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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뚜기가 무서운 우리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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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경란 |
날짜 : 12.10.24 |
조회 : 6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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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어느 날 밤 10시까지 일을 하고 집에 들어오자, 집사람이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농촌체험활동이 있어 신청을 했다고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추첨을 한 다음, 당첨이 되어야 갈 수 있다는 얘기도 빠뜨리지 않더군요. 저는 ‘당연히 안되겠지’라는 심드렁한 생각에 “잘했어! 당첨 되면 좋겠구만!”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까마득히 잊은 상태로 집사람과 저는 각자의 직장을 다녔습니다.
그러다 저는 기억도 잘 안났는데, 집사람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어 충주 탄방마을에 당첨이 되었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입금을 하라고 하더군요. 아주 신이 났습니다. 저는 그 주에 직장에 행사가 있어 다소 짜증이 나 툴툴거렸지만, 평소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입금을 하고 큰 기대 없이 출발일을 기다렸습니다.
출발일 아침, 준비 상태를 체크하고 3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출발하였습니다. 그런데 충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영동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모두 막히더군요. 슬슬 짜증이 밀려왔습니다. 평소 운전은 잘 못하지만 차량정체는 더욱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라……. 마음 속으로 ‘참을 인’자를 연달아 쓰며,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 노력하면서 운전했습니다. 결국 4시간 가까이 걸려 탄방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도착한 12시까지는 짜증으로 가득찬 상태였고, ‘얼른 이 시간이 지나가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마을회관으로 들어갔고, 비빔밥이 제공되었습니다. 그런데……. 현지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와 고추장, 국물이 아주 정성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저의 마음은 풀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차피 온 거 재밌게 보내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식사 후 ‘벼 수확 체험’을 하러 갔습니다. 논으로 가는 길에 다른 가족의 꼬맹이들이 메뚜기를 잡는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어린아이의 마음이라 금방 동화가 된 듯 큰녀석(아들 9세)과 작은녀석(딸 6세)이 메뚜기를 쫓아다니며 잡겠다 합니다. 그런데 이 녀석들 평소에 벌레를 무서워하던 녀석들입니다. 역시나 메뚜기를 손으로 잡는 것을 못합니다. 아빠인 저보고 잡아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도 인천에서 태어나 쭉 자라온지라 못하겠더군요. 집사람에게 잡으라 하였는데……. 결국 다른 가족은 생수통에 메뚜기를 가득 잡았지만, 우리 가족은 잡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되고 보니, 마음 한켠에 농촌에 왔으니 애들에게 정말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정미소에서 탈곡하는 모습,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마을 공동 농산물 보관 냉장고(창고) 등을 직접 보았습니다. 다시 마을회관으로 돌아오자 ‘인절미 만들기’를 한다고 합니다. 콩가루가 있고, 하얀색 떡반죽이 있더군요. 각 가족마다 떡매로 떡을 쳐봤습니다. 우리 꼬맹이들도 엄마랑 힘을 합하여 열심히 치더군요. 저는 물론 ‘귀찮아!’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인절미가 완성되기만 기다렸습니다. 모양새는 좀 괴상했지만 완성된 인절미는 꿀맛이었습니다. 마침 여기저기 견학하느라 배가 살짝 출출하던 차에 인절미 만들기는 정말 소중한 경험이면서 기억에 오래 각인되었습니다. 떡먹기를 마친 후, 전통 놀이를 하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단체줄넘기, 제기차기, 투호, 훌라후프 등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가족은 단체줄넘기에서 최하위(0개)를 하였습니다. 투호에 나선 큰녀석은 4개 중에 1개를 넣었고, 훌라후프에 나선 작은녀석은 초반에 탈락했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제기차기인데 제가 차보니 6개를 못 차겠더군요. 집사람에게 차보라 하니, ‘어렵쇼’, 10개 이상 찹니다. 좀 창피했지만, 집사람을 제기차기 선수로 내보냈습니다. 기대대로 19개를 찹니다. 안타깝게도 다른 집에서 나온 아빠들이 잘 차서 집사람은 3등을 하였습니다. 