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남친환경농업담양교육원] "로또보다 더 좋은" 나를 바꾸는 밥상 |
|
| 글쓴이 : 신유정 |
날짜 : 22.05.16 |
조회 : 841 |
|
| 행사일 : 5.14~15 |
|
“로또보다 더 좋은 거잖아요. 돈 주고 살 수 없는 거니까.”
<나를 바꾸는 밥상>에 다녀온 날 밤,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가 잠자리에 들면서 한 말입니다. 아이 아빠가 최근에 불꿈을 두 번이나 꾸어서 엄청 기대하면서 로또를 샀었거든요. 아쉽게도 복권은 다 꽝이었지만 그 꿈 덕에 아마도 <밥상> 행사에 당첨이 되어 다녀왔나보다 이야기를 하면서요. 특히 집에서 항상 혼자 자랐던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이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옆에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그리고 함께 하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를 깨달았다고 해요. 그건 절대로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거니까 로또 당첨된 것보다 더 좋은 것이라는 벅찬 소감인 셈이죠.
행사 마치고 헤어지기 전 마지막 소감 발표 시간에 남편의 이야기를 듣고도 깜짝 놀랬었습니다. 유기농은 그냥 비싸고 맛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생각이 깨어졌다는 이야기, 그리고 밥 먹는 것이 정말 기쁜 일이구나를 태어나서 처음 느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남편이 매 끼니 밥을 맛있게 먹은 것도 놀라웠지만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그 생각의 변화가 더 놀라웠습니다. I 생협, H 생협의 조합원으로 살았지만 사실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 쇼핑을 두고 늘 남편과 저 사이에 사소한 다툼이 있었거든요. 남편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자기만족하기 위한 소비 방법일 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입장이었고요. 저는 나름의 신념이 있긴 했지만, 간혹 저조차도 ‘유기농’ 인증을 일종의 상품 브랜드처럼 생각하며 구입할 때가 많았기 때문에 남편을 설득할 만한 진심이 부족한 처지였습니다. 심지어 농촌에 살고 있으면서도 토마토 한 알, 대파 한 줄기가 내 밥상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매번 떠올리면서 먹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저희가족은, ‘유기농’이라는 말을 그냥 먹거리 상품의 품질에 대한 말이거나 평가로서 대하면 안 되겠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유기농 먹거리라는 말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무수한 생명들의 수고로 인해 내가 지금 밥을 먹고 있구나’ 하는 마음을 담은 감사로 이어져야만 하는 거였습니다. 잘 익은 방울토마토를 조심스레 수확하는 기쁨과 동시에 토마토를 심고 기르시는 농부들과 토마토 꽃을 수정시키는 벌들, 그리고 집에까지 배송해주시는 택배 기사님들의 수고로움 등을 다시금 배우게 된 좋은 기회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행사를 기획하고 꾸려나가는 대산농촌재단의 진심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습니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다르지만 다른 생협에서 하는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 생산 과정 투어에 참여해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행사를 마치고 느꼈던 건, 역시 내가 이 생협 조합원이라 다행이고 우리 생협 물건이 최고야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마치고 하게 된 생각은 훨씬 더 크고 넓었습니다. 햇빛과 흙, 물과 농부들, 흙 속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들과 농촌의 곤충들, 먹거리를 가꾸고 수확하고 포장하고 배송하며, 이곳저곳에서 조리하시는 셀 수 없는 손길들과 생명들. 그 모든 것들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쳤기 때문입니다. 그런 감사는 I 생협이든 H 생협이든, 혹은 생협에 납품하는 생산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모두 받으셔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농촌, 그리고 그곳에 계시는 모든 농부들의 삶에 관심을 갖도록 부드럽게 권유하는 그 진심이 느껴져 더욱 감동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린 자녀들을 둔 가정들에서도 안심하고 편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신 곳곳의 세심한 배려들에 대해 말하고 글을 마치고 싶습니다. 눈높이에 맞춘 강좌,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인 선생님,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사 메뉴들, 그리고 아이 동반 가족들을 같은 동의 숙소로 배치해주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섬세함까지요. 아이의 생일이 5월 16일이었는데, 딱 그 전날까지 보낸 1박 2일이 정말 잊을 수 없는 값진 생일선물이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