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향집, 이 여운은 길게 갈 것 같습니다. |
|
| 글쓴이 : 김전호 |
날짜 : 13.11.10 |
조회 : 2625 |
|
|
2013년을 시작하며, 결혼 후 10년이 넘었지만 무슨~기념은 고사하고 우리 가족만의 여행한번 못해봤다는 아내의 웃음이 사무치고, 태어나서 아빠랑 영화한번 본적 없다는 초등 딸래미의 주저하는 눈빛이 저며와 시작한 가족여행.
그래 놀자, 10년간 남보다 못한 남편과 애비로 살았으니 매주 영화도 보고 우리도 그 소원하는 비행기도 타보고,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실컷 놀아보자. 아빠는 노는 법을 배워야겠다.... 이런, 된장~
이렇게 미안한 마음에 떠난 가족여행은 1월의 제주도를 시작으로, 여기저기를 돌고 돌아, 11월의 춘천여행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1월 제주도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것에 대한 낯설음에 사진찍는 것도 어색해 하던 3남매가, 11월 체험 프로그램은 아빠와 함께 하겠다고, 서로 양보하라며, 다투는 모습을 보니, 여행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성장시키고 삶의 모습도 변화시킨다는 것을 우리가족을 보면 알겠습니다.
올 한해 가족여행을 준비하다 알게된 교보생명과 함께하는 가족사랑 농촌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여러번 해바리마을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습니다. 덕분에 다른 곳들을 발품팔며 두루 다녔지요. 그래서 올해는 인연이 없나보다 하다가, 마지막 차수에서는 춘천 물안마을이 눈에 들어와 신청했는데, 선정되어 무척 당황했습니다. 신청은 했지만 될 리가 없다는 마음에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일정도 조정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떠난 올해 마지막 여행은 우중에 시작되었습니다.
출발당일 새벽부터 비가 오니 다양한 체험은 힘들겠다며 시무룩해 하는 아이들에게, 분명히 비가오면 대체 프로그램을 준비했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은 했지만, 우리 부부도 조금 심난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착해서 보니 가랑비에 젖어든 산중마을의 정취도 좋았고, 어떻게 하든 체험가족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빗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체험마을 이장님의 정성과 배려에 감사했습니다. 올해 여러곳을 여행을 하다보니 많은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봤지만 1박 2일의 짧은 시간동안 물안마을 만큼 많은 체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첫날, 빗속에 일정을 조정하여 박바가지를 만들기 위해 박을 톱질하고 가마솥에 삶아 자신의 손으로 속을 열심히 파낸 박, 그 박을 머리에 쓰고는 생전 처음 감자전을 부치며 신나했던 큰딸, 숯불에 구운 양념 닭갈비를 실컷 먹고도 사그라지는 잔불에 감자를 구워서 열손가락과 입술에 먹칠을 하던 아이들과 아내, 압화만들기에서 나눠준 색색의 말린 꽃잎이 예쁘다며 3남매가 머리를 맞대고 내려다보던 순간에 미소 짓던 아내의 환한 눈빛, 50명도 잘 수 있는 운동장 같은 방에서 달리기 시합하던 아들녀석들의 웃음소리, 추위를 타는 아내 때문에 혹시 외풍이 있을까 싶어 보일러 난방 온도를 낮부터 높여놓았다가 운동장 같은 방을 찜질방으로 만든 나, 우리가족의 첫날 밤은 절절끓는 방바닥에서 최대한 멀어지기 위한 뒤척임의 연속이었습니다.
둘째날, 어제 비로 체험하지 못한 프로그램을 모두 실시하겠다는 이장님의 미소를 가볍게 생각했다가, 정말 “빠~아악시게” 프로그램에 참여 하느냐고 부모는 ‘헉헉’, 아이들은 ‘우와’ 신났습니다. 아침을 먹자마자 산으로 이동하여 장뇌삼과 더덕 캐기, 가족대항 국궁 대회를 위한 활쏘기 체험과 동시간 대에 아이들은 나무피리와 연필 만들고, 엄마는 김장하고, 아빠는 떡메들고 인절미치기를 4원 생중계하는 듯 실시하였습니다. 모든 체험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칼국수 밀어 점심해먹기까지... 정말 화장실가는 것도 잊고 아이들과 함께했습니다. 모든 체험 프로그램에 이벤트를 넣어 모든 가족에게 골고루 장뇌삼을 나눠주시더니 그것도 부족했는지, 체험한 김장김치와 인절미, 그리고 마을에서 직접 재배하고 생산한 들기름과 감자까지 선물로 나눠주시며 떠나는 가족들을 배웅해주신 이장님!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국각지에서 흩어져 살던 형제자매들이 고향집에 와서 맛있는 고향음식 실컷 먹고, 신나게 놀다가, 부모가 정성들여 준비한 선물들을 한아름 받아들고 살던 집으로 다시 돌아온 느낌, 이 여운은 길게 갈 것 같습니다.
내년 여름에 낮에 물놀이하며 산천어도 잡고, 밤에는 메기 낚시하러 꼭 오겠다고 한 이장님과의 약속, 우리 가족은 분명히 지킬겁니다. |
|
> 커뮤니티 > 우리가족 농촌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