는 도깨비 얼굴을 하고 한복을 차려 입는 허수아비가 완성되었다. 오랜만에 허수아비를 보니 참 요즘 볼 수 없는 것을 이런 체험이 아니면 다시 만나기 어려웠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허수아비도 개성들이 가득하였다.
세 번째 체험은 콩타작하기였다. 도리깨를 어릴 적 시골에 있는 친척집에서 보았지만,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처음이었다. 마을 어르신의 능숙한 시범에 맞추어 순서대로 도리깨질을 하였는데 요령없이 그냥 하다가는 자기 머리를 때리기 일수여서 조심스러웠다.
콩껍질속에 숨어 있었던 노란 콩들이 도리깨질에 튀어 나왔다. 올해 가물어서 콩 수확량이 줄었다는 걱정어린 어르신 말씀에 우리농산물이 그저 먹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번째 체험은 아이들이 가장 기대가 컸던 고구마캐기와 땅콩캐기였다. 아이들이 열광하며 열심히 하였는데 너무 열심히 하여 우리가족 고구마 상자가 가장 무거웠다. 욕심꾸러기 가족이 아닐는지...^^
<지리산 구경도 식후경>
마지막 일정은 흑돼지 삼겹살 구이가 메인인 저녁식사.. 장작불에 위에 올린 넓은 돌판 위에서 지리산 흑돼지 삼겹살구이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활활 타는 장작불에 지리산 산속에서 맞이하는 선선한 공기와 맛있는 저녁에 한가로움까지 더해져 모처럼 평온을 느낄 수 있다. 여러 가족이 돌아가며 고기도 굽고 사모님이 직접 담그신 짱아지, 낮에 밭에서 딴 쌈채소들과 직접 가마솥에서 갓 만들어 온 두부까지.. 너무 푸짐한 한 상이었다. 싱싱한 야채들과 돌판에 구워진 삼겹살구이만 생각하면 아직도 배가 고프다.
더욱이 이번 농촌체험에 8가족이 왔는데, 아이들은 어색함이 조금씩 없어졌는지 어느새 자기들끼리 놀기 시작하였고, 어른들만이 체험관 앞마당 의자에서 느긋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때마침 맞은편 지리산 산자락 사이로 보름달이 떠올라 분위기를 더하여 즐겁고 좋은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저녁식사 후 찐고구마 간식까지 주셔서, 부족함이 없는 체험이 아니였나 싶다.
<비가 와도 아름다운 지리산 빛든 마을>
다음날 아침 구름이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비가 오기 시작하였다. 여행자에게 비는 반갑지 않지만, 이른 아침 산촌에서 느끼는 신선한 공기가 마음에 묵은 때를 흘려 보내는 듯하였다. 오전에 잡힌 일정 중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는 빗길을 걸어야 하기에 어린 아이들이 있어 취소되었지만, 아쉬운 마음에 우리 가족은 비옷을 입고 어제 돌았던 마을 한 바퀴를 다시 돌았다. 돌담길 따라 안개 낀 지리산 마을을 걷는 것도 운치있고 좋았다. 조만간 지리산 둘레길을 한번 꼭 걸어보자 다짐하면서..
산책 후 호박 시루떡 만들기를 하였다. 원래 떡을 좋아하지 않아 그닥 기대하지 않았던 수업이었다. 그런데 선생님의 간단한 음식만들기 소개와 미리 준비해 놓으신 떡재료에 조금의 노력으로 정말 맛있는 호박시루떡을 만들어졌다. 생각보다 만들기가 어렵지 않아 집에 가면 애들과 직접 한번 만들어 봐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나는 호박, 팥을 넣어 만들었는데, 우리 농산물로 만든 것이라 그런지 떡이 호박의 달큰한 맛에, 포슬포슬하게 익은 팥의 달콤한 맛에, 시루떡이 입속으로 사라져 갔다.
점심은 양푼이 비빔밥으로 마무리하였는데, 고사리 나물, 콩나물, 우산나물, 호박나물 등등 온갖 나물들을 다 넣고 양념고추장에 비벼 양푼이에서 같이 떠 먹는 비빔밥은 오랜만에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하였다.
지리산이 주는 맑은 공기와 바람, 높은 산봉우리 그리고 마을 어르신의 친절함과 재미가 더해진 농촌마을 체험이 우리가족에게 좋은 추억을 적립할 수 있는 행복한 기회가 되었다.또 매끼니 정성스런 밥과 처음 보는 나물 반찬들, 알던 식재료도 여러 가지 조리법(우엉샐러드)으로 신경써서 준비해주셔서 너무 고마웠고, 덕분에 우리가족 모두 맛있게 먹고 즐겁게 쉬었다 왔다. 다른 분들도 체험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도시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와 지리산의 웅장한 기운을 느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특히 입맛을 사로잡는 우리 농산물로 만든 농부의 만찬을 느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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