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보석을 박다-체험만으로는 너무 아까운… |
|
| 글쓴이 : 박기정 |
날짜 : 14.08.20 |
조회 : 4435 |
|
|
20년 가까운 직장생활로 지쳐 있었던 내게 간절히 원하던 게 이루어 졌던 경험이 과연 몇 번 있었을까? 얼레지 피는 마을 체험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정말 눈물이 찔끔 나왔다. 새삼 가슴 벅찬 소원성취의 기쁨이 밀려 왔다고나 할까? 단순히 이벤트식으로 체험만 하는 거라면 그동안 아이들과 많이도 해봤다. 하지만 산청 얼레지마을의 프로그램은 평소 내가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유정란 채집과 간디어린이학교 방문과 민박체험이 있었다. 야호~출발이다!!!
경호강래프팅을 말로만 듣다가 생각보다 부산에서 꽤 가까운 곳에서 만나게 되어 놀랐는데, 그 곳에서 조금만 올라가니 별천지 청청지역이 나왔다. 머리가 갑자기 횅하니 비워지고 가슴이 뻥 뚫리면서 왜 이제서야 이런 곳을 오게 되다니…다람쥐 쳇바퀴 돌던 내 인생에 섭섭함을 느꼈다. 마음 속으로 이런 기회가 주어진 대산농촌문화재단에 감사까지 하게 되었다.(난 사실 대산재단을 이 체험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평소 보험회사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마저 불식시킨 이런 농촌재단 설립자에게 진심 어린 존경을 표한다) 얼레지마을을 일구는 분들과 같이 할 가족들과 만나자마자 밥을 먹으니 정말 좋았다. 이제 3일동안 한 식구가 됨을 선포하는 기분이었다. 평소 부추와 파와 마늘잎을 구분 못하고 매 식사에 꼭 가공식품을 탐내는 울 집의 최고 골칫덩어리인 남편은 첫 시골식사를 순식간에 싹 비워내서 너무 놀랐다. 남편은 늘 밥상머리에 앉아 깨작거리는 편인데 된장찌개며 손두부며 박나물이며 가시리무침이며 열심히 먹는 걸 보고 평소 내 요리솜씨가 없었던 건지 여기 공기가 좋은 건지 헷갈렸다. 마을에 대한 소개와 간디학교를 둘러보고는 바위탐험대라는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그 체험을 하면서 이런 걸 구상한 마을분들에게 감탄했다. 돈(!) 적게 들이면서 재미나고 스릴있고 그러면서 교육적이고 운동도 되는 간단하면서도 건강한 체험을 기획한 아이디어가 맘에 들었다. 아이도 어른들도 신나는 프로그램으로 첫 만남을 보내고 이어서 비누도 만들고 다도체험도 하고 바쁜 일정으로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과 남편은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산청의 밝은 기운이 들어와 마음이 계속 맑아지는 거 같았다. 배정된 숙소는 통나무 2층집이었는데 도착하자 마자 6살 지호가 “엄마, 똥 마려…쌀거같어” 하길래 급히 화장실로 갔는데 아뿔싸! 생태화장실 답게 변기 중앙에 거미가 집을 짓고 있는걸 보고는 지호가 겁을 먹어버렸다. “으윽~으윽~ 엄마! 똥이 나올꺼 같았는데 아무리 힘을 줘도 안 나와. 으~으윽~” 지호는 얼굴이 벌개지도록 힘을 줬는데도 거미집의 영향인지 변을 보고자 하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나 보다. 실패! 근데 생태화장실이라 예상은 했는데 확실히 냄새는 안 났다. 그리고 그 거미는 그 다음날 아침에도 또 거미집을 지었다. 매일매일 그렇군~하는걸 알았고 지호는 바로 시원하게 변을 해결했다. 물 안 내려도 좋네~생태화장실이 오히려 더 편하네!!! 아침에 숲샘민박 아주머니랑 아이들 교육문제와 귀농, 이 마을에 관한 진솔하고 애정어린 말씀을 들으면서 참 마음이 편하고 따스해졌다. 여기 와서 살까? 순식간에 둔철댁이 되어 버린 나 자신이 좋아서 그 다음 여정으로 간 동의보감촌의 거북바위에서 기를 한껏 받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기까지 했다. 개명하기 전의 상호(이태리면사무소)가 기발한 파스타가게에서 깔끔한 스파게티도 먹고, 엄마의 정원이라는 곳에서 먹은 팥빙수는 또 얼마나 참하고 예뻤는지!(부산으로 오고 나서도 그 집의 아름다운 정원이 계속 생각난다) 먹거리에 대한 만족은 또 있는데 첫째 날 간식으로 나온 감자와 둘째 날 옥수수 수확체험하고 먹은 옥수수 맛에 반해서 얼레지 피는 마을로 꼭 귀농(혹은 귀촌)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말 정말 맛있었다. 다섯 가지 맛이 난다는 감자와 옥수수에서 고기의 쫀득쫀득한 질감과 그윽한 단맛과 포실포실한 짠맛과 하여튼 마술적인 맛이 났다. 한 소쿠리 가득 다 먹고 싶었다. 그 맛이 자꾸 생각나 이 무미건조한 도시에서 먹는 모든 것이 심드렁하고 시시해졌다. 다음에 지인들과 단체 먹거리 관광단이라도 꾸려야 할 거 같다. 태풍이 온다는데 우리 팀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쾌청한 습도와 온도 속에서 체험을 즐겼다. 