안타깝지만 우리 가족은 종합 등수는 하위권에 해당할 것 같았습니다. 결국 상품은 못받았습니다. 다시 마을회관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하고, 다시 모여 ‘등 날리기’ 준비를 하였습니다. 가족들의 소원을 등에 글씨를 써서 하늘로 날려보낸다 합니다. 우선 작은녀석이 그림을 그린 후에, 유치원에서 갓 배운 한글 실력을 총동원해서 ‘똥’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그리고 ‘응가’라고 쓰면서 낄낄 거립니다. 큰녀석은 중간고사에서 우등상을 놓친 것이 마음에 찔렸던지, 기말고사에서 우등상 받게 해달라고 씁니다. 집사람은 뭐라고 썼더라……. 맞다, 우리 가족 사랑한다고 썼습니다. 저는 뭐, 딱히 쓸 말이 없더군요. 그래서 ‘지금처럼만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썼습니다. 모두 완성된 후, 각자 가족마다의 소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소원들을 들어보니, 정말 동시대의 엄마, 아빠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고, 자녀들을 위해 애쓰는 마음이 잔잔하게 느껴지더군요. 왠지 제 자신이 부끄럽더군요. 일을 핑계로 애들과 좀 소원해진 면도 있었습니다. 눈물을 살짝 감추고, 등을 날리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불을 붙여 하늘로 올려 보내자, 어느 순간에 등이 별처럼 조그맣게 보이며 주변의 별들과 구별이 되지 않더군요. 정말로 마음에 별 하나가 새겨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작은 소원을 하늘로 날리고 마을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니 오늘밤 잠을 자게 될 거처의 주인들이 와 계시더군요. 우리가족은 마을 살림을 맡아보시는 회장님의 댁에서 자게 되었습니다. 전형적인 시골 어머니의 모습이신 회장님은 저에게 연달아 막걸리를 권하시며 따뜻한 웃음을 보여주셨습니다. 함께 나온 안주인 찐고구마와 묵무침에 집사람은 덩달아 신나서 연달아 사발을 들이키더군요.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회장님 댁으로 자러 갔습니다. 회장님께서 잠자리를 2층 다락방으로 내주시더군요. 무엇보다 애들이 신났습니다. 오르락 내리락 매우 좋아하더군요. 전기장판을 손수 깔아주시며 따뜻하게 자라는 회장님의 말에서 ‘정말 시골 인심이 이런 거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회장님 새벽부터 준비하신 아침 밥상을 받았습니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는 아니지만, 푸짐하다는 느낌이 저절로 드는 직접 재배하신 농작물로 만든 식단이었습니다. 먹으면서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식사 후 회장님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마을회관으로 갔습니다. 가서 보니 모두들 시골의 따뜻한 인심을 느끼고 온 듯 따사로운 표정들이었습니다. 이제는 메뚜기 잡기 체험을 하러 간다고 합니다. 슬슬 공포가 밀려옵니다. 잠자리채를 들고 용감하게 나서서 벼에 앉아 있는 메뚜기에게 덮어 씌웠습니다. 잠자리채에 메뚜기가 잡혔습니다. 그런데 손으로 잡아내어 생수병에 넣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인솔하셨던 마을회장님께서 메뚜기를 꺼내어 병 속에 넣어주셨습니다. 병에 잡힌 메뚜기를 보자 꼬맹이들의 기가 확 펴지며, 신이 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좀 계면쩍었지만 계속 회장님의 손을 빌어 병 속에 메뚜기를 담았습니다. 7마리를 잡자 큰녀석은 충분하다며 그만 잡았고, 작은녀석은 좀더 욕심을 내어 20마리 가까이 잡았습니다. 집사람과 저에게 시련과도 같았던 메뚜기 잡기 체험이 끝나고, 마지막 체험인 도예하는 곳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처음 해보는 도예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장인의 손길을 도움 받아 못생긴 그릇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옛날식 발로 돌리는 물레도 돌려보고, 전통식 장작 가마와 현대식 가스 가마를 보며 소중한 체험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성껏 만드신 잔치국수를 먹으며 농촌체험활동이 ‘금방 지나갔구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집사람도, 큰녀석도, 작은녀석도 이 탄방마을에서의 경험은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여러 나들이 중에서 교육적으로든, 가족 화합의 면으로든, 여러 면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도시에서만 자란 우리가족은 이번 탄방마을 체험으로 자연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마을 주민간의 인정의 여유로움, 쾌적하고 맑고 깨끗한 대자연의 풍성함을 느낀 우리가족은 ‘사람에게 필요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단계 더 깊어진 안목을 얻고 가족간 아끼는 마음이 더욱 두터워지는 소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내년에도 또 오자는 작은녀석과의 대화입니다. “이젠 메뚜기 잡을 수 있어?”, “당연하지, 우리 집에서 나만 잡을 수 있다.”는 대화인데……. 여기에 내년 농촌체험을 통해서는 “나도 메뚜기 잡을 수 있다”라는 큰녀석의 말을 듣기를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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