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20일 우리 가족은 비장한 각오로 신설동으로 향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제 불혹의 나이가 넘어가 있고 배도 점점 나오고 있고. 이제는 옆지기에게 안전한 밥상을 받고 싶었다. 그렇다. 오래 살고 싶다. 새벽 공기가 제법 찼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졸리 눈을 부비며 지하철을 탔다.
우리가족이 마지막으로 도착했고 곧 비무장지대로 버스는 달렸다. 토요일 오전이었지만 우릴 태운 버스는 제법 속력을 냈다. 우리는 그렇게 이른아침부터 비무장지대로 향했다.
그러나 이내 나는 깨달았다, 아니다. 아이쿠 잘못 알고 있었다. 진짜 비무장지대(DMZ)가 아닌 '한국 DMZ 평화 생명 동산'으로 가는 버스다.
생명동산은 강원도 인제에 위치해 있다.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친구들이 이곳으로 군대가면 이렇게 놀렸을 정도로 접성이 떨어진 곳이였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와우...승효상 선생(이분 꽤나 유명한 건축가다.)이 설계했다던 건축물을 마주하게 된 것은 서울을 떠난지 3시간 후. 참가자 전원이 내밷은 첫 말은 이것이었다. "와우~~" 자연에 최대한 어울리려는 건축가의 철학을 볼 수 있는 건축물(특히 숙소의 화장실 잘 살펴보시라)이 우리를 반겼고 풀속에서는 메뚜기와 방아깨비들이 춤을 추며 우리를 반겼다.
이곳에서 우리는 4끼의 식사를 대접받았는데 생명동산에서 재배한 농작물과 인근에서 공급받은 식료품으로 정성스럽게 차린 음식들 이었다.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반찬이 식욕을 자극했다. (고백하자면 체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때 생각난 것은 부대찌게, 라면, 짜장면 뭐 이런 것들 이었다.내 몸은 그렇게 짠 맛과 MSG에 중독되어 있었던가!! 하지만 참았다. 진실은 아내가 저녁을 차려주지 않았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패스...' )
사실 별 기대하지 않았던 교육시간에서 나는 이 체험프로그램에서 가장 값진 것을 얻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 농림부 장관을 역임하셨던 김성훈님께서 안전한 밥상에 대한 강연을 2시간 해주셨는데 나의 무지함과 우리가 아닌 내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 지에 대한 가르침을 주셨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서 우리의 싱크대 위에 식재료가 어떻게 이뤄졌지는 점검을 하였고 얼마나 GMO(유전자 조작 식품)에 노출되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다시 한번 좋은 강사를 섭외해주신 대산농촌문화재단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오후에는 콩따기 체험과 양파 장아찌 만들기, 그리고 5행순환 프로그램으로 개운해진 기분에 하루를 잘 마감 할 수 있었다.
두째 날은 몸을 건강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는다. 아침에 간단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몸풀기 체조와 춤을 배웠다. 적당히 땀이 났다. 덕분에 아침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차를 타고 40분 남짓 달려서 자작나무숲이 있다는 산에 도착했다. 이때 숲해설가 선생님이 동행을 하셨는데 어찌나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하시는지. 지금까지 경험해본 숲 해설가 중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겠다. 상품으로 내거신 가래열매가 탐이 났지만 획득하지 못했다.
인공으로 조림했다던 자작나무 숲은 정말 장관이다. 숲의 기운을 한껏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고 마지막으로 차려진 밥상을 받았다. 두부전골.. 너무 맛있었다.
정말 알찬 프로그램을 다 마치고 나니 떠날 시간이 되었고 약간은 막혔지만 덕분에 차에서 꿀잠을 오랫동안 잘 수 있었다.
사실 후기를 쓰는게 쉬은 일은 아니지만 이런 후기를 남기는 것은 고마워서이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재단과 또 사고없이 매끄럽게 인솔해준 김미현 선생과 잘생긴 남자 선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또 드리고 싶다.
그리고 DMZ평화생명동산 황호섭 사무국장님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일정 내내 신경써주셨다.
'내 몸을 건강하게 하려면 어떻게 먹어야지?' 라는 물음을 가지고 왔는데 '지역과 이웃과 지구를 건강하게 하려면 행동해야 한다'라는 답을 가지고 돌아갔다.
"안전한밥상"의 체험전에는 눈에 보기 좋은것 혀가 좋아하는 달콤함의 정도로 과일과 식자재를 구매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기는 안좋지만 벌레가 먼저 선택해준 안전한 먹거리를 찿아서 맛있는 밥상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이기적인 인간의 탐욕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자연이 주고있는 경고의 메세지를 주변에도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자연과 더불어 공생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사무국장님이 선물로 주신 '살구효소" 맛과 효능이 기대된다.