밤하늘 별자리를 자세히 못보고 태양열 오븐기로 팝콘을 못 튀겨 먹어서 아쉬울 따름일 정도였다. 소박한 물놀이였지만 아이들은 계곡에서 다슬기도 찾아 다니고 물을 헤쳐 가며 좋아했고 난 다른 가족분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체험장에서 편지를 쓰면서 둘째 지호는 잠이 들어 버렸고 첫째 지훈이는 동생에게 앞으로 메롱하지 않고 코파지 않겠다고 진지하게 다짐했는데 그 엽서는 우리 집 식탁유리 밑에 고이 깔려 있어 아이들을 내내 웃음바다로 만든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엄마아빠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고 발표해서 생뚱맞았는데 생각해 보니 얼마 전에 갑자기 돌아가신 시아버지 영향으로 그렇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다도체험에서도 팽주가 되어 덕담을 해 준 남편의 모습도 낯설었는데 평소 남편의 마음을 전혀 못 읽었던 내가 반성되었다. 숙소로 돌아와 아이들은 내일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내내 불만을 토로했고 시골에서 살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자꾸 그렇게 우기면 유정란 체험 못한다고 협박(?)을 하니 금새 입막음이 되었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 닭 만날 준비에 아이들이 서둘렀다. 꽃미남이신 간디유정란 숲샘님의 환한 미소와 재미난 설명이 인상적이었던 PT를 끝내고 닭장으로 갔는데 고고한 장닭의 기개와 위엄에 기가 눌려졌다. 아이들은 금방 막 낳은 달걀의 따스함에 깜짝 소리를 지르고 행복한 미소에 서로 장닭을 쓰다듬어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편은 닭장에 냄새가 안 나는 것을 계속 신기해하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집에 와서 선물로 받은 유정란을 삶았는데 어찌나 보들보들 탱탱 맛나는지…마지막으로 정취암에 가서는 멋진 산청의 경치에 마음이 날아가고 태풍이 온다는 와중에 이런 풍경을 제공 해 준 우리팀의 행운에 또 스스로들 자화자찬하면서 까르륵 웃고 감사드렸다.
어느 가족의 엄마 말처럼 이번 여행에 여자들이 3일동안 밥을 안 해서 너무 좋다고 작년부터 신청하고 이번에 당첨되서 기쁘다던데 밥이면 밥, 집이면 집, 공기면 공기, 체험이면 체험 어느 것 하나 힐링되지 않는 게 없었다. 우리 가족의 빼곡한 추억에 주렁주렁 보석을 달고 온 기분이다. 특히나 얼레지 마을 분들의 빛나는 프로그램과 세심한 보살핌 덕에 단순한 농촌체험 뿐 아니라 귀촌 귀농까지 생각하게 되었고 아이들 교육문제까지 심도 있게 고민하게 되었다. 아주 재미나고 즐겁고 유익한 세미나를 다녀온 기분이랄까?
다녀온 이후 대산농존문화재단이란 곳에서 하는 밥상 프로그램도 알게 되었고 여러 농촌지원활동도 챙겨보며 만나는 사람마다 이 프로그램을 홍보 아닌 홍보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산청이란 곳에 푹 빠져 비가 오면 얼레지마을에도 비가 오나? 마을분들은 무얼 할까? 먼당농장 아리는 건강하게 잘 있는 걸까? 얼레지 꽃 따다 말려 비누 체험 해 보면 어떨까? 간디학교 아이들은 여전히 밥 잘 해 먹고 있겠지? 말려 논 쑥이 비에 젖어 어쩌나? 산청에서는 귀농지원을 어떻게 해주나? 등등 내내 산청타령이다. 아이들과 남편과 보낸 그 보석 같은 시간들이 내년에도 그 내년에도 계속 이어지길 서로 응원했다. 이 참에 귀농학교에 등록해 볼까나?
|
|
|
|
|
이런 멋진글을 써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숲샘집에서도 가족분들과의 추억 행복하게 간직하겠답니다.
이글도 숲샘에게 보여드릴 겁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는 모습 저희도 같이 지켜봐 드릴게요. 언제라도 추억이 그리울 때, 편안한 휴식이 필요할 때 저희 마을을 생각해 주세요.. 우리마을 분들과 이글을 같이 공유하고 지훈엄마의 고마운 마음을 전할게요.. |
|
|
|
|
| 앗! 글이 넘 길지요~ 수정하려고 하니 계속 비번이 틀리다고 하네요ㅠ.ㅠ(도대체 비번을 뭐로 걸었지?) 글이 좀 읽기 불편하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항상 그리운 산청입니다... |
|
|
|
|
| 후기글 가족사랑상에 선정되셨네요. 우리마을이 2분이 선정되어 저희도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축하드리며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바랍니다.. |
|
|
> 커뮤니티 > 우리가족 농촌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