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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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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기수 |
날짜 : 14.09.23 |
조회 : 3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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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년생 두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니, 이런저런 사정으로 큰 아이 6살이 될 때까지 단 한번도 휴가를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친구의 소개로 2년 전, 가족 사랑 농촌체험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올해로 3번째이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놀러 가면 고생뿐이라고? 무슨 소리? 하루라도 과일을 먹지 않으면 그것도 밥만큼 많이 먹지 않으면 안 되는 두 녀석에게는 제격인 농촌체험이었다.
바쁜 근무시간 중 당첨을 알리는 문자 메세지는 나를 흥분시켰다. 올해도 해냈다는 뿌듯한 기분이랄까! 정말 난 운이 좋은가 보다.
몇 밤만 더 자면 농촌 체험하러 가는지 아이들은 벌써부터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면서 찬샘, 얼레지 마을에서의 기억을 꺼내어 늘어놓는다. 얼레지 마을의 아리는 잘 있겠지... 그 따뜻한 마음은 나를 또 한 번 감동시킨다.
꼬불꼬불 산길을 지나 차 한 대 없는 한적한 도로를 따라 도착한 승곡 마을의 첫 느낌은 소나무 가득 드리워진 한 폭의 수묵화 같았다.
역시, 세 번째 참가라 첫 해의 어색함이나 둘째해의 기대감보다는 그저 어릴 적 시골집에 온 편안함이 컸다. 내 집이고 내 마을이고 내가 살던 고향집 같은 기분이었다. 사람들도 낯설지 않아 더욱 맘 편히 다가갈 수 이었다.
사무장님의 마을 소개로 체험 일정이 시작되었다. 이어 가족 소개 시간에서는 서로 상대방의 가족을 인터뷰하면서 ‘우리 가족’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시간이었다. 전국에서 모임 8가족은 금새 어울렸고 그 중 대전에서 온 다미가족은 작년에 같이 체험한 인연으로 더욱 반가웠다.
승곡마을에서의 체험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뷔페인 것 같았다. 역사와 인문학을 좋아하는 우리 신랑에게는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고택탐방 시간이 아주 딱이었다.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푹 빠져 듣고 있었다. 우리 신랑 진짜 행복해 보였다. 편안해 보였다. 덕분에 가까이 붙어서는 아니지만, 고택에 나란히 앉아 둘만의 사진도 찍었다. 무뚝뚝한 신랑이 보여주는 최고의 애정표현인 것 같아 참 흐뭇했다.
먹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소시지 만들기와 배 따기체험이 단연 최고였다. 아빠와 함께 하는 요리라서 더욱 신났을 것이다. 건강한 먹거리 교육과 함께 직접 반죽하고 기계에 넣어 소시지를 뽑아내는 경험은 처음이라 더욱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집에 오자마자 설명해 주신대로 쪄서 먹어보니 그 맛 또한 일품이었다.
승곡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배따기 체험이었다. 무농약으로 4년째 퇴비없이 지은 배라는데 아주 크고 물많고 달콤한 것이 그야말로 꿀배였다. 아빠 등에 올라 직접 배를 따 본 아이들은 또 하나의 추억을 가슴에 그려 놓았을 것이다.
마지막, 두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인 나에게는 가족사랑 문패 만들기 시간이 좋았다. 퇴근후, 매일 일상의 의무감으로 각자의 역할을 해내느라 도시의 삶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그러니 부부, 가족의 마음을 살펴 줄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앞만 보고 살아가고 있다. 이런 힘든 시기에 적절한 가족 상담의 시간을 마련해 주신 것 같았다. 단순히, 일회적인 레크레이션식의 공예시간이 아닌 가족들의 칭찬, 장점들을 롤링 페이퍼에 적어보는 활동이다. 그동안 마음에는 있지만 들을 수 없었던 쑥스러워 말로 못했던 말들을 글로 받아보니 그래도 우리 신랑이 나를 부지런하다고 칭찬하네. 뭉클했다. 사실은 눈물이 나올 겉 같았다. 상담연수를 가서 나도 이런 방법을 배우기는 했는데 실제로 해 보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서로의 장점을 잘 찾아 칭찬해 주는 기쁨. 칭찬 받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숙소 또한 최고였다. 작지 않게 지은 둥글고 천장 높은 흙집! 아궁이에 불을 때워 쌀쌀한 산골 날씨에도 밤새 후끈후끈 따뜻하게 아주 잘 잤다. 나무를 잘라 만든 선반이 전부인 방 안은 소박함의 아름다움, 채우지 않은 것의 겸손함을 가르쳐 주었다.
이번 6차에는 유난히 초등 저학년 또래들이 많았다. 주말이면 내내 엄마아빠에게 붙어 놀아줘야 했는데 2일동안 엄마 곁을 떠나 언니, 동생들과 더 잘 어울려 신나게 노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역시 함께 어울려 지내야 하는 구나 그 속에서 나눔, 배려를 저절로 배우는 구나 싶었다. 씩씩하게 맨손으로 개구리를 잡아 본 경험, 겁쟁이 아들이 여치를 잡아 본 경험은 도시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값진 보물이었다.
무엇보다 청정한 산골 아래 승곡마을에서의 소박한 삶, 바쁘지 않은 느린 삶을 체험하면서 사람사는 거 별거 없네. 별 거 아니네. 그저 잘 먹고 잘 놀고 편안하게 지내는 것이네... 욕심을 내려놓아야지... 많은 것들을 배우고 돌아가는 것 같다.
선물로 주신 작은 액자 속 가족사진을 보며, 그 날의 기억을, 그 날의 감동을 떠올리며 내 가족을 사랑해야지 그 소박한